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드라마 속 눈에 띄는 여배우들이 있다. 독보적인 매력으로 드라마의 활력을 불어넣는 두 배우, 이유리와 박보영의 상반된 매력을 분석해 봤다.



연민정을 벗어버린 또다른 변신, <아버지가 이상해>의 이유리

 

 

 


이유리가 대중에게 확실하게 각인된 것은 <왔다! 장보리>의 악역, ‘연민정’이라는 역할을 맡게 되면서였다. 악역이면서도 주연보다 더한 존재감을 보인 이유리는 그 전까지 가지고 있었던 ‘참한 맏며느리 상’의 여배우 이미지를 한 방에 전환시키며 주목받았다. 연민정 이후 선택한 드라마 에서도 이유리는 연민정만큼은 아니지만, 마냥 착하고 순한 역할을 맡지 않는다. <슈퍼대디 열>에서는 까칠한 성격을 가진 시한부 의사 역을 맡았고 <천상의 약속>에서는 1인 2역을 맡아 복수극을 보여주었다. 이유리는 맡는 역할마다 흠잡을 데 없는 연기력을 보여주었으나 연민정을 뛰어넘는 캐릭터를 구축하는데는 성공했다고 보기 어렵다.

 

 

 


‘악역’으로 성공을 거머쥐었지만 이미지가 악역으로 한정되어 각인 되는 것은 배우에게있어 좋은 일이 아니다. 이유리는 <힐링캠프>에 출연하여  “그래도 영숙이면, 영숙이 이렇게 인물의 이름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이냐. 이름도 없는 단역 친구들에게는 그것조차 꿈일 것.”이라며 긍정적인 에너지를 보여주었지만 이유리라는 배우의 활용도가 ‘연민정’으로 대상을 수상한 이후 오히려 줄어들었다는 것은 ‘배우 낭비’에 가까웠다.

 

 

 


그런 이유리가 주말극 <아버지가 이상해>로 다시 돌아왔다. <아버지가 이상해>는 이제 겨우  극 초반이지만 오랜만에 웰메이드 KBS 주말극을 보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자아내게 하는 작품이다. 일단 막장 요소가 없고, 출연진들의 캐릭터 설정이 확실하며, 그 안에서 일어나는 갈등 요소가 코믹하면서도 재미를 느끼게 만들어 준다.  

 

 

 


이유리는 <아버지가 이상해>에서 대형 로펌의 변호사, 변해영역을 맡았다. 스타일 좋다는 동료의 칭찬에 "늘 제 모습이잖아요"라며 당당하게 대답하거나, 자신의 명품백을 말도 없이 들고 나간 동생의 실크 원피스를 물에 빠트리는 장면은 그의 냉철하고 당당한 모습을 설명하는 장면이다. 뿐만 아니라 “회사에 보기 힘든 사람이 있다.”는 동생의 고민 상담에 “누구는 회사가 편하기만 할 것 같냐. 너 그 회사 아니면 다른데 합격한 데라도 있냐. 정신 차리고 똑바로 회사나 다녀라.”라며 독설을 내뿜는 모습은 ‘센언니’로서의 캐릭터를 그대로 드러냈다. 너무나 독한 말로 상대를 가뿐하게 제압하여 상처입게 만드는 문제있는 화법을 지녔지만 틀린말을 하지 않는 탓에 반박을 할 수도 없게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아버지가 이상해> 속 변해영은 까칠하게 느껴지지만 정도에서 벗어나지 않는 캐릭터로, 때로는 소맥을 마시고 전 연인과 육탄전을 벌이다가 하룻밤을 보내게 되는 허당 면모도 보인다. '순하다' '러블리하다'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멀지만, 그렇다고 마냥 밉지 않는 까칠함. 연민정과는 또 다른 '센언니'가 이유리에게 맞춤옷을 입은 것 처럼 잘 어울린다. 까칠한 캐릭터지만 연민정의 연장선상에 있는 캐릭터가 아닌, 정도를 벗어나지 않는 우리 주변에 있을법한 캐릭터인 것이다.

 

 

 


이유리는 연민정을 누구보다 잘 표현해 낸 것 처럼, 이 캐릭터 역시 본연의 색깔로 녹여내 드라마 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활약을 보여준다. 남매들과의 합은 물론, 전 연인으로 나오는 차정환(류수영 분)과의 어울림 역시 엄지를 치켜세울만 하다. 연기력으로 드라마 초반을 책임지고 있는 이유리의 내공이 돋보이는 순간이다.  

 

 

 


<힘센여자 도봉순> 장르가 박보영? 보고 있으면 사랑스럽다.

 

 

 


 

매회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JTBC 최고 시청률 드라마 등극도 꿈만은 아닌 <힘센여자 도봉순>은, 11시 드라마라는 불리한 조건에서도 엄청난 성과를 냈다. 그러나 뜯어본다면 <도봉순>의 이야기 구조는 촘촘하지 못하다. 도봉순이 슈퍼맨처럼 ‘힘이 센’ 캐릭터라는 설정까지는 좋았지만, 그 힘을 발휘하게 만들기 위해 마주치는 사건들은 그저 우연의 연속이고, 살인사건까지 일어나는 상황속에서도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데는 실패한다.

 

 

 


안민혁(박형식 분)과의 러브라인 역시 다소 뜬금없이 전개된다. 갑자기 ‘같이 자자’며 집으로 끌고 오거나, 함께 누워 “엄마는 사람이 죽으면 별이 된다고 했다”고 고백하는 장면도 난데없다. 남자 주인공에게 애틋함을 부여하기 위한 설정이라기엔 갑자기 툭 튀어나온 장면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대사의 의외성이나 캐릭터의 재기발랄함 역시 ‘힘 센’ 도봉순이라는 설정을 제외하면 그다지 확실한 포인트를 찾기 힘들다. 도봉순이 골을 부릴 정도로 ‘갑질’을 한다는 안민혁은 따져보자면 도봉순에게 맞춰주기만 한다.

 

 

상사를 대놓고 노려보거나 앞에서 불만을 표출하는 직장 환경을 두고 ‘갑질’이라 부르기는 어렵다. 도봉순의 불만을 이해하게 만들기 위한 설정 역시 엉성하다. 어두운 사건과 밝은 러브라인이 동시에 전개되는 이야기의 기승전결 역시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고 볼 수는 없다. 범죄자는 엄청나게 위협적이지 못하고 극 스토리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지도 않는다. 안민혁이 받는 협박 역시 시청자를 압박할 만큼 심각한 사안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마음만 먹었다면 충분히 안민혁을 살해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오히려 봐주고 있는 느낌이랄까. 회가 갈수록 이 엉성함은 도드라진다.

 

 

 

 

그러나 이 엉성함을 메우는 것이 바로 배우의 힘이다. 그저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사랑스러운 박보영과 박형식 커플은 이 드라마의 엉성한 구조를 용서하게 만든다. 특히 ‘장르가 박보영’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로맨틱 코미디에 특화된 모습을 보이는 박보영의 연기력은 이 드라마의 시청률을 견인하는 1등 공신이다. 아무 생각 없이 보고 있으면 배우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는 것이다. 드라마의 유쾌함과 사랑스러운 분위기를 표현하는데 있어서 박보영만큼 적역인 배우가 또 있을까.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스토리의 힘이지만, 배우가 견인할 수 있는 부분이 얼마나 큰지를 알려주는 것이 바로 <도봉순>이라는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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