<가면>의 내러티브는 어렵지 않다. 너무나도 똑같은 얼굴을 지닌 두 여인의 삶이 뒤바뀌며 그 비밀이 탄로 나게 되는 과정에서 오는 날선 긴장감이 이 드라마의 전반을 좌우하고 있다. 중간중간에 재벌녀 서은하(수애 분)의 죽음에 관한 미스테리가 등장하지만 그 미스테리가 중심이 되어 극을 이끌지는 않는다. 10%가 넘는 동시간대 1위의 심상치 않은 시청률은 이런 '쉬운' 전개를 바탕으로 한 미스테리 요소의 신선함이 가능케 했다.

 

 

 

그러나 <가면>이 8회를 넘겨 중반으로 달려가는 와중에 보인 것은 이런 기대감을 충족시키는 에피소드가 아니라 여주인공인 변지숙(수애 분)의 캐릭터의 오류다.

 

 

 

 

 


 변지숙은 서은하와 얼굴이 같다는 이유로 서은하의 죽음으로 인해 재벌인 서은하 행새를 해야하는 인물이다. 당당하고 할 말 다하는 서은하와는 달리 변지숙은 소심하고 순하다. 이런 캐릭터의 대비는 1인 2역이라는 역할상 필연적인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소심하고 순한 캐릭터가 드라마 대부분에 갈등요소로 등장하면서 벌어졌다.

 

 

 

변지숙은 서은하라는 인물을 연기해야 하는데 대한 자각이 전혀 없다. 그가 서은하로서 살아가야 하는 상황은 필연적이다. 이미 그를 대신해 서은하는 변지숙으로 죽음을 맞이했다. 문제는 변지숙이 새로운 인생을 살면서도 자신의 과거를 그리워 하는 것 자체라고 볼 수는 없다. 변지숙의 캐릭터 자체가 가정적인 까닭이다. 그러나 그 캐릭터를 부각 시키는 것을 넘어서 과용하는 것은 금물이다.

 

 

 

변지숙은 자신의 정체를 들키면 안되는 상황에 놓여있다. 정체의 발각이 자신은 물론 가족들의 운명을 뒤바꿀 수도 있는 상황에서 변지숙은 너무도 쉽게 자신의 가족의 주변을 얼쩡거린다. 가족에 대한 넘치는 사랑을 주체할 수 없는 지점은 이해하더라도 가족들의 사채 빚을 갚아줄 5억이라는 거액을 가방에 넣고 허술하게 돌아다니는 장면은 상식선에서 벗어나있는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백번 양보해 찾아간 것까지는 좋다 하더라도 마치 변지숙은 자신을 알아달라는 듯, 너무도 쉽게 자신의 모습을 가족들에게 들키고야 만다. 그들의 눈에 띄고 나서야 울면서 그 자리를 피하는 여주인공의 행동은 마치 자신의 정체를 들키고 싶어 안달난 것처럼 묘사된다. 지금 그의 정체가 드러나면 모든 상황이 무너져 내릴 수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임을 인지하고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행동이다.

 

 

 

 

변지숙의 동생 변지혁(이호원 분)은 더 이상 나타나지 않겠다고 한 약속이 무색하게 변지숙에게 달라 붙으며 괴롭힌다. 아무리 그가 확인한 시신이 서은하였다고는 하나, 누나의 죽음 이후 시신확인까지 마친 그의 행동은 너무나도 확신에 차있다.  그 때문에 변지숙의 상황은 더욱 난감해지고 있는데도 아랑곳이 없다. 설사 그가 어떤 감을 가지고 진짜 누나라고 생각한다하더라도 진짜 누나의 사정 따위는 안중에도 없이 너무나도 둔감한 그의 행동은 어떤 면에서는 실소가 터진다.

 

 

 

그런 의심 속에서도 변지숙의 남편인 최민우에게는 "누나와 닮았다"는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 것도 명백한 오류다. 이 때문에 시청자들의 가슴에는 답답함이 쌓여간다. 

 

 

 

사채업자들의 행동마저 개연성은 없다. 사채업자들의 가장 큰 목표는 빌려준 돈을 회수하는 것이다. 그 돈의 출처가 어떤지는 그들에게 관심의 대상이 될 수도, 필요도 없다. 그러나 변지숙이 건네는 돈을 받지 않고 의심하는 그들의 행동은 사채업자의 그것이라고 보기 힘들었다. 이 모든 상황들이 변지숙을 '민폐' 여주인공으로 만드는데 일조하고 있다.

 

 

 

 

변지숙의 매력은 수애 특유의 탁월한 연기력 자체에만 있다. 이 캐릭터에 대한 설명이 너무나도 상식을 벗어나 있기 때문에 이 캐릭터를 지지하고 응원할만한 심리적인 유대감이 생기지 못한다. 그런 까닭에 이 캐릭터는 회가 거듭할수록 오히려 드라마 전반의 내용을 지지부진하게 만드는 모순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좀 더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남자 주인공이 왜 변지숙을 좋아하게 되는지마저 의아하다. 그만큼 이 캐릭터에는 끌리는 요소가 없다.

 

 

 

처음에는 코미디와 멜로, 그리고 미스테리가 한데 어우러진 명작이 탄생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짙었던 <가면>은 이 캐릭터 설정의 오류로 인해 결국 이 모든 장르들이 따로 놀기 시작했다. 차라리  이럴 바에는 한 곳에 집중하여 스토리를 끌고 나가는 것이 나았다. 주지훈과 수애의 연기력으로 그들의 멜로는 상당한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남자 주인공의 매력이 시청자들에게 어필하는 상황에서 그 주인공의 매력을 극대화 시키는 것이 이 드라마의 흥행 요소가 될 가능성이 훨씬 더 높았을 것이다.

 

그러나 <가면>은 몇회에 걸쳐서 변지숙이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지 못해 안달하는 답답한 상황만 반복되고 있다. 시청률은 상승했으나, 드라마에 대한 기대치는 하락했다. 과연 언제쯤 변지숙은 서은하가 될까. 너무 지나친 뜸 들이기로 인해 명작의 탄생은 요원하기만 하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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