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금희가 결국 6월 30일 <아침마당>을 떠났다. 이금희는 무려 18년동안이나 <아침마당>의 안주인으로서 자리를 지켜왔기에 이런 결과는 시청자들에게 충격을 안겨주었다. KBS는 이금희의 하차 이유로 ‘제작비 절감’을 내세웠다. 이금희는 KBS 소속 아나운서가 아니라 프리랜서 아나운서기 때문에 제작비 상승에 일조하고 있다는 논리였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내부 아나운서를 활용하면 적은 비용으로 진행을 맡길 수 있다. 더군다나 이금희는 무려 18년동안이나 아침마당을 지켰다. 18년 동안 한 프로그램을 진행한 것만으로도 충분한 혜택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시청자들의 반응은 그 사실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아니다. 거의 한 목소리로 이금희의 하차에 대한 아쉬움과 이런 선택을 한 방송사에 대한 질책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그 이유는 <아침마당>의 정체성이 이금희라는 진행자로 비로소 완성됐기 때문이다. 이금희는 18녀동안 <아침마당>에 대한 이미지를 착실히 만들어 왔다. 때로는 공감하고 때로는 적절한 질문을 던지며 상대방과 호흡하는 이금희 존재감은 ‘편안하고 포근한’ <아침마당>만의 매력을 설명하는데 더없이 훌륭한 역할을 했던 것이다.

 

 

 

 

단순히 제작비 절감이나 시청률 등으로 이금희의 실적을 판단할 수 없는 이유가 그것이다. 18년동안 아침마당을 존속케 한 힘은 이금희라는 진행자의 공로가 컸기 때문이다. 그런 이금희에게 적절한 환송식도 없었다. 꽃다발 하나, 감동적인 세레모니 하나 없었던 마지막은 “언젠가 다시 보자”는 담담한 이금희 인사로 마무리되었다. 이후 <아침마당> 게시판은 비난으로 초토화 되었다.

 

 

 

 

<아침마당>의 마지막에는 진행자에 대한 어떠한 예우도 없었다. 단순히 18년동안 쓰고 버리는 소모품처럼 느껴지는 마지막에 시청자들은 더욱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단순히 출연료의 많고 적음을 떠나 18년동안 한결같이 구설수에 오르지도, 논란거리를 만들지도 않고 방송의 이미지를 지켜온 성실한 진행자에 대한 마지막 치고는 너무 초라했기 때문이다.

 

 

 

 

이런 이금희의 하차는 방송사의 입맛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한국 방송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외국의 경우는 어떨까. 무려 1986년부터 2011년까지 방영되었던 낮시간대 토크쇼 <오프라 윈프리 쇼>가 종영할 때, 아쉬움은 있었지만 비난여론은 없었다. 진행자 오프라 윈프리는 25년동안 최고의 영향력 있는 인사로 군림할 수 있었고, 자신의 방송국까지 거머쥐었다. <오프라 윈프리 쇼>의 마지막회는 무려 140만명의 신청자 중 선별된 404명의 관객들을 스튜디오에 초대했다. 이 중에는 오프라 윈프리의 초등학교 담임선생님, 절친, 유명인사, 열성 팬등 나름의 사연을 가지고 그 자리에 있는 인물이 대부분이었다. 마지막회의 게스트는 오프라 윈프리 자신. <오프라 윈프리 쇼>의 발자취를 보여주는 것은 물론, 오프라 윈프리의 소회를 들을 수 있는 시간도 마련되어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오프라 윈프리에게 가도록 했다.

 

 

 

<오프라 윈프리 쇼>는 압력이나 타의에 의해 종영된 것이 아닌, 오프라 윈프리의 선택에 의한 것이었다. 누구도 그 마지막에 대해 왈가왈부 할 수 없었던 이유가 그것이다. 화려한 여정에 걸맞는 마무리. 그런 의미있는 종영이라면 시청자들은 받아들일 수 있다.

 

 

 

 

<오프라 윈프리 쇼>뿐 아니라 자신의 이름을 건 진행자들이 진행하는 토크쇼는 미국에서 그 영향력이 대단하다. <데이비드 레터맨 쇼>는 무려 33년을 지속하다 종영했고, 현재 방영중인 <엘렌 드 제너러스 쇼>는 14년 째 방영중이다.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던 코난 오브라이언이 진행하는 <코난 오브라이언 쇼>역시 7년 째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밖에도 <지미 키벨 라이브> <제리 스피링거 쇼> <콜버트 리포트>등 다양한 토크쇼들이 진행자의 이름을 걸고 시청자와 다양한 주제로 호흡하고 있다.

 

 

 

<아침마당>은 물론 이금희의 이름을 건 토크쇼는 아니다. 게다가 한국의 예능과 미국의 예능을 단순히 비교할 수도 없다. 한국에 비해 미국의 토크쇼는 그 위상이 훨씬 더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말하고자 하는 것은 18년동안 진행을 맡아온 진행자에 대한 예우다. 이름을 걸지는 않았지만 이미 ‘아침마당=이금희’라는 공식은 시청자들의 뇌리에 박혀 있었다. 프로그램을 유지하면서 이금희라는 인물을 내보내는 것은 그동안 이금희가 쌓아온 이미지는 이용하고, 제작비는 절감하겠다는 얕은 수에 불과하다. 어느 프로그램이나 마지막은 있겠지만, 그 마지막에 대한 예의 정도는 제대로 갖출 수 있어야 한다. <아침마당>에서 18년을 함께 해 온 진행자에 대한 예의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것이 한국 방송계가 가진 한계다.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제 역할이 끝나면 소모품처럼 버려지는 단호함 속에서 시청자들은 그동안 이금희가 보여준 따듯한 경청과 포근한 목소리를 떠올린다. 그 이율배반적인 모습은 KBS라는 방송사에 대한 불신을 더욱 키우는 역할을 했을 뿐이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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