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석표 예능의 기본전제는 여행이다. <12>시절부터 그는 출연진들을 낯선 공간으로 데려가길 좋아했고, 이는 <꽃보다 시리즈><삼시세끼>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나영석은 한국이 아닌 외국에서, 도시가 아닌 시골에서 출연진들이 감당해야 하는 낯선 곳에서 받는 충격이나 익숙치 않은 끼니 때우기에 초점을 맞춘다. 가끔씩은 차승원같이 뭐든 해내는 사기 캐릭터가 등장하기도 하지만 그마저도 나영석은 차줌마캐릭터로 기어이 만들어내고 말았다.

 

 

 

그가 예능에서 주목하는 것이 바로 인간적인 매력이다. 그의 예능에서 난관에 부딪친 캐릭터들이 어떻게 행동하느냐하는 것에 방점을 찍고 그들의 작은 버릇 하나하나에서 캐릭터를 찾아낸다. 이서진이나 최지우, 박신혜같은 예능에 익숙치않은 인물들 역시 그의 손 끝에서 그들이 가진 매력을 발산한다. 웃음기가 철철 넘치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보여주는 행동 양식 속에서 그들에 대한 개성을 포착해 방송용으로 포장해 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미 그는 물론, 시청자들에게도 익숙한 캐릭터라면 어떨까. <신서유기>에서 나영석은 <12>에서 함께 한 강호동, 이승기, 은지원, 이수근과 함께 했다. 뚜껑을 열어보니, 인터넷 방송이라는 핸디캡은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했다. 단순히 오랜만에 그들의 조합을 본다는 희열은 아니었다.

 

 

 

이승기는 상암동 배팅남’ ‘여의도 돌싱남같은 단어를 써가며 이수근과 은지원을 표현할 만큼 넉살이 좋아졌다. 그의 거침없는 입담은 이 프로그램이 지상파에서 보여주지 못한 무언가를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이승기가 내뱉은 말에 당황하는 강호동이었다. 그는 이래도 되나.”고 연신 물으며 인터넷 방송에 익숙치 못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그동안 부침이 심했다. 그가 맡은 프로그램들이 연신 시청률 참패를 기록하며 그의 예능감에 대한 본질적인 회의론까지 등장했다.

 

 

 

 

그러나 그의 예능인으로서의 가치가 아직 건재하다는 것을 바로 <신서유기>가 증명해 주고 있다. <신서유기>속 강호동은 철저하게 약자다. 그는 인터넷 방송에 대한 두려움을 드러내고 드래곤 볼이 어떤 것인지 몰라 쩔쩔 맨다. 영어를 못해서 당황하고 어설픈 중국어 몇마디로 상황을 극복해 보려 한다.

 

 

 

이런 상황속에서 강호동은 구박덩이로 전락한다. “인터넷은 이래도 된다거나, “드래곤 볼에 대한 사전 공부 안하고 왔냐?”는 후배들 속에서, 강호동은 주눅이 드는 모습을 보이고 만다. 그러나 여기서 강호동의 묘한 매력이 포착된다. 예능속에서 그는 언제나 힘이 넘치고 카리스마 있는 모습을 요구 받았다. 그러나 최근 강호동 스타일의 진행은 제대로 빛을 보지 못했다. <신서유기>는 이런 강호동의 상황을 절묘하게 이용해, 그에게 마치 이빨 빠진 호랑이같은 캐릭터를 만들어 낸다.

 

 

 

한 때 강하디 강했던 그가 주눅이 든 모습 속에서 시청자들은 안타까움과 동시에 묘한 희열을 발견해 낸다. 그가 그 속에서 자존심을 세우거나,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했다면 프로그램의 진행이 매끄럽지 않았을 것이었다. 그는 져주는쪽을 택함으로써 분위기를 유하게 만들고, 동시에 주도권을 놓으면서 자신의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는데 성공했다. 약한 강호동의 모습은 그만큼 반전의 효과가 있었던 것이다.

 

 

 

이는 제대로 그런 매력을 포착하게 만들 수 있는, 프로그램의 힘이다. 여행이라는 상황을 던져주고 막역한 사이끼리 서로 편하게 말을 주고받을 수 있게 만드는 콘셉트가 강호동의 이런 모습을 연출해 낼 수 있게 했다.

 

 

 

사실상 여행이라는 콘셉트가 나영석의 주된 특기인 만큼, <신서유기>역시 엄청나게 다른 구성을 갖추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구성원을 바꿈으로써 묘하게 상황을 비틀고, 그 무대를 인터넷으로 옮기면서 캐릭터의 매력은 배가되었다. 강호동의 예능감에 큰 문제가 있기 보다는, 그 예능감을 제대로 발산시킬 터를 선택하는데 실패했기 때문에 강호동이라는 예능인에 대한 평가가 달라졌음을 실감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닐 수 없었다.

 

 

 

그곳에 출연한 네 명 모두, 따로 떨어져 있을 때는 이만큼의 재미를 뿜어내지 못했다. 그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나영석의 감독 하에 그들이 뭉치니 그들이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이 늘어났다. <신서유기>가 끝날 때 쯤에 나영석은 또 어떤 신화를 이룰 것인가. 이런 기대감을 만든 것 만으로도 ‘PD의 영역이라는 예능계에 있어서 나영석은 가장 그 영역을 잘 활용하는 PD임에는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일이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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