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에도 트렌드가 있다. 2015년의 트렌드는 그 누가 뭐래도 ‘쿡방’이었다. 요리와 먹방이 결합된 형식속에서 시청자들은 재미를 찾았고, 요식업의 큰손인 백종원이나 스타 셰프들이 대거 스타가 되기도 했다. 2016년에도 쿡방이 여전히 유효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아니할 수도 있다. 벌써부터 TV는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기 위한 물밑작업을 시작했다. 가장 큰 특징은 과거의 히트 아이템을 다시 불러들인 것이다. 과연 과거 아이템의 현대적인 재해석은 통할까.
<GOD의 육아 일기>등으로 대표되었던 육아 예능이 <아빠! 어디가>나 <슈퍼맨이 돌아왔다>등으로 발전하여 인기를 끈 것은 과거 아이템도 제대로된 기획력이나 캐릭터를 만나면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래서인지 2016년의 예능 트렌드 역시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아이템이 즐비하다.
과거에는 현재까지 방영되고 있는 <동물농장>등으로 대표되었던 동물예능 역시 새로운 모습으로 시청자에게 다가선다. ‘아이, 동물, 미인이 출연하는 예능은 망하지 않는다.’는 공식이 존재하기 때문일까 . ‘아이’를 활용한 예능이 다시금 활기를 띄자 이번에는 ‘동물’을 사용한 예능을 만들어냈다. <삼시세끼>처럼 동물이 메인은 아니었지만 동물을 활용하여 특유의 분위기를 살리고 재미를 높이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동물을 전면에 등장시킨 프로그램이 속속들이 등장하고 있다.
일단 채널 A의 <개밥 주는 남자>는 혼자 사는 남자라는 콘셉트와 강아지를 결합시킨 예능이다. 연예인들의 일상에 동물이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그들과 동물의 관계가 어떤 식으로 형성되어 나가는지가 포인트다. JTBC의 <마리와 나> 역시 그런 관점을 기본으로 제작된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다소 강한 이미지의 방송인인 강호동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강호동을 비롯한 출연진들은 다양한 동물들을 키우며 벌어지는 일들에 대처한다. 동물들의 의외의 행동에 당황하면서도 점점 그들과 친분 관계를 쌓아 나가는 연예인들의 모습을 담았다. 강호동은 다소 강한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동물들은 물론, 출연진들에게도 쩔쩔매는 모습으로 한층 부드러워진 모습을 프로그램 속에서 보이고 있다. 이 프로그램의 성공여하에 따라 그의 이미지 전환 역시 가능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MBC의 <애니멀즈>가 좋은 반응을 얻지 못한 전례가 있는 만큼, 동물 예능이 어느정도까지 성공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동물 예능에 이어 TV가 주목한 소재가 바로 인테리어다. 인테리어를 바꿔주는 콘셉트는 과거 <러브하우스>나 <신장개업>같은 예능으로 시청자들의 흥미를 잡아끌었다. 인테리어라는 소재를 끌어와 JTBC는 <헌집 줄게 새집 다오>를 기획하며 스튜디오로 연예인의 집을 그대로 스튜디오에 재현하여 인테리어를 바꿔준다는 콘셉트를 내세웠다. 각각 다른 팀이 다른 스타일로 스타의 방의 인테리어를 바꿔주며, 스타는 그 둘 중 마음에 드는 집을 선택한다. 히트 예능인 <냉장고를 부탁해>처럼 경쟁 구도를 내세웠지만, 아직 프로그램 속에서 확연한 흥행 포인트는 발견되지 않는다.
그러나 인테리어라는 소재는 계속 활용되고 있다. tvN의 노홍철의 복귀작 <내방의 품격>역시 인테리어라는 소재를 내세웠다. 시간도 없고 돈도없는 인테리어 초보들을 위해 전문가와 스타들, 셀프 인테리어에 도가 튼 일반인들까지 총동원되어 노하우를 알려주는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이 단순한 ‘집자랑’을 넘어서 어떤 예능포인트를 가지느냐에 따라 성패가 결정될 전망이다.
TV가 과거의 흥행 아이템을 다시 끌어오기 시작했다는 것이 과연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 것인지 아니면 그저 시도에 그칠 것인지는 아직 결정나지 않았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트렌드에 더 민감한 종편이나 케이블에서 그런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은 분명 그런 소재에서 트렌드를 선도할만한 가능성을 찾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 소재자체가 아니라 그 소재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사실 육아 예능 역시, 윤후나 삼둥이같은 캐릭터가 시기적절하게 나타나지 않았다면 신드롬을 일으키기는 힘들었다.
그러나 동물이나 인테리어를 활용하여 새로운 캐릭터를 발견해 낼만큼 그 소재가 매력적인가 하는 지점은 의문이다. 새로운 시청포인트가 생기려면 그정도의 신선한 뭔가가 존재해야 한다. 그러나 동물들과의 관계속에서, 혹은 인테리어가 바뀌는 과정에서 과연 어떤 신선한 이야기가 생성될 것인지 아직은 미지수다. 과연 쿡방을 뛰어넘을 트렌드가 이런 소재들 속에서 탄생될 수 있을 것인가. 다시 한 번 과거의 인기있었던 소재가 ‘육아 예능’에 이어 빛을 발하게 될지 궁금해지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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