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방이 아무리 한철 지난 이야기처럼 느껴진다하여도 여전히 시청자들은 먹장에 탐닉한다. 방송에 출연하는 스타셰프들의 음식점에는 여전히 예약이 어렵고 맛집으로 소개된 집은 30분은 기본으로 줄을 서서 먹기도 한다. ‘먹는 예능은 아직도 통하는 코드다. 예전 같지 않은 인기를 보여주고 있는 백종원은 이제 하고 있는 프로그램도 위태로워 보이지만 또다시 먹방을 주제로 한 예능을 들고 나왔다. 이름하여 <먹고 자고 먹고>(이하 <먹자먹>) .

 

 

 

 

 

<먹자먹>의 포인트는 역시 먹방이다. 그러나 <먹자먹>의 첫회에서는 보르네오의 아름다운 풍광을 그 배경으로 삼았다. 단순한 먹방을 넘어서 휴식의 개념으로서의 먹방을 펼쳐 보이고 있는 것이다. 백종원이 만든 음식을 먹고 세상을 다 가진 듯한 표정을 짓는 온유와 정채연은 그 순간만큼은 아이돌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은 것처럼 보인다. 그 프로그램 속에서도 여전히 체중계 위에서 자신의 체중을 걱정해야 하는 아이돌들이 이 프로그램의 주연으로 출연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평소 먹거리에 대한 강박이 클수록 그것을 내려놓았을 때 주는 쾌감 역시 크기 때문이다. 그 누가 맛있는 음식을 거부하고 싶겠는가. 인기를 위해 본능을 내려놓아야 하는 혹독한 환경 속에서 먹자먹이 선사하는 하루는 확실히 편안하고 안락해 보인다.

 

 

 

 

그러나 그들이 그렇게 맛있게 먹은 대가로 또 며칠을 굶어야 하는지 모르는 현실은 외면당한다. 먹는 것에서 만족을 느끼는 그 순간. 그 광경만이 의미 있는 것이다. 잠시 내려놓은 아이돌처럼 시청자들 역시 아름다운 풍광을 배경으로 맛있는 음식과 함께하는 그 순간에 힐링을 얻게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이런 시도는 처음이 아니다. 먹는 것으로 힐링을 찾으려 하는 현대인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프로그램은 여전히 인기다. <삼시세끼>는 그 중 가장 성공한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끼니를 어떻게 때우느냐다. 어떻게 해야 한 끼를 더욱 풍성하고 맛있는 음식으로 때울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과 생각만이 가득한 이 프로그램은 시즌이 반복되는 와중에서도 10%이상의 시청률을 올렸다. 나영석 pd 는 이서진, 에릭, 윤균상이 출연하는 다음 시즌 촬영을 이미 시작했다.

 

 

 

 

<삼시세끼>의 배경역시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시골이다. 시골의 한적하고 정감어린 분위기를 강조하고 출연진들은 가족 혹은 친척의 포지션을 부여받는다. 가족과의 한 끼 한 끼를 준비하기 위해 모두가 노력하는 장면은 느린 템포로 진행된다. 크게 포인트가 없을 것 같은 포맷이지만 바로 그 지점이 포인트다. 단순히 끼니로 뭘 먹을까에 대한 걱정만이 전부인 단순한 삶. 그 안에서 힐링이라는 단어는 또 등장한다.

 

 

 

 

포만감은 나른함과 편안함을 준다. 배부르게 한 끼를 먹으며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로망을 텔레비전이 보여주고 그 대가로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현대인들이 탐닉하는 유흥이 먹는 것에 얼마나 집중되어 있는가를 보여준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그 음식으로 허한 속을 채우는 바쁜 현대인들의 생활 속에서 먹방은 아직도 유효한 콘텐츠다. 빈속을 먹는 것으로 달래고 각종 sns에는 음식사진으로 행복함을 강조하려 하는 사람들의 심리는 먹방에서 힐링을 찾게 만들기에 이르렀다. 음식으로 마음속의 공허함이나 아픔마저 치유 받으려 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드라마에서도 나타난다. <혼술남녀>는 혼자 술을 먹는다는 뜻의 혼술이라는 신조어를 사용해 제목을 만들었다. 고단한 하루를 혼자 먹는 맥주나 소주로 달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요즘 추세를 감안한 것이다. 드라마 주인공들은 혼자 술을 마시며 마치 맥주광고처럼 시원한 목 넘김을 강조하고 소주 한잔에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 비록 이 드라마는 혼자 술을 먹는다는 뜻의 제목과는 달리 로맨틱 코미디로 남녀가 함께 사랑에 빠지는 연애물이지만 <혼술남녀>는 웃음 포인트를 제대로 잡으며 시트콤에 가까운 웃음을 선사하고, 혼술을 하는 심리묘사까지 그럴듯하게 그려내며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지겨운 먹방 속에서도 여전히 시청자들은 음식에 탐닉하고 단순히 직접 먹는 것을 넘어 보는 것으로도 포만감을 느끼고자 한다. 내가 먹지는 않더라도 누군가가 대신 먹어주는 것만으로 느끼는 대리만족. 이 감정을 예능과 드라마들은 놓치지 않고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추세가 물론 이해되기는 하지만 현대인들이 마음을 달랠 곳이 음식에만 한정되어 있다는 사실에 마음 한 구석에는 안타까움이 들기도 한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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