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의 음악예능이 제작되는 것을 보면 '음악'에 대한 예능의 의존도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높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음악예능에서 출시한 음원들은 그다지 큰 반응을 얻고 있지 못하다. 예능 시청률 1위에 빛나는 그 잘나가는 <복면가왕>마저 음원차트 '올킬'은 불가능하다. 그런 현상은 초창기 <나는 가수다>에서나 가능했다.  현재 예능에서 음원이 출시되면 '올킬'이 가능한 예능은 <무한도전>정도다. <무한도전>이 '무한도전 가요제'를 선보일 때마다 가수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그들이 내놓는 음악은 영향력이 있다.

 

 

 

 



그런데 <무한도전>이 아니라면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언니들의 슬램덩크>(이하 <슬램덩크>)가 해 냈다. '언니쓰'라는 이름으로 출범한 예능표 걸그룹의 노래가 전 음원차트 1위를 올킬하는 기염을 토해낸 것이다. 작곡을 맡은 박진영이 예상외의 흥행을 예감하기는 했지만 이정도 반응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이어 <뮤직뱅크>에 출연한 그들의 무대는 그대로 관심이 폭발했다. 언니쓰의 이런 성과는 괄목할만하다. 이는 <슬램덩크>가 가지고 있는 서사에 대한 시청자들의 호응이 폭발했음을 알려주는 신호탄이다. <슬램덩크>는 이로서 대세 예능으로서 성장할 기반을 만들었다.

 

 

 

 

 

 
일단 언니쓰의 탄생과정은 이러하다. <슬램덩크>의 출연진들은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는다. 그 중 하나인 민효린은 '걸그룹'이 되는 것을 자신의 목표로 삼았다. 어렸을 때부터 가수가 꿈이었다던 민효린의 한마디에 배우, 코미디언, 모델 겸 방송인, 가수등 다양한 구성으로 이루어진 멤버들은 한데 뭉쳐 걸그룹을 만들어야 하는 미션을 부여받는다. 얼핏 보면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인 것처럼 보이는 걸그룹이 어떻게 만들어질까에 대한 호기심이 생긴다. 특히 가장 나이가 많은 김숙과 라미란은 무려 42세다. 어리게는 10대부터 시작하는 걸그룹을 하기에는 지나치게 평균연령이 높다. 그들이 '그럴듯한' 걸그룹을 만들어 내는 것 자체가 난이도가 높은 일이다. 소녀시대의 멤버인 티파니와 가수 제시가 있다고 해도, 전혀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걸그룹을 만드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들이 전혀 다른 분야에 적응하기 위해 고군분투 하면서 꿈을 이루어야 할 당위성이 생겨났다. 춤이나 노래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그들이 제대로 된 걸그룹을 만들기 위해 박진영을 섭외하고, 그가 정해준 기준에 맞추려 노력하는 모습에서 스토리가 생겨났기 때문이었다. 다소 어설프지만 그들 하나 하나가 노력하는 과정은 어떤 때는 웃기고, 어떤 때는 감동적이었다.

 

 

 

 

 



배우 라미란이 기대 이상의 노래와 춤실력을 보여줄 때, 홍진경이 부족한 실력을 메우기 위해 남들보다 두 배 더 노력 할 때, 시청자들은 의외성에 감탄하기도 하고 어설픈 모습에 폭소를 터뜨리기도 하지만 결국 받는 것은 감동이다. 그들은 자신의 꿈이 아님에도 '민효린'의 꿈을 이루어 주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지적을 받는 상황들이 이어지지만 잘하고자 하는 열정을 버리지 않는 그들의 모습 속에서 시청자들은 함께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탄다.

 

 

 

 



스토리가 생긴 걸그룹에 대한 애정은 상상이상이다. 몇 년씩 트레이닝을 받는 걸그룹들에 비한다면 그들은 '급조된' 걸그룹에 불과하지만 그들이 보여주는 목표에 대한 도전은 감히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다.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끊임없는 자아 성찰과 서로를 독려하는 모습은 그들의 캐릭터 하나하나를 호감형으로 만든다. 신기하게도, <슬램덩크>에는 미묘한 여성들의 신경전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가끔씩 서로의 실력에 웃음을 터뜨리고 지적도 하지만, 그 지적은 서로를 깔아뭉개기 보다는 함께 호흡하기 위함이다. 그 지적을 받아들이고 더욱 고군분투하는 출연자들, 그리고 결국엔 서로를 독려하고 함께 성장하고자 하는 그들의 모습 속에서 시청자들은 그들의 '케미스트리'를 느낀다.

 

 

 

 



결국 서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그들의 마음 씀씀이는 프로그램의 결을 부드럽게 만든다. 자신이 더 잘나야 한다는 경쟁심리는 이 예능에서는 다른 세상 이야기다. 걸그룹을 목표로 삼은 꿈의 계주 민효린 역시 마찬가지다. 자신 때문에 고생하는 멤버들에게 미안해 하고 안타까워 하는 그의 모습은 도도할 것 같은 것모습을 기분좋게 배반한다. 경험자로서 멤버들을 이끌며 확실한 포인트를 잡으면서도 분위기를 부드럽게 이끌어가는 티파니의 인성역시 빛난다. 제시는 확실히 세고 자기주장이 강하지만 그만큼 솔직하고 꾸밈이 없다. 속내가 훤히 들여다보이면서도 때때로 약한 모습을 보이며 주변 사람들에게 애정을 드러내는 성격은 도저히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다. 라미란은 모든 상황 속에서 능력을 보이면서도 노력파인데다가 유머감각과 편안한 성품까지 갖췄다. 김숙 역시 주변인물들을 부각시켜주는 언변의 소유자인데다가 모두와 두루두루 편하게 지낼 수 있는 인격을 가지고 있다. 모든 멤버들이 각각의 매력을 소유하고 있으면서도 서로를 보완해주려고 노력하는 모습은 그간의 여자 예능이 가지지 못한 특장이라 할 수 있다.  

 

 

 

 



언니쓰는 이런 호흡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전제가 붙었다. 그렇기에 대중은 이들의 노래에 더 마음을 쏟게 되었다. 의도하고 뽑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여성들로 구성된 멤버들이 이런 식으로 케미스트리를 발산하는 것은 하나의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슬램덩크>는 여성들로 이루어진 예능 역시 적절한 콘셉트와 합이 좋은 멤버들만 있으면 성공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길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게 한다.  <슬램덩크>가 앞으로 출연자들이 차례차례 이뤄갈 꿈 속에서 역시 이런 '스토리'를 보여줄 수만 있다면 '음원 올킬'에 이어 여자 예능의 역사를 다시 쓰게 될지도 모른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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