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규는 1981년 제 1회 개그 콘테스트에서 데뷔한 후, 무려 35년여 동안 예능계에 있으면서 아직까지도 예능계의 메인 MC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여전히 연말 대상시상식에는 이경규가 후보로 오르고, 예능의 대부로서 후배들의 존경을 받는다. 이경규와 동년배인 코미디언들은 사실상 방송에서 전멸했다고 봐도 옳다. 혹여나 방송에 나온다고 하더라도 황금시간대 예능이나 파일럿 프로그램 등, 트렌드를 파악하고 시청자들의 요구를 반영해야 하는 방송에서 메인 진행자의 자리를 차지하지 못한다. 그러나 여전히 이경규는 가장 '핫'한 방송인은 아닐지라도 무리없이 방송을 진행할 수 있는 가능성 가운데 하나로 여겨진다. 그의 예능감은 여전히 통하고 있다.

 


 

신기한 것은 35년이라는 세월에도 불구하고 이경규의 코미디는 시대를 선도하지는 않을지언정 시대에 뒤처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전 개그 방식에 매몰되어 현재 예능의 트렌드에 뒤처지는 것이 코미디언의 숙명이라면 숙명이지만, 이경규는 그 재능을 갈고 닦아 여전히 트렌드 중심에 서 있다. 그것은 이경규의 고유의 캐릭터를 바탕으로 트렌드를 읽고 그 트렌드에서 자기 위치를 찾아내는 능력이 그만큼 뛰어나기 때문이다. 리얼리티등 이경규의 캐릭터나 특징을 제대로 활용하기 힘든 예능이 대세가 되는 상황에서도 이경규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방송가에서 살아남았다. 그리고 그가 <마이리틀 텔레비전>(이하<마리텔>)에 등장했다.

 

 

 

 

<마리텔>이야말로 예능 트렌드의 최전선에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인터넷 방송은 나이든 사람들의 문화가 아니다. 이경규 세대라면 더더욱 인터넷에 취약하다. 10대부터 30대가 주축이 되는 인터넷 방송을 브라운관으로 옮긴 <마리텔>은, 출연자들이 각각 인터넷 방송을 진행한다는 콘셉트로 그 방송 안에서 트렌드를 즉각 반영하지 않으면 도태되는 방식이다.

 

 


 

<마리텔>은 백종원을 등장시켜 이른바 '쿡방'의 붐을 일으킨 방송이기도 하다. 그 선봉장에 섰던 배경은, 비록 예능인은 아니라 할지라도 개성과 콘텐츠를 갖춘 인물들을 섭외하는데 가장 큰 공을 들였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예능인이나 스타들은 이 프로그램 안에서 불리한 위치를 가진다. 그 이유는 전문성이 있는 유명인들의 경우 콘텐츠가 명확하고 풀어나갈 이야기가 많은 반면, 스타들은 짜놓은 판 안에서 운신하는 것이 편하기 때문이다. 인터넷 방송은 자신만의 콘텐츠가 확실하고 주제가 명확할 경우 그 우위를 가진다. 형식도, 룰도 없는 것이 바로 인터넷 방식의 형식이요, 룰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가진 콘텐츠가 풍성하여 시청자들이 흥미를 가지게 하는 것이 인터넷 방송을 성공시키는 비결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스타들은 대본이나 설정 등, 주어진 환경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이 습관화 되어있는 직업군이다. 갑자기 무언가를 혼자서 해보라고 하면, 대본과 상황 설정이 없는 한, 그들의 예능감이 빛나기는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잘 할 수 있는 주제를 찾는 것이 우선인데 그들이 선택하는 주제가 흥미롭더라도 아무래도 전문가들 보다는 집중도나 구성이 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경규는 달랐다. 이경규는 그 안에서 무언가를 '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가 키우는 개들을 데리고 나와 바닥에 눕는 등, '이경규' 자체를 들고 나왔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이경규가 그 다우면 그 다울수록, 유입되는 시청자들은 늘어났다. 심지어 10분남은 시점에서 "6분 동안 쉬겠다"고 선언하며 드러눕는 장면조차 흥미로웠다. 왜 이런일이 일어난 걸까.

 

 


 

이경규는 인터넷방송의 본질을 정확하게 꿰뚫었다. 인터넷 방송의 콘텐츠라는 것은 꼭 전문성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 콘텐츠의 풍성함은 인터넷 방송을 진행하는 BJ가 얼마나 매력적으로 그 진행을 이어나가느냐가 관건이다. 전문가들이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것 또한, 그들이 가진 능력이 그들 생활 일부일 정도로 그들과 하나가 되어있기 때문이다. 그 주제를 가지고 그들의 개성을 보여주는 것은 상대적으로 쉬울 수밖에 없다. 반면 자신이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주제를 고민해야하는 진행자들은 그 주제에 자신의 개성을 녹여내기 힘들다. 그러나 이경규는 함부로 모르는 주제에 도전하지 않았다. 시청자들이 재미있어할 콘텐츠보다는 자신이 흥미로운 주제를 들고 나와 그저 자신이 되었던 것이다. 시청자가 아닌 자신에게 집중하며 볼 사람은 보고, 보지 않을 사람은 보지 않아도 좋다는 것처럼 행동하는 그의 '자신다움'은 역설적으로 흥미를 자극했다. 뭔가 남들과 다른 개성을 보여주는 사람에게 인터넷 방송 시청자들은 열광하는 점을 정확히 캐치한 것이다.

 

 

 

이경규는 이번에는 '낚시'라는 콘텐츠를 들고나와서 다시 1등을 거머쥐었다. 사실상 기다림의 연속인 낚시는 당사자만이 재미를 느낀다. 그러나 이경규는 그대로 자신을 보여주며, 붕어를 20마리 잡겠다는 공약을 세운다. 그리고 그 20마리를 잡을 수 있을까 하는 호기심으로 방송을 진행한다. 사실 엄청난 재미를 담보했다기 보다는 이경규라는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시청률로 이어졌다. 백종원이란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그를 스타로 만든 것과 마찬가지로.

 

 


그가 만약 낚시 콘텐츠를 처음에 들고 나왔다면 1위는 불가능 했을 것이다. 그러나 동물을 데리고 나와 자신의 안방에서 하는 것처럼 콘텐츠를 꾸민 첫 번째 방송이 그에 대한 매력지수를 급격히 올렸기 때문에 그의 후속방송에 대한 호기심은 증가할 수 있었다. 그는 '이경규'를 보여줌으로써, 인터넷 방송이 본질을 파악하고 또다시 '갓경규'라는 호칭을 얻었다. 과연 누가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여전히 이경규는 날카로운 시선을 가지고 있다. <무한도전> 예능총회에서 예능에대한 날카로운 분석과 동시에 치고 빠지는 능수능란함으로 예능감까지 보여준 이경규는 전체적인 예능의 흐름을 파악하는 동시에, 자신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를 정확히 알고 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필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정확히 파악하고 때론 주인공으로 때론 조연으로 활약하는 그의 예능감이 35년동안 지속되어 왔다는 사실은 과 연 혀를 내두르게 한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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