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에서 새로운 얼굴을 찾아 새로운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시도는 계속되어 왔다. 그러나 어쩐지 여성이 주축이 되는 예능을 찾아보기는 힘들었다. 그동안 충분하지는 않아도, 꾸준히 시도되어 왔음에도 여성을 필두로 한 예능의 성공 사례를 찾아보기는 힘들었다. 최근 <미운 우리새끼>에서 스타들의 엄마들이 주목받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지만, 예능에서 소비되는 그들의 정체성은 ‘여성’이라기 보다는 ‘가족’으로서다.

 

 

 

 

 

최근 시즌을 새로 시작한 <언니들의 슬램덩크>(이하<슬램덩크>)와 <하숙집 딸들>은 그런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의 캐릭터를 강조하는 프로그램이다. <슬램덩크>속에서는 홍진영, 공민지, 전소미 같은 가수들은 물론, 강예원과 한채영이라는 여배우들까지 등장했다. <하숙집 딸들>은 아예 여배우들을 전면에 내세워 이미숙, 이다해, 박시연, 장신영, 윤소이가 주축이 된다. 물론 박수홍과 이수근도 함께 출연하지만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역할이다.

 

 

 

 


<슬램덩크>의 한채영은 노래와 춤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망가지는 캐릭터고 <하숙집 딸들>속 여배우들도 각종 게임을 통해 몸 개그를 선보이며 웃음을 이끌어 내려 노력한다. 한채영의 털털한 성격이나 매력은 강조되었을지 모르나 문제는 아무리 망가지고자 해도 전혀 공감가지 않는 예능의 내러티브에 있다.

 

 

 

 


 

 

 

 


여배우들이 어설프게 춤추는 모습이나 긴 젓가락으로 짜장면을 집어 먹거나, 촛바람으로 촛불을 끄는 장면들이 재미가 없는 이유는, 그들이 망가지고자 해도 포기할 수 없는 여성 연예인, 특히 배우로서의 정체성이 있기 때문이다. ‘예쁜’ 연예인이 털털한 모습을 보인다는 콘셉트는 이미 너무 많이 반복되어 온 소재다. 예를 들면 여배우들은 화장을 지운 민낯을 보이는 것만으로도 화제가 된다. 화장을 지워도 예쁘고, 망가져도 귀여운 캐릭터들은 그들의 아름다움을 더욱 부각시킨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무슨짓을 해도 ‘예쁘다’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는 것은 예능에 있어서는 치명타다.

 

 

 


예능계가 남성 중심으로 돌아가는 와중에도 주목받는 여성 예능인들의 존재가 끊임없이 발견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그들은 ‘여성’의 캐릭터를 강조하며 성공한 사례들이라고 할 수 없다. 오히려 여성성을 탈피하며 스토리를 만들어 내는 사람만이 여성 예능인으로서 가치를 부여받는 것이다. 예를들면 이국주나 박나래, 장도연, 김숙 같은 캐릭터가 그렇다. 그들은 얼굴에 실리콘을 덧대어 붙이고 웃기는 분장을 하거나, 몸을 희화화 하거나, 강한 힘을 자랑하거나, ‘가모장’이라는 캐릭터를 끌어 오면서 성공할 수 있었다. 단순히 ‘예쁜’ 역할에 국한된 것은 예능인에게 있어서는 결코 반가운 일이 아니다. <진짜 사나이>의 이시영 역시 보통 여성들보다 월등한 체력과 웬만한 군필자들 보다 더한 근성을 보였다는 지점이 주목받았다.

 

 

 

 


결국 캐릭터 뿐 아니라 체력까지 남성이 망가지는 것 이상으로 망가지고 남성이 힘을 쓰는 것 이상으로 힘을 보여주는 캐릭터만이 여성 캐릭터로서 주목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아무리 남녀가 평등한 존재라고는 하지만 타고난 힘이나 신체적인 부분이 다를 수밖에 없는 여성들에게는 다소 돌파가 힘든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여배우들의 예능에서 여배우들의 캐릭터가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예쁘지만 망가지는 캐릭터는 결국 ‘예쁜’ 캐릭터의 확장에 불과하다. 이시영처럼 화장을 모두 지우고 체력이나 암기력에서 월등한 모습을 보이는 적극성을 여배우들에게 모두 기대하기는 힘들다. <슬램덩크>나 <하숙집 딸들>역시 그런 한계를 극복하는 스토리 구조가 아니다. 여전히 꽃처럼 예쁘게 화장을 하고 세팅이 완벽한 헤어스타일로 등장하는 여배우들은 아름답지만, 예능의 이야기를 발전시키지 못한다.

 

 

 


이것은 여배우들의 문제 이전에 예능의 이야기 구조 자체의 한계다. 그러나 그 한계 역시 여배우들이라는 장벽에 가로막힌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장벽을 인정하면서도 새로운 캐릭터나 이야깃거리를 만들 수 있었느냐하는 지점에서 두 예능 모두 성공했다고 보기 어렵다. 단순히 여배우들이 출연하여 망가지거나 오버 액션을 취한다고 하여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안일한 기획에서 여배우들이라는 새로운 얼굴들이 등장해봤자, 예능의 성공공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결국 한계만 보여준 ‘여배우 예능’은 여전히 여성 캐릭터의 활용에 있어서 큰 선입견과 편견이 존재하고, 그리고 그 선입견과 편견을 뛰어넘을 생각이 없는 캐릭터만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