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에 불문율처럼 존재하는 법칙 중 하나는 여주인공이 반드시 예뻐야 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평범하고 별볼일 없다는 설정의 여주인공조차, 지나치게 훌륭한 얼굴을 가지고 있는 것이 한국 드라마의 특징이다. 그만큼 여배우의 배역이 한정적이라는 의미기도 하다. 여배우는 드라마 속에서 남심을 홀려야 하는 역할을 맡는다.

 

 

 

그러나 <막돼먹은 영애씨(이하 <막영애>)>는 그 불문율을 과감히 탈피하고, 코미디언 김현숙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그리고 무려 14시즌이 방영되는 동안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아 내는데 성공했다. 주인공 이영애(김현숙 분)은 드라마에서 뚱뚱하고, 가난한데다가 무시당하기 일쑤다. 예쁜 척은 하려야 할 수도 없고, 말투마저 거칠다.

 

 

 

 

사실은 예쁜데 안 예쁜 척 하는 타 드라마의 여자 주인공과는 차원이 다르게 주인공 영애는 이름만 이영애일뿐, 정말로 여주인공인가 싶을 정도로 예쁘다. 그러나 안 예쁜 영애는, 시즌을 거듭해 오는동안 누구보다 매력적이고 응원하고 싶은 여주인공이 되어 있었다. 누구보다 처절한 현실을 살면서 눈앞에 닥친 문제들을 걱정하고 자신에 대한 확신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소심함을 보이는 이 여주인공에 시청자들은 공감의 박수를 보내는 것이다.

 

 

 

<막영애>는 이 현실성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등장인물들에게 닥친 처절한 상황들도, 그 현실에 육두문자를 내뱉는 것도 코믹스럽지만 한 편으로는 가슴 깊은 곳에서 공감이 가도록 시청자들을 감화시킨 것이다.

 

 

 

 

그러나 <막영애>에서 단 한가지의 비현실성을 찾자면, 바로 주인공 영애의 러브라인이다. 지나치리만큼 현실적인 주인공은 40에 가까운 노처녀가 되었지만, 훈훈한 남자들과의 러브라인이 끊이지 않았다. 14시즌에 이르러서는 이승준, 김산호와의 삼각 관계의 주인공이 되었다.

 

 

 

김산호는 시즌을 통틀어 가장 큰 지지를 받은 인물이고, 이승준은 현실적으로 영애와 가장 이어질 확률이 높은 남자다. 김산호가 왕자님 캐릭터라면, 이승준은 현실에서 가장 결혼하기 적합한 남자라고 할 수 있다.

 

 

 

둘의 매력은 누가 더 낫다고 할 것도 없이 팽팽했다. 그들은 각자의 매력으로 지지층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회차가 거듭될수록 이승준에 비해 김산호의 매력이 더욱 부각되기 시작했다. 좀스럽고 소심한 성격으로 영애를 힘들게 하는 승준보다는 언제나 왕자님같은 산호가 폭발적인 지지도를 얻고 있는 것이다.

 

 

 

둘의 캐릭터를 비등하게 매력적으로 그려내지 못한 것은 아쉬운 일이지만, 로맨틱한 왕자님을 원하는 시청자들의 판타지가 <막영애>에서도 재연되고 있는 사실은 눈여겨볼만 하다. <막영애>는 일반적인 주인공을 내세우지 않은 만큼, 내용 역시 철저히 현실세계의 풍자로 점철되어 왔다. 그러나 유독 러브라인에서 만큼은 판타지를 추구한다. 영애는 현실이라면 만나기 힘든 남자들을 줄줄이 만나는 것도 모자라, 여느 로맨틱 코미디 못지않은 삼각관계까지 형성했다.

 

 

 

사실 이렇게 뻔한러브라인이 뻔하지 않게느껴지는 이유는 주인공 영애가 그만큼 새로운 인물이기 때문이다. 결코 이런 러브라인을 형성할 수 없을 것 같은 인물에게 이런 러브라인이 생긴다는 것 자체로 이 드라마의 구성은 한 번 비틀린다. 그 비틀린 러브라인은 어색하고 이질적이기 보다는 오히려 색다르고 신선하게 다가오는 것이다. 그것은 그만큼 시즌을 거듭하며 영애의 캐릭터를 만들고 매력을 덧칠한 기저위에서 만들어질 수 있었다.

 

 

 

시청자들은 마치 영애가 실존 인물인양, 두 캐릭터를 비교하며 영애에게 더 나은 짝을 찾아주는 결말이 되기를 원하고 있다. 현실적인 드라마 안에서 이런 판타지를 자연스럽게 만들어 온 제작진의 노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이런 러브라인의 반복이 자칫 너무 지루해 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시즌을 14번이나 거듭해 올 동안, 영애는 연애만 하고 결혼은 하지 못하는 가혹한 운명에 처했다. 심지어 산호와는 한 번 약혼을 했다가 파혼까지 당하는 불운을 겪었다. 훈남들과의 연애가 계속되어 왔다 하더라도 패턴에 한계는 있다. 영애는 이제 남자가 꼬이고, 연애를 하는 단계를 넘어 그 결실을 맺을 때가 됐다. 이번에도 삼각관계의 그 누구와도 연결되지 못하고 시즌이 끝난다면 시청자들의 허무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클 것이다. 이미 영애의 러브라인은 지켜볼 만큼 지켜보았기 때문이다.

 

 

 

<막영애>가 과연 그 지지부진했던 영애의 러브라인에 종지부를 찍어 줄 수 있을 것인가. 한국 드라마 역사상 최초로 14 시즌을 끌면서도, 이런 궁금증을 자아내는 <막영애>의 엄청난 위력에 감탄하게 되는 이유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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