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내 동시간대 1위를 차지하고 20%도 돌파했다. <푸른바다의 전설>(이하 <푸른바다>)은 흥행작 반열에 충분히 이름을 올릴 수 있는 드라마로서의 요건을 갖췄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푸른바다>를 보며 느낀 재미만큼이나 아쉬움 역시 존재한다. <푸른바다>는 히트메이커 박지은 작가의 극본과 톱스타 전지현 이민호의 조합으로 확실히 승기를 잡았지만 그 이상의 파급력을 만들어내는데는 실패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전지현, 독보적인 여배우의 개성

 

 

 

 


 

<푸른바다>는 애초에 전지현의 이미지를 극대화 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설정을 가지고 시작했다. 인어에 대한 사람들이 갖는 환상, 이를테면 늘씬한 몸매에 매끈한 피부, 아름다운 외모등 모든 판타지를 충족시키기에 전지현만큼 적절한 인물도 없기 때문이다. 전지현은 드라마가 방영되는 내내 아름다움을 유지해야 하는 책임을 다해낸다. 늘어난 티셔츠와 헐렁한 트레이닝 바지를 입었을 때 조차 전지현은 역시 전지현이다. 아무렇게나 헝클어트린 머리카락조차 스타일리쉬해 보이는 아름다운 배우는 드라마 전반에 걸쳐서 가장 훌륭한 이미지 메이킹 소재로 활용된다.

 

 

 

 

 

 

 

전지현은 체력을 많이 요하는 수중촬영은 물론이고, 인간계에 적응하지 못해 망가지는 연기까지 다채로운 매력을 선보인다. 그 모든 활약은 전지현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독보적인 여배우의 개성은 드라마를 견인하는 가장 큰 무기였다. 20회 내내 동시간대 1위를 차지하면서 흥행을 이끌 수 있었던 것 역시 전지현에게 가장 큰 빚을 지고 있다.

 

 

 

 


그러나 전지현의 활용에 있어서 아쉬운 점 또한 존재한다. 전지현의 ‘인어’는 이전 전지현이 보여주었던 이미지들의 재활용에 가깝다. 아름답고 관능적인 인어로서의 모습이나, 인간세상에서 보여주는 ‘엽기적인’ 모습 등, 전지현에게 덧씌워진 이미지를 다시 한 번 리바이벌 하는 데서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전지현의 캐릭터 확장이라기 보다는 캐릭터의 답습이라 할만하다.

 

 

 

 

 

 

 

또한 인어 ‘심청’ 캐릭터가 단순히 ‘사랑’만을 좇는 캐릭터로 주체성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도 아쉬운 점이다. 심청의 행동의 근원은 육지로 올라오는 것부터 금전적인 재정난을 겪는 것 까지 허준재(이민호 분)를 향한 일편단심에서 시작되고 허준재와의 사랑을 이루는 것만이 목표다. 그동안 다양한 작품을 통해 직설적이고 주체적인 여성상을 그려왔던 박지은 작가의 캐릭터와는 대비되는 지점이 바로 이곳이다. 인어의 능력을 제외하고는 아무 것도 가진게 없기 때문에 남성이 없으면 살아가기 힘든 설정 자체가 트렌드와는 다소 동떨어지는 느낌을 주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지현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전지현이라는 배우의 독보적인 개성만큼은 이 드라마를 통해 얼마든지 확인할 수 있었다. 

 

 

 

 


전지현의 매력에 비해 아쉬운 나머지 캐릭터

 

 

 


전지현의 독보적 매력에 비한다면 이민호의 캐릭터 활용은 다소 아쉽다. 이민호가 맡은 허준재라는 캐릭터는 외모, 두뇌, 집안까지 모두 갖춘 왕자님 캐릭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기꾼이라는 직업은 그의 매력을 오히려 떨어지게 만든다. 1~2회에서 보여주는 사기 장면들은 그의 매력을 설득시키기에는 오히려 부족하다. 특히 라이터 불빛을 가지고 최면을 거는 등의 다소 황당한 설정은 판타지로 넘어가기에는 큰 물음표를 던지는 장면이다. 사기를 치는 장면이 치밀하게 계산되어 있지 않다보니, 캐릭터의 매력을 살리는데도 여의치가 않았다. 심청을 보호해주는 역할 이상의 캐릭터로서 활약이 두드러지지 않았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마지막회로 다가갈수록 이야기의 흐름이 남자 주인공쪽으로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남자 주인공에게 힘이 실리지 않는다.

 

 

 

 

 

 

이는 악역을 맡은 마대영(성동일 분)과 강서희(황신혜)가 그만큼 긴장감을 자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마대영은 연쇄살인마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에게 그다지 큰 위협이 되지 못한다. 한차례 남자 주인공과 몸싸움을 벌이고 두 세차례 여주인공을 쫓는 추격전을 벌이지만, 거대한 존재감으로 그들을 압박해 오지 못하는 것이다. 남자 주인공에게는 힘으로 밀리고, 여주인공에게는 기억을 빼앗긴다. 우위에 있는 쪽은 언제나 주인공이다.

 

 

 


강서희 는 이보다는 더 위협적이기는 하지만, ‘못된’ 것을 넘어 ‘무서울’ 정도의 위협이 되지는 못한다. 주인공의 모든 것을 빼앗고 주인공을 죽이려 하지만 그 모든 상황들 속에서 강서희는 주인공들을 충분히 몰아세우는데는 실패했다.  갈등의 가장 큰 축인 두 캐릭터가 강렬한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그나마도 가장 큰 갈등 소재인 악역들의 이야기가 끝나자마자 시청률은 오히려 떨어졌다. 마지막회 시청률이 가장 높은 것이 일반적인 것과 달리, <푸른바다>의 마지막회는 18%대로 떨어진 것이다. 이건 흔하지 않은 경우다. <푸른바다>는 첫회의 높은 관심에 힘입어 엄청난 흥행작으로서의 기대를 안고 시작했지만 중반으로 다가갈수록 시청률이 답보상태거나 오히려 떨어지는 상황을 마주하고 말았다. 애초에 쉬워보이는 고지였던 20%를 넘는 것도 힘겨운 싸움이었다. 캐릭터에 대한 관심도 <별에서 온 그대>에 비한다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드라마 속에서 캐릭터가 아닌, 전지현이나 이민호가 보였다는 것은 확실한 포인트를 만들어 내지 못했다는 뜻에 대한 반증이다. <별에서 온 그대>의 도민준이나 천송이라는 이름이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 것과는 달리, 심청이나 허준재는 어쩐지 입에 붙지 않는다. 배우의 이미지를 적극 활용한 것은 좋았지만 캐릭터의 확장과 스토리의 탄탄함을 느끼기엔 부족했다. 높은 기대감 때문에 손해를 본 탓일까. <푸른바다>가 더 보여줄 수 있었던 매력이 아쉽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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