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예진이 출연한 영화 <비밀은 없다>가 손예진 필모그래피 중 가장 저조한 성적을 거둔 영화로 기록되며 자존심을 구겼다. 손예진은 무비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출연한 영화가) 최소한 손익분기점은 넘겼으면 좋겠고 이건 모든 배우가 바라는 부분일 것”이라는 발언을 했다. 그동안 손예진이 출연한 영화들은 대부분 손익분기점을 넘기며 ‘믿고 보는’ 배우로서의 입지를 다지게 해주었다. 그러나 <비밀은 없다>는 손예진의 명성에 누가 될 만큼 저조한 성적으로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단순한 손예진의 흥행실패로 손예진의 ‘굴욕’을 속단하기는 이르다. 손예진은 그동안 <클래식>, <연애소설>,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 <내 머리속의 지우개>, <외출>, <연애의 정석>, <무방비 도시>, <아내가 결혼했다>, <백야행>, <오싹한 연애>, <타워>, <공범>, <해적, 바다로 간 사나이>, <나쁜 놈은 죽는다>등 다수의 영화에 출연했다. 장르도 로맨스 물, 스릴러 물, 코미디 등 다방면에 걸쳐서 활약을 해왔다. 이토록 꾸준히 자신의 작품을 내놓으며 대중과 호흡하는 여배우는 드물다. 특히나 여배우의 저변이 탄탄하지 못하고 남성위주의 시나리오 위주로 전개되는 충무로의 분위기 상, 이정도의 필모그래피를 가진다는 것은 거의 기적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청순하고 여린 분위기로 독보적인 이미지를 만들었던 초반에 비해 손예진은 ‘배우’로서의 커리어를 착실하게 쌓은 것이다.

 

 

 


 

드라마 역시 손예진의 이런 의도를 찾아볼 수 있는 작품들이 대다수다. 25살에 선보인 <연애시대>에서는 무려 이혼녀를 선택했다. 젊고 예쁜 여배우들이라면 당연히 피할만한 역할이었다. 헤어지고 나서 시작된 연애라는 콘셉트가 소구력을 가지느냐도 의문이었다. 그러나 <연애시대>는 여전히 회자되는 손예진의 대표작이 되었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연애시대>만이 표출해 낸 감성과 이야기 전개, 그리고 배우들의 호연은 드라마를 명품으로 기억되게 하기 충분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 이후 <스포트라이트>나 <상어>등, 손예진이 출연한 드라마 역시 손예진이라는 톱스타의 이름값에 비해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한 것은 사실이지만, 스토리와 캐릭터에서 여배우가 보여줄 수 있는 극단을 끌어낸 작품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단순히 ‘여주인공’이 아니라 그 안에 사연이 있고 확실한 캐릭터를 가진 ‘주인공’으로서 비춰질 수 있었던 것이다.

 

 

 


<비밀은 없다>역시 손예진의 의도를 명확히 파악할 수 있는 작품이다. 손예진은 JTBC <손석희의 뉴스룸>에 출연하여 “매너리즘에 빠져있었다. 배우는 어쩔 수 없이 자기 복제를 하곤 한다. 그런데 <비밀은 없다>는 매너리즘에서 벗어나게 한 영화다. 내가 봐도 처음 보는 내 모습들이 나온다"고 밝혔다. 손예진의 발언에서도 알 수 있듯, <비밀은 없다>의 출연은 손예진 본인의 연기패턴을 깨부수기 위한 일종의 ‘도전’인 셈이었다.

 

 

 


손예진의 말처럼 영화 안에서 손예진이 보여주는 캐릭터는 전형적이지 않다. 뉴스룸 인터뷰에서 손예진은 “딸을 잃어버렸을 때 엄마가 보여줄 수 있는 전형적인 극한의 슬픔, 표정등이 정형화 되어 있지 않다. 보시면 알 수 있다.”고 밝혔다. 그 말처럼 <비밀은 없다> 속의 손예진의 에너지는 기묘하다. 광기어린 눈빛을 내 뿜으며 정신적으로 피폐해져가는 한 여인의 모습은 ‘모성’이라기보다는 증오나 분노에 가깝다. 영화는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전개되며 관객의 뒤통수를 치지만, 사실 그 결말에 이르기까지의 톱니바퀴가 제대로 맞물려 있느냐는 의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예진이 표현한 인물에 대한 평가는 결코 박해서는 안된다. 손예진의 시선으로 전개되는 영화 속에서 손예진은 자신이 맡은 역할 이상의 역량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손예진은 이어서 "천만 영화는 욕심을 낸다고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해왔던 작품들이 대중의 사랑을 받았기는 하지만 <해적>을 제외하고는 천만을 노리고 기획한 예산이 큰 영화를 하지는 않았다."고 밝히며 흥행만을 목적으로 작품 선택을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 말대로 손예진의 필모그래피 속에는 여배우로서 보여줄 수 있는 최대치를 이끌어 내며 자신의 '매너리즘'을 타파하고, 여배우의 존재감을 보여줄 수 있는 역할을 손예진 스스로 선택해 온 것을 알 수 있다.  

 

 

 

 


손예진의 차기작 <덕혜옹주>에 손예진이 선택된 것 역시 결코 우연은 아니다. 실존인물로서 한 여인의 처절한 삶을 표현할 수 있는 배우, 그런 기대감이 손예진에게는 있기 때문이다. 손예진의 얼굴에는 사연이 있다. 어둠이 있는가 하면 한없이 밝은 빛도 엿보인다. 그늘진 모습과 해맑은 모습의 양 극단을 오가면서도 어색함이 없는 배우의 진폭은 손예진을 여배우로서의 정상에 자리에 서게 했다. 끊이지 않는 작품 활동 속에서 손예진이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을 지켜보는 것 만으로도 손예진이라는 배우의 존재 가치는 충분하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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