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20%를 향해 가는 <그녀는 예뻤다>는 올해 들어 방영된 드라마 중, 손에 꼽힐 만큼 화제도 몰고 온 드라마다. 시청자의 애정도는 야구 중계 관계로 결방이 된 날에는 엄청난 항의가 쏟아지는 것으로 증명되었다. 시청률은 고공행진을 했고 이제 20%를 바라보는 지경에 놓였다. 그러나 드라마의 완성도는 초반에 비해 흔들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녀는 예뻤다>가 가장 정점을 찍을 때 위기를 맞이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녀는 예뻤다>의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 요인에는 두 가지 흥행요소가 주효했다. 첫 째는 주인공 지성준(박서준 분)에게 정체를 숨긴 김혜진(황정음 분)의 비밀이 언제 드러날 것인가였고 두 번째는 폭탄머리에 주근깨 분장을 한 황정음의 얼굴이 언제 예뻐질 것인가에 관한 것이었다. 이 두 가지 포인트는 사실 대단히 특별하고 특이한 설정이라 보기는 힘들었지만 드라마 캐릭터가 잘 구축되어 있었던 탓에 이 두 가지 비밀이 밝혀지는 시점에 대한 호기심을 증폭시킬 수 있었다.
이런 캐릭터를 만드는 데는 황정음의 열연이 주효했다. 빨간 주근깨 자국을 얼굴에 그려 넣고 폭탄 머리를 한 황정음의 외모 변신은 신선했다. 황정음은 오버스러운 표정까지 마다하지 않으며 드라마 캐릭터를 살리는데 공을 들였다. 이에 황정음이 예뻐지는 순간을 원하는 시청자들의 목소리는 그런 설정에 대한 일종의 공감의 표시였다.
드디어 8회 경, 김혜진은 ‘못생김’을 벗고 환골탈퇴를 감행한다. 시청자들이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장면이 방영된 것이었다. 시청률은 다시 상승세를 탔다. 그리고 김혜진의 비밀이 지성준에게 밝혀지는 10회 역시,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며 화제에 올랐다.
그러나 문제는 두 가지 포인트를 모두 사용하고 나자, 드라마의 중심이 흔들린다는 것이었다. 가장 큰 갈등구조가 해소되자 남은 것은 두 사람의 해피엔딩 뿐이었다. 그러나 아직 드라마는 종영까지 5회가 남은 상황. 두 사람을 너무 쉽게 이어버리면 그 사이를 메울 스토리를 찾기 힘들어진다. 로맨틱 코미디에서는 남녀 주인공의 밀당이 가장 주효한 흥행요소기 때문이다. 이미 이어진 커플의 매력을 살리려면 또 다른 긴장을 몰고 올 사건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그녀는 예뻤다>에 또 다른 사건을 만들 만한 여지가 그다지 크지 않다는 점이었다. 둘 사이를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사람도 없거니와 둘 사이에 놓인 장애물도 그다지 보이지 않는다. 그 장애물을 만들기 위해 4각 관계를 이용하지만, 문제는 이 4각 관계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캐릭터의 균열이 생긴다는 점이다.
김혜진을 좋아하던 김신혁(최시원 분)은 김혜진이 지성준을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쓸데없이 캐릭터가 진지해지고 말았다. 차인 상황 속에서 감정의 변화가 생기는 것은 이해할만한 일이지만 회사에 지장을 주면서까지 일을 그만두려 하는 모습은 결코 매력적이지 못했다. 초반 능글맞고 유쾌한 캐릭터로 주인공을 능가하는 인기를 얻었던 매력 있는 캐릭터가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민하리(고준희 분)역시 지성준을 좋아하는 마음을 정리하지 못해 민폐를 끼쳤다. 아무 남자나 만나며 걱정을 끼치거나 사표를 내고 갑작스럽게 등장한 엄마와 함께 외국으로 떠날 결정을 하면서 김혜진에게 말 한마디 남기지 않는 것은 기본적인 예의에 관한 문제였다. 그동안 심적인 갈등을 하며 친구에게 미안함을 느껴왔던 캐릭터가 할 수 있는 행동치고는 지나치게 극단적이었다.
김혜진의 캐릭터도 이들과 함께 따라 춤추기 시작했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으면서도 민하리를 위한답시고 지성준에게 벽을 치는 모습은 착한 게 아니라 답답한 전개로 흘렀다. 김혜진이 물러나는 것이 민하리와 지성준의 관계의 진전을 의미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김혜진의 행동의 이유는 지나치게 빈약했다. 또한 마음을 거절한 상대인 김신혁에게 치료비 명목으로 5만원을 건네는 것은 도무지 착한 성격 때문이라고 봐주기 힘든 눈치 없는 행동이었다. 마치 5만원을 받고 자신에게 마음을 접으라는 통보처럼 묘사되고 만 것이다.
이 모든 중구난방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예뻤다>는 아직 흔들렸을 뿐, 중심을 완전히 잃지는 않았다. 그 이유는 그 과정속에서도 중심을 잡고 김혜진에 대한 마음을 멈추지 않은 지성준이라는 캐릭터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혜진과 지성준이라는 캐릭터의 조합을 놓고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설정은 아쉽기만 하다.
예뻐진 김혜진과 사랑에 빠진 지성준은 시청자들에게 어필할 큰 무기를 잃어버린 셈이다. 과연 그 무기를 잃고도 둘은 끝까지 시청자들을 TV앞에 잡아둘 수 있을까. 남은 5회의 내용이 궁금해지는 순간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