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연과 김희애 두 사람 모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40대 배우다. 그동안 다양한 필모그래피 속에서 연기력을 인정받은 배우들로 출연하는 작품마다 화제를 모을 수 있는 이름값을 가졌다. 감히 범접하기 힘든 커리어를 쌓은 그들의 연기는 역시 명불허전이다. <굿와이프> 속에서 김혜경으로 변신한 전도연과 <끝에서 두 번째 사랑>(이하<끝사랑>)에서 강민주로 변신한 김희애 모두 각자의 역할을 특유의 연기력으로 소화해 내고 있다. 그러나 평가는 극과 극이다. 전도연은 드라마 전반을 이끌어가는 주인공으로서 흠잡을 데 없는 연기라는 평을 받고 있지만 김희애의 연기는 어딘지 모르게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불편해 보인다.

 

 

 

 

 


 
<굿와이프>와 <끝사랑>에는 모두 로맨스가 가미되어 있다. 그러나 <굿와이프>와 <끝사랑>이 전개하는 로맨스는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 <굿와이프>는 첫 회부터 스타 검사로 추앙받던 김혜경이 남편 이태준(유지태 분) 의 '성상납 스캔들'로 인한 에피소드가 다뤄진다. 이에 수감된 남편을 대신하여 김혜경은 변호사로서의 커리어를 시작하게 된다.

 

 

 

 



로맨스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충격적이지만, 이태준의 삐뚤어진 사랑 방식은 묘하게 말초신경을 자극한다. 이태준의 실체를 알아가면서 직장상사이자 친구인 서중원(윤계상 분)에게 흔들리는 김혜경의 모습이 설득력있게 그려진다. 미드 원작답게 로맨스 역시 기존 한국 드라마에 비해 자극적으로 흘러가지만 동시에 세련된 느낌을 가미했다. 2~30대가 표현하지 못하는 느낌을 40대 특유의 감정선으로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굿와이프> 속 김혜경은 바람 핀 남편에게 환멸을 느끼지만 쉽사리 그를 포기하지 못한다. 그에대한 애증이 아직 정리되지 않은 탓도 있지만 이미 완성된 가정이 붕괴되어 아이들이 받을 상처도 걱정된다. 그러나 남편의 실체가 드러날수록 실망감은 커지기만 하고 자신에게 말해야 할 것을 숨기는 남편의 태도는 이해하기 힘들다. 그 과정에서 서중원과의 키스와 잠자리가 이어진다. 이미 아이와 남편이 있는 상황에서 이혼도 하기 전이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불륜이지만, 작품 속에서는 불륜이라는 사실이 아니라 감정의 변화에 집중해 그들의 상황을 이해하게 만든다. 40대의 로맨스에 빠져드는 이유다.

 

 

 

 

 



<끝사랑>은 표현법은 이와는 정반대다. <끝사랑>의 이야기 전개 방식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로맨틱 코미디와 전혀 다르지 않다.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의 나이만 제외한다면 로맨틱 코미디의 모든 공식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것이다. 남녀 주인공은 우연히 만나 티격태격하며 사랑을 싹틔우고 엉뚱한 여자 주인공의 모습은 남자주인공이 여자주인공에게 빠지게 만드는 결정적인 매력이다.
 

 

 

 

 

40대도 2~30대처럼 사랑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 사랑 표현 방식이 어쩐지 어색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김희애가 연기하는 40대의 통통튀는 매력은 오히려 주책처럼 보이고 가슴 설레는 사랑은 떨리기 보다는 어색해 공감이 가질 않는다. 특히 연하남으로 삼각관계를 형성하는 박준우(곽시양 분)와 김희애의 나이차이는 도무지 극복하기가 힘들다. 단순히 나이차이 때문이 아니라 드라마의 설득력이 문제다. 두 사람의 분위기가 제대로 잡히고 이야기의 전개가 공감이 간다면 로맨스도 설득력이 있다.

 

 

 

 



이미 김희애는 <밀회>에서 유아인과 무려 19살의 나이차를 극복하고 멜로라인을 선보인바가 있다. 그 때는 시청자들의 지지를 한 몸에 받았다. 그 멜로가 환영받을 수 있었던 것은 등장인물들이 나이를 부정하려 하지 않고,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에게 빠져드는 과정을 밀도있게 그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끝사랑>에서 김희애는 억지로 어려지려 고군분투한다. 귀엽고 사랑스럽게 보이기 위해 20대의 로맨스에 40대의 김희애가 구겨 넣어진 느낌이다. 김희애의 발랄함과 엉뚱함은 도무지 설득력이 없다. 그런 40대가 현실에 존재할지는 모르지만, 과연 매력적일까는 철저히 의문이 남기 때문이다.

 

 

 

 



등장인물들의 매력을 제대로 표출하고 이야기의 구조를 설득력있게 그렸다면 40대의 로맨틱코미디도 상당한 설득력이 있었을 것이다. 이 드라마의 원작인 일본 드라마에서는 같은 로맨틱 코미디여도 그 둘이 사랑하는 과정은 훨씬 더 설득력있게 표현되었다. 여주인공은 성공한 커리어 우먼으로 당당하게 그려졌고 남자 주인공은 좀 더 틀에 박힌 인물로 표현되었다. 각각의 전혀 다른 캐릭터들이 주고받는 만담형식의 대화나 공감가는 나레이션은 이 드라마의 백미로 여겨졌다.

 

 

 

 



김희애 지진희는 이 원작의 배우들 보다 연기력이나 비주얼에서 전혀 밀리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그 우위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뭔가가 어긋나버린 설정 안에서 김희애와 지진희 모두, 자신의 매력을 잃어버리는 참사가 일어나고 말았다.

 

 

 

 


40대의 사랑도 공감이 갈 수 있다. 그러나 한끗차이로 그 공감의 범위는 줄어들고 말았다. 같은 리메이크 작품이지만 어떤 식으로 표현이 되느냐가 가장 중요한 문제라는 것을 두 드라마의 공감도의 차이가 증명하고 있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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