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 짝짓기 예능 프로그램 <짝>이 불미스러운 일로 폐지되고 난 후, SBS는 다시 일반인 맞선 프로그램 파일럿을 선보였다. 결방된 <불타는 청춘>을 대신해 방영된 <엄마야>가 그것. <엄마야>콘셉트는 일반 짝짓기 프로그램과는 조금 다르다. 바로 제목이 암시하듯, 딸 대신 엄마가 대신 맞선을 보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딸들도 그 자리에 동석하기는 하지만 프로그램 중반부가 될 때까지 남성들은 딸의 외모를 확인할 수 없다. 오직 엄마의 이야기를 듣고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는 것. 그러나 이 프로그램에 왠지 모를 불편한 기운이 감도는 것은 왜 일까.

 

 

 

 

여전히 독립하지 못한 성인들...맞선마저 ‘엄마’에 기대나

 

 

 

추연자들은 모두 성인이다. 그러나 본인 스스로 짝을 찾을 수 없는 것일까. 굳이 ‘엄마’를 데려와서 사윗감을 고른다는 콘셉트 자체가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여겨진다. 우리나라 문화의 특성상 자식과 부모의 애착관계는 성인이 되어서도 지속되는 경우가 많다. 그 탓에 결혼 문화 역시 집안과 집안끼리의 결합으로 생각되는 경우가 많고, 결혼하면서도 경제적인 독립을 하지 못하여 부모님께 손을 벌리게 되기도 한다. 배우자에 대한 부모님의 의견이 상당히 크게 개입될 수밖에 없는 문화다.

 

 

 

그러나 이런 문화가 좋기만 할까?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선택하지 못하고 결혼이라는 중요한 문제에서까지 부모님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개입된다는 것은 긍정적이지 못하다. 성인으로서 독립적이지 못하고 자신의 인생을 누군가에게 의지하여 살아가려 하는 것이 아직 미성숙한 의식을 그대로 상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탓에 ‘엄마’를 내세운 이 방송은 여전히 ‘누군가의 딸’로 머문, 덜 자란 성인들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지워버릴 수 없게 했다. 그들에게 필요해 보이는 것은 완벽한 신랑감이 아니라 본인의 짝 정도는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주체적인 삶의 방식이다.

 

 

 

‘사람’이 아닌 ‘스펙’...이럴거면 대화는 왜 나누나

 

 

엄마들이 신랑감을 선택하는 기준이나 남자들이 신붓감을 선택하는 기준 역시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엄마들은 ‘능력있는’ 사위를 보기를 원했고 남자들은 ‘예쁜’ 신붓감을 얻기를 원했다. 그 사람 자체로 알아가고 마음을 키울 시간 따위는 주어지지 않는다. ‘첫인상 선택’이라고 이름 붙여진 처음 엄마들의 선택부터 남자들의 현재 재력을 대강 파악해 볼 수 있는 정보들이 주어진다. 유학파, 건물주 등 ‘스펙’에 관련된 자극적인 단어들이 자막으로 강조되는 것도 물론이다.

 

 

 

츄러스 매장이 50개라는 사업가는 그가 어떤 인물이든 엄마들의 관심을 받고, 그는 딸들과 최초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을 선택하는 자리에서 미스코리아 출신이라는 출연진의 방을 선택한다. 그러나 생각보다 외모가 실망스러웠는지 최종선택에서는 결국 다른 여성을 선택하며 줏대 없는 모습을 보인다. “여성의 매력 포인트가 골반”이라고 대놓고 말하는 센스는 덤이다. 그의 선택을 받은 여성 출연자는 “대화를 나누지 못해 부담이 컸다”며 엄마가 그를 선택했음에도 그를 선택하지 않았다. 그 장면이 오히려 이 프로그램의 가장 볼만한 장면이었다는 것은 이 프로그램의 시청 포인트가 미묘하게 어긋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누가 커플이 될까 하는 호기심이 아니라 그들이 선택하는 기준에 대한 반발과 경멸이 더크다면 이 프로그램을 지속하는 의미가 과연 있을까.

 

 

 

 

진정성이 없는 사심 방송...우리가 남들 맞선도 지켜봐야 하나?

 

 

 

 

종영한 예능 프로그램 <짝>에서도 짝을 찾는 과정에서 내세우는 조건과 스펙은 불편함의 파문을 일으켰다. 또한 최종 커플로 이어졌다 해도, 결혼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일반인을 소재로 했다 하더라도 그들에게 진정성을 찾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 시청자들은 단순히 저들이 나와같은 유명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공감하지 않기 때문이다. 단순히 남들이 엄마를 데리고 나와 소개팅 하는 장면이 흥미로울 수 있을까. 그 안에는 공감할만한 스토리도, 마음을 울리는 감동도 없다. 그것을 인지하지 못한 제작진의 수준은 또다시 시대를 역행하는 프로그램을 낳고 말았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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