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가맨>의 파일럿 2회가 방영되는 동안 시청자들의 반응이 좋지 않았던 것을 상기해 보면, <슈가맨>의 정규 편성은 유재석이라는 스타 MC에 기댄 부분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역시 유재석은 유재석이었다. 정규 편성 첫회가 방영되는 처음 부분에 그간의 비판들을 겸허히 수용하며 더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음을 어필했다. 일단 논란을 솔직하게 인정한 것 자체가 프로그램의 호감도를 증가시키는 일이었다. 그런 터전위에서 재미 포인트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한 흔적이 엿보이는 구성은 확실히 파일럿 때보다 나은 모습이라 할 수 있었다.
음악은 예능에서 자주 흥행을 위한 포인트로 사용된다. <무한도전>의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이하 토토가)’ 특집은 20%를 넘기는 시청률을 보였고, <복면가왕>, <히든싱어>등은 반전이라는 코드를 활용하여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슈가맨>은 ‘토토가’처럼 과거의 추억이라는 코드와 더불어 음악을 결합시켰다. 여기에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사용하는 대결 구도를 가져왔다. 그러나 사실 <슈가맨>의 대결 구도 자체는 하나의 여흥일 뿐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는 없다. 오히려 <슈가맨>이 잡아야 할 포인트는 대결에서 누가 승리할 것인가보다 어떤 노래가 나올까 하는 기대감을 증폭시키는 것이다. <슈가맨>을 통해 시청자들이 과거의 그 노래를 다시 듣고 싶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면 프로그램의 전체적인 구성은 실패로 돌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시 말해 <슈가맨>은 과거의 스타들을 발굴해 내고 그들에게 시청자들의 감정을 이입하게 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포인트는 그 노래에 의미 부여가 얼만큼 되느냐, 즉 그 노래가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사느냐가 가장 큰 쟁점이라 할 수 있다.
리메이크의 결과물도 물론 중요하지만 음악을 만드는 과정과 그 음악을 처음 부른 가수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하면 분위기는 시들해진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그들은 과거의 가수들을 불러 그들의 노래를 조명하고 그들의 근황을 들으며 그들의 사연에 집중한다. 사실 <슈가맨>에 출연하는 대부분의 가수들은 이미 대중의 관심선상에서 멀어진 가수들이다. 관심을 되돌릴 수 있는 가장 훌륭한 방법은 대중의 관심을 자연스럽게 끌어 모을 수 있을만큼 명성이 뛰어났던 가수들을 섭외하는 것이다. 그러나 어마어마한 명성에도 불구하고 대중을 등지고 가수 활동을 접은 가수를 찾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슈가맨>은 나름대로의 과거의 인기가수들을 섭외하지만 그들자체로 대중의 관심을 끄는 것은 무리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에게 공감이 가게 하기 위해서는 자연스럽게 그들의 사연이 조명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세대별 방청객들의 반응, 작곡가들의 신경전, 역주행 송 프레젠테이션, 유희열 유재석의 입담까지 촘촘하게 들어간다.
노력한 흔적은 보이지만 한시간 남짓한 시간동안 이렇게 많은 것들이 들어가는 것은 곡 자체에 대한 흥미도를 떨어뜨릴 수 있는 부분이다. 어느순간 슈가맨의 존재감은 희미해지고 아이돌 중 누가 더 훌륭한 무대를 보여주느냐가 주요 쟁점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차라리 슈가맨이 자신의 노래를 재현하는 무대에 참여하는 것이 훨씬 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결과물이 최대로 감동적이기 위해서는 그 결과물이 나오는 과정에 대한 공감이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노래를 부르는 사람에 대한 캐릭터가 형성이 되는 편이 용이하다. 그러나 <슈가맨>은 기껏 만들어 놓은 슈가맨들의 캐릭터를 버리고, 아이돌 가수들에게 바통을 넘긴다. 사실 누가 노래를 부르느냐는 크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그 노래를 공감하게 만드는 것은 <슈가맨>이 꼭 가져야 할 포인트다. 그 포인트가 아이돌로 넘겨지면서 <슈가맨>의 후반부는 슈가맨 자체보다는 노래대결만이 부각된다.
<슈가맨>은 프로그램을 종합 선물세트로 만들 생각을 하지 말고, 하나의 훌륭한 상품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쳐 낼 부분은 쳐 내는 과감한 선택이 필요하다. 파일럿보다 훨씬 나아진 정규 첫 회 방송처럼 앞으로도 <슈가맨>이 진일보 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프로그램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