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스타 전지현과 이민호가 출연하고 스타작가 박지은이 집필한 <푸른바다의 전설>(이하 <푸른바다>)은 방영 전부터 엄청난 기대작이었다. 그 기대를 충족시키듯, <푸른바다>의 첫회는 16.4%(닐슨코리아)의 시청률을 올리며 호쾌하게 출발했다. <별에서 온 그대>(이하 <별그대>) 이후 다시 한 번 폭발력을 자랑하는 초대박 드라마의 탄생을 기대해 볼 수 있는 수치였다.

 

 

 

 


그러나 중반부를 넘어서 후반부로 달려가는 <푸른바다>는 여전히 16%대다. 6회에서 18.9%(닐슨코리아)로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이후에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여전히 압도적인 스코어로 동시간대 1위를 달리고 있지만 톱스타들과 스타작가가 의기투합하고 제작비만 220억을 투입한 드라마로서는 시청률이 아쉽기만 하다. <별그대>에 비해서 화제성도 당연히 떨어진다. 중국의 한한령으로 인해 수출도 여의치 않은 상황 속에서 애가 타는 성적인 것만큼은 확실하다. <푸른바다>는 왜 제 2의 <별그대>가 되는데 실패했을까.

 

 

 

 

 

 

 

<푸른바다>의 구심점은 인어라는 정체를 숨기고 있는 심청(전지현 분)으로부터 시작된다. 한국 최초의 야담집인 ‘어우야담’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푸른바다>의 내용은 안데르센의 인어공주에 더 닮아있다. 왕자를 사랑한 인어가 뭍으로 올라온다는 것, 그리고 왕자의 사랑을 받지 못하면 세상에서 사라져 버린다는 내용은 이미 익숙하다. 물론 결말까지 새드 엔딩일리 없지만 말이다. 이 익숙한 설정을 뒤집는 것은 드라마 속 전개 과정이다. 그러나 <푸른바다>는 스토리 구조상에서 의외성을 잃어버리며 문제를 드러냈다.

 

 

 

 


<푸른바다>는 전생과 현생을 교차 편집하여 운명적인 사랑의 느낌을 강조했다. <별그대>와 동일한 구성이다. 그러나 과거의 사랑이 단순히 400년을 산 외계인의 경험과 주인공의 환생 정도로 묘사되는 <별그대>와는 달리 <푸른바다>는 좀 더 현재와 긴밀하게 연결 되어 있다. 과거의 위기와 사건이 현재에도 반복된다는 설정으로 과거의 악인이 현재에도 등장한다. 그러나 이 구성이 긴밀히 연결되어 긴장감을 증폭시키느냐는 질문에는 섣불리 그렇다고 대답할 수 없다. 외려 과거의 이야기는 현재의 이야기의 흐름을 끊기게 만든다. 이야기를 하나로 관통하는 스토리의 부재가 가장 결정적인 문제다. 나름대로 스토리는 있지만 지나치게 뻔하다.과거의 이야기 구조와 현재의 이야기 구조 모두 평이하게 전개되는 것이다.

 

 

 

 


과거에는 인어라는 존재로 인해 갈등이 생기고, 주인공들이 생명의 위협을 느끼게 된다. 현재는 유산 상속 문제등이 추가되었지만 위기는 그다지 다른 모양새를 띄고 있지 못하다. 말하자면 같은 내용이 두 번 반복되는 셈이다. 결말까지 예상이 가능한 이야기를 굳이 한 번 더 반복하고 있는 느낌을 지워버릴 수 없다. 그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과정이 새롭다면 또 모르지만 아쉽게도 <푸른바다>에서는 그런 새로운 기지는 찾아 볼 수 없다.

 

 

 

 

 

이 빈약한 이야기 구조를 채우는 것이 바로 캐릭터다. 주인공 캐릭터 중 사기꾼 허준재(이민호분) 보다 중요한 것은 심청의 위치다. 심청은 바다에서 육지로 올라온 인어로, 인간과는 다른 존재다. 주요 에피소드는 그런 그를 중심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자면 인간계에 처음 적응해야 하는 인어의 고군분투가 그것이다. 인어는 인간 말을 배우고, 인간 문화를 체득해 나간다. 그런 과정에서 잘못 이해한 상황 때문에 벌어지는 코믹 코드는 분명 이 드라마에서 가장 큰 장점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그런 코드로만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것은 한계가 있다. 분명 그런 코드들은 이야기 기승전결의 지루함을 탈피하게 해주는 요소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런 부분이 더 강조되는 것은 이야기의 흐름이 그만큼 확고하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메인보다는 곁다리 중심의 스토리가 이어지는 느낌을 지워버릴 수 없다. 전지현의 원맨쇼가 되어가는 것 또한 달갑지 않은 현상이다.

 

 

 

 

남자 주인공인 허준재의 사기꾼이라는 직업역시 제대로 활용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사기꾼으로서의 정체성 자체게 모호하기 때문이다. 그냥 나쁜 것인지, 아니면 정의로운 사기꾼인지자체가 불확실하니 그가 치는 사기에 응원을 하거나 긴장감을 느끼는 것 자체가 무리다. 너(너무 쉽게 라이터 불꽃 만으로 최면을 거는 판타지 같은 설정은 차치하고라도 말이다.)  확실하게 통쾌하거나 치밀하지 못한 사기행각은 드라마의 재미를 오히려 저해한다. 사기를 쳐 악을 응징하는 것도 아니고, 치밀한 전략으로 이야기의 흐름을 흥미진진하게 만들지도 못한다. 결국 이야기의 흐름은 더욱 심청이에게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문제는 이 심청 캐릭터가 전지현이 그동안 보여준 ‘엽기녀’ 캐릭터의 연장선상에 있으면서도 오히려 퇴보했다는 것이다. <엽기적인 그녀>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전지현은 <도둑들>과 <별에서 온 그대>로 제 2의 전성기를 맞았다. <도둑들>의 예니콜, <별에서 온 그대>의 천송이 모두 발랄하고 엉뚱하며 자신감 넘치는 <엽기적인 그녀>의 이미지를 그대로 차용한 캐릭터였다. 캐릭터는 물론 코믹함까지 모두 넘볼 수 있는 캐릭터로서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것이다.

 

 

 


그러나 심청은 이들보다 훨씬 주체적이지 못하다. 육지로 올라온 것은 오직 ‘남자 때문’이며 사랑을 위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 줄 준비가 된 희생적인 캐릭터다. 문제는 그런 캐릭터로서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데는 성공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오히려 육지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엽기적이지만 귀여운’ 행동들을 나열하는 캐릭터가 더 부각되었다. <엽기적인 그녀>처럼 엉뚱하고 발랄한 캐릭터를 그대로 보여주면서 당차고 자신감넘치며 자기 주관이 뚜렷한 여성상은 포기했다. 시청자들이 전지현의 그런 캐릭터에 매력을 느끼기엔 이미 매력적인 전지현의 엽기녀는 너무 자주 반복되어 왔다. 예전보다 마이너스 된 캐릭터를 사랑하기에 시청자들의 눈은 높아졌다.

 

 

 

 


연쇄 살인마까지 등장하며 주인공들은 목숨의 위협을 받지만 어쩐지 그 위협에는 긴장감이 없다. 이야기의 흐름이 그만큼 루즈하다는 얘기다. 여기에 캐릭터마저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물론 중박이라고 볼 수 있는 성적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막대한 제작비와 전지현, 이민호 그리고 박지은의 이름값을 이 드라마가 제대로 살렸느냐 하는 지점에 있어서 아쉬움은 더욱 크게만 남는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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