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애가 <대장금>이후 무려 13년만에 컴백작으로 선택한 작품 <사임당-빛의 일기>(이하 <사임당>)은 이영애의 변화된 정체성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다분한 작품이다. 13년 전, 영민하고 호기심 많으며 마음이 따듯한 장금이는 현명하고 주체성이 강하며 가족을 이끌어가는 사임당이 되었다. 13년이라는 세월 동안 이영애도 나이가 들고 결혼을 했고, 아이도 낳았다. 그러나 여전히 단아하고 우아한 모습을 간직한 이영애의 이미지는 사임당을 통해 고스란히 재현된다.

 

 

 

 

 

그러나 <사임당>은 이영애의 컴백작에 200억 대작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할만큼 대중의 관심선상에서 멀어져가고 있다. 초반에는 그나마 비난이라도 받았으나 회차가 진행될수록 화제성이 점점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16%로 시작한 시청률은 9%까대까지 떨어졌다. 앞으로도 더 오르기 힘들어 보인다. 지난 2월 21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한국인이 좋아하는 프로그램’조사에서도 20위권 내에도 순위를 올리지 못했다. 한마디로 대작의 ‘굴욕’이라고 할 수 있는 수치다.

 

 

 


이에 <사임당>측은 급히 9, 10회를 압축한 스페셜 방송을 준비하는 등, 시청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지만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문제는 방영하는 스토리가 어렵거나 난해하다는 것이 아니다. 스토리가 지나치게 평이하다는 것이 결정적인 문제다. 타입슬립 소재를 쓴 것도 멜로 색을 입힌 것도 모두 지나치게 뻔하다. 사임당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특별함을 느낄 수가 없는 것이다. 열심히 그림을 그리면서 예술혼을 불태우지만, 그의 삶에 좀처럼 동화되지 않는다. 이야기는 밍숭맹숭해지고 캐릭터들은 예측 가능한 행동만을 한다. 더군다나 현대로 넘어와 전개되는 이야기는 오히려 사임당에 대한 집중력을 떨어뜨린다. 딱히 엄청나게 졸작이라고 평하기는 힘들지만, 그렇다고 뭔가 다른 것을 기대할 수 있는 작품이라 말하기도 힘들다. 결국 봐도 그만, 안 봐도 그만인 평이한 드라마 이상의 파급력을 가지기 힘든 작품인 것이다.

 

 

 

 


이는 누구보다 이영애에게 뼈아픈 한 수다. 드라마는 그 누구보다 이영애를 중심으로 홍보되었다. <대장금>으로 명실상부 한류스타가 된 이영애가 그동안 가정에 집중하다가 선택한 작품에 드라마 최초로 ‘신사임당’의 생애를 다루겠다는 포부도 돋보였다. 이영애의 신사임당이었기에 드라마는 더욱 기대가 될 수 있었다. 이영애는 <친절한 금자씨>처럼 연기 변신을 시도하기 보다는 그에게 주어진 이미지를 더욱 증폭시킬 수 있는 방향을 선택했다. 의도는 뻔히 보였지만 이영애였기에 그 의도를 알면서도 기대를 하게 됐다. 방영시기가 미뤄지면서 홍보도 충분히 이루어졌다. 이영애가 있었기에 200억이라는 투자 금액도 가능할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신사임당이 도저히 성공이라 부르기 어려운 성적표를 받아들면서 가장 곤혹스럽다. 작품이 잘 되면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이 배우지만, 안 됐을 경우 가장 이미지의 타격을 입는 것도 배우다. 그것은 이영애같은 톱스타에게는 필연적인 숙명같은 일이다. 제작비의 꽤 큰 부분을 차지하는 그의 출연료는 그런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 대가라고 할 수 있다.

 

 

 

 

 

 

10년만에 안방극장에 컴백한 톱스타 고소영 역시 웃을 수만은 없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고소영은 <완벽한 아내>에서 여전히 주인공을 맡을 수 있을만큼 여전히 화제성이 있다. 그러나 ‘장동건의 아내’라는 타이틀로는 부족했던 모양이다. 시청률은 처참해도 너무나 처참하다. 첫회 시청률 3.9%로 시작하여 4.9%까지 올랐지만, 여전히 5%도 안 되는 시청률에 동시간대 꼴지다. 경쟁작 <피고인>과 <역적-백성을 훔친 도적>역시 상승세라는 점도 미래를 더욱 어둡게 만든다.  

 

 

 

 


 

일단 우려스러웠던 연기에 있어서는 합격점을 받았다. 도도한 톱스타 이미지가 강한 것에 비해 망가지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연기톤은 안정적이었다. 여전히 관리가 잘 된 얼굴과 몸매는 비현실적이었지만, 연기에 있어서만큼은 공백에도 불구하고 노력한 흔적이 엿보였다. 드라마의 전개 역시 지루하지 않다.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그 사건에 휘말리는 주인공은 지고지순하거나 답답하기 보다는 시원한 말투로 한 방을 날린다.

 

 

 

 


 

그러나 문제는 이 드라마 역시, 그리 새롭지 않다는 것이다. 일단 고소영은 공백기 전에도 확실한 흥행작으로 각인된 기록이 거의 없다. 영화가 아닌 드라마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연기력 논란에 시달린 적도 있을 정도로, 연기적으로도 인정받았다고 하기 어렵다. 고소영의 컴백은대중이 바라고 기대하는 지점에서 이뤄지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드라마는 남편의 바람과 연하남의 등장이라는 뻔한 패턴으로 흐른다. 물론 이은희(조여정 분)같은 캐릭터가 등장해 정체를 숨기며 미스터리함을 남기지만 드라마의 흐름을 바꿀 정도라고 할 수는 없다.

 

 

 


아줌마의 인생 전환 스토리는 이미 지겹도록 봐왔다. 물론 그 뻔한 스토리 속에서도 드라마는 나름대로의 내러티브로 흥미를 이끄는 부분이 있지만 대대적인 관심을 촉발할 만큼의 재미를 담보하지는 않는다. 처음부터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눈길을 끄는 소재가 아니라는 얘기다. 결국 ‘나름대로의 웰메이드’ 이상을 벗어나기 힘든 소재라고 할 수 있다.

 

 

 

 


톱스타 마케팅으로 어느정도의 화제성은 이끌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드라마의 구성이다. 이영애와 고소영조차 초반의 홍보 효과로는 유효할지 몰라도 드라마의 꺼져가는 불씨를 살릴 수 있을 리 없다. 10년이 넘도록 두문불출 했던 톱스타들의 컴백은 가장 중요한 것이 톱스타들의 이미지가 아닌 바로 드라마 그 자체라는 것을 다시 확인했을 뿐이었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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