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닥터 김사부>(이하 <낭만닥터>)는 21년만에 현대극 드라마에 출연하는 한석규는 물론 대세배우 유연석과 서현진이 등장한다.  배우들의 무게 만드로도 굉장한 존재감을 자랑하는 드라마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일단 연기에 구멍이 없을 것이라는 신뢰만으로도 흥미를 끌어 모으는 작품이라는 것은 엄청난 장점이다. 또 의사인가 싶을 만큼 흔한 소재에 식상함을 느낄 수도 있으나 세 배우의 조합만으로도 엄청난 시너지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품게 만드는 것이다.

 

 

 

 


또한 의사는 흔한 소재인 이유가 있을 만큼 가장 큰 흥행 코드다. 일단 수술이 필요한 극적인 상황과 긴박한 장면을 연출하기가 용이하고 캐릭터를 만들기도 상대적으로 쉽다. <낭만닥터>는 경쟁작인 <캐리어를 끄는 여자>와 <우리 집에 사는 남자>모두 10%를 넘기지 못하며 다소 아쉬운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화제성만으로 무난히 시청률 1위를 차지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시청률이 끝까지 유지되는 동시에 드라마에 호평이 쏟아질 수 있는가에 관한 것이다.

 

 

 

 

 

의사가 흥행 코드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나치게 반복되는 소재이다보니 다소 식상한 느낌을 지워버리기는 힘들다. 올해만 해도 SBS에서 <닥터스>가 8월 까지 방영되었다. 동 방송사에서 3개월도 채 안되어또 의학 드라마를 들고 돌아온 것은 피로감이 느껴지는 일이다.  <낭만닥터>를 연출한 유인식 PD 역시 “<닥터스>와의 편성 시기가 멀지 않아 부담이 됐었다”면서 “말하고자 하는 바가 완전히 다르진 않겠지만 이를 나타내는 방법이 다를 것”이라는 이야기를 꺼냈다. 그만큼 관건은 얼만큼 시청자들이 이 드라마에서 식상함보다는 신선함을 발견하느냐 하는 것이다. 식상한 소재여도 이야기를 잘 풀어내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좋은 배우들을 바탕으로 승부수를 던진 <낭만닥터>가 새로운 의학 드라마 까지는 아니더라도 잘 만들어진 의학 드라마로서의 결과를 도출해 낼지가 관건인 것이다.

 

 

 

 


<닥터스>는 불량학생으로 살던 여학생이 의사가 된다는 설정으로 캐릭터를 구축했다. 첫회부터 깡패를 제압하는 여주인공의 모습은 다소 황당했지만 시선을 끌어 모으기는 충분했다. 이처럼 의사라는 소재가 식상한만큼, 그 캐릭터를 어떻게 표현해 내는가 하는 것이 가장 큰 고민거리다. 이미 의사 캐릭터는 활용될 만큼 활용되었다. 천재 의사라는 설정은 이미 흔하디 흔한 설정이고 평범한 의사를 넘어 자폐증에 걸린 의사까지 등장했다. 의학 드라마의 반복이 끊임없었던 만큼 캐릭터 역시 나올 수 있을 만큼 나온 상황인 것이다.

 

 

 


 

이런 상황속에서 여전히 회자되는 캐릭터를 꼽자면 <하얀거탑>의 장준혁(김명민 분)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 드라마 원작인 <하얀거탑>은 그동안 한국 드라마가 표방해 왔던 의학 드라마와는 질감이 달랐다. 주로 주인공들이 연애하는 데 활용되거나, 주인공의 특별함을 부각시키는 재료로 사용되었던 의사라는 설정이 <하얀거탑>에서는 달랐기 때문이었다.

 

 

 

 


 

외과 과장에 집착하는 주인공 장준혁은 지독히도 속물적이고 비열하게까지 그려진다. 성공과 출세에 목이 말라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주인공을 통해 병원 내부 구조의 불합리함과 권력다툼, 그리고 인술로서의 의술이 아닌, 성공을 위해 도구적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의학계의 현실을 회색 터치로 그려낸 것이다.

 

 

 

 


주인공은 물론 뛰어난 수술 실력을 가지고 있지만 그 수술 실력이 그를 설명하는 대표적인 캐릭터성은 아니다. 그는 수술 실력을 자신의 영달을 위한 기반으로 삼을 뿐이다. 다른 사람이 살고 죽는 문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수술을 성공시킴으로써 자신의 이름값이 올라가고 높은 자리에 설 수 있는 그 지점이 중요할 뿐이다.

 

 

 


보통 사람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하는 의사 캐릭터가 주인공으로서 가치가 높게 평가되기 마련이다. 그만큼 주인공에 대한 호감도가 증가하고 감동을 끌어 내기도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코 긍정적이지 않은 사고 방식을 지닌 캐릭터를 내세워 <하얀거탑>은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장준혁이라는 인물이 성공을 위해 달려가는 과정 속에서 겪어야 하는 일들이 오히려 인간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누구나 마음속에 욕망은 있고, 기회만 있으면 그 욕망을 이루고 싶다. 피도 눈물도 없는 악역이 아니라, 현실에 발을 들이고 그 현실을 자기의 힘으로 극복하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하려는 인간 장준혁에게 사람들은 오히려 공감했다.

 

 

 

 


이는 완벽하게 캐릭터를 설명해 낸 김명민의 뛰어난 연기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김명민은 <불멸의 이순신> 이후 <하얀거탑>을 통해 연기의 신이라는 평가를 다시 한 번 획득하며 이름값을 높였다. 이 모든 것이 캐릭터와 연기력의 환상적인 조합 때문이었다. 

 

 

 

 


<낭만닥터> 역시 관건은 캐릭터다. <낭만닥터>의 내용 자체보다도 배우들에게 주목도가 높은 것 또한 이들이 어떤 연기를 보여줄까에 관한 기대감이 크기 때문이다. 이미 등장할만큼 등장한 의사 캐릭터 속에서 다시 한 번 주목을 받을만한 캐릭터가 탄생할 것인가. 연기력이라면 이미 정평이 나 있는 한석규가 의사 캐릭터의 한 획을 그을 수 있을지, <낭만닥터>의 첫 방송이 기대된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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