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석의 예능에는 어느 순간 게스트가 빼놓을 수 없는 재미 요소가 되었다. 출연하는 게스트들은 자칫 단조로워질 수 있는 분위기를 환기하고 새로운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한다. 최근 나영석 예능의 특징은 웃음에 대한 강박이 없다는 것이다. 다만 어떤 상황 속에서 누군가가 보여줄 수 있는 일상적인 반응에 예능적인 의미를 부여한다. 한정된 자금을 사용해 여행을 떠나거나 직접 밥을 만들어 먹어야 하는 상황 속에서 실제 사람의 본성은 드러나게 마련이고 그 본성 중, 매력적인 포인트만을 잡아 적절한 편집을 통해 그들의 매력을 시청자 스스로 발견하게 하는 것이다. 관찰하는 시청자들은 자연스럽게 그들의 상황에 공감을 한다.

 

 

 

그리하여 나영석표 예능에 출연하는 출연진들은 그다지 부담감이 없다. 그냥 가만히 있어도 그것이 일상적인 모습이 되고 호감으로 포장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시세끼>에 출연하는 옥택연이나 손호준은 예능적인 가치가 있는 캐릭터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그들은 그대로도 건실하고 튼튼한 청년이미지를 만들어냈다. 게스트로 등장한 최지우나 박신혜 역시 웃음을 만들어 낸 공로보다는 꼼꼼하고 섬세한 손길로 일을 마다하지 않는 성실함으로 호감이 된다.

 

 

 

 

최근 여성 캐릭터의 활용은 심심치 않게 나영석 예능의 특징이 되고 있다. <삼시세끼-정선편>에서는 박신혜, 최지우, 김하늘, 보아등 여성 게스트들이 대거 등장했다. 여자캐릭터가 낄 공간이 없을 것 같은 <꽃보다 할배>에서 조차 최지우가 이서진을 보좌하는 역할로 따라나섰다. 나영석은 여자 캐릭터들을 이용해 남자 출연진들과 미묘한 관계를 포착해 낸다. 노골적으로 그들의 관계를 강조하지는 않지만 은근하게 그들 사이의 을 타는 그림을 그려내는 것이다. 여기서 나영석의 탁월한 능력은 그 관계가 부담스럽지는 않으면서 적당히 설레는 정도의 강도로 적적하게 표현된다는 것이다. 시청자들은 그리하여 그 관계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삼시세끼-어촌편>에는 유독 남자 게스트들이 등장한다. 이번 시즌에 등장한 게스트만 봐도 박형식, 이진욱등 남자들의 향연이었다. 마지막 게스트로는 윤계상이 등장할 것으로 알려지며 결국 <삼시세끼-어촌편>에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는 이번에도 없을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시세끼-어촌편>의 반응은 뜨겁다. 최근 등장한 이진욱은 잘생긴 외모에 4차원적인 행동으로 예능적인 캐릭터를 한껏 살려내며 고정 출연을 원하는 여론까지 일었다. 오히려 <삼시세끼-어촌편>에서는 여성 캐릭터가 등장하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나영석은 <삼시세끼> 예능속에서 가족의 정체성을 부여한다. 이를테면 요리를 잘하고 깔끔한 차승원은 엄마, 낚시를 해 물고기를 잡아오고 불을 피우는 일을 맡은 유해진은 아빠, 그들의 심부름을 도맡으며 보조하는 손호준은 자식이라는 식이다.

 

 

 

<삼시세끼-정선편>에서는 가족의 정체성이 직계보다는 사촌 지간 정도로 설정되어있다. 이서진과 옥택연은 아버지와 자식 느낌이 아닌. 약간은 서먹한 삼촌과 조카 정도의 사이로 그려진다. 누구도 요리에 능숙하지 않고 집안일에 수완을 보이지는 않지만 상황이 주어지니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모습으로 표현되는 것이다. 그들은 마치 엄마나 할머니가 없는 공간에서 어색해 어쩔 줄 모르는 집안일에 서툰 남자처럼 묘사된다. 그래서 그들에게 여성 게스트의 존재는 반가운 일이다. 그들이 서툰 섬세한 부분을 어루만져주고 아직 미혼인 그들에게 설렘도 줄 수 있는 존재다.

 

 

 

그러나 <삼시세끼-어촌편>은 이미 완성된 가족의 형태다. 차승원이 기혼이라는 사실을 굳이 상기할 필요도 없이, 차승원의 꼼꼼함과 요리 실력은 이미 보통의 서툰 남자는 물론, 웬만한 여성까지 뛰어넘었다. 유해진 역시 그런 차승원과 합이 잘 맞기 때문에 굳이 여성 캐릭터의 등장이 반가울 것도 없다. 차승원과 유해진의 캐릭터 상 여성이 등장해 러브라인을 형성하기도 애매하다. 오히려 여성 캐릭터의 등장은 나름대로 제대로 잡혀있는 그들의 매커니즘을 깰 수도 있는 위험요소다. 오히려 독특한 남성 캐릭터가 등장해 실질적인 게스트역할을 해 주는 것이 가족의 그림을 깨지 않는 선택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나영석은 비슷한 콘셉트로 정선편과 어촌편을 만들었지만 서로 다른 캐릭터들의 장점을 정확히 파악해 다른 이야기를 만들었다. 나영석표 예능이 연타 홈런을 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어떤 콘셉트를 사용하든지 적재적소에 캐릭터를 사용할 줄 아는 나영석의 현명함이 믿고보든 나영석표 예능을 만든 것이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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