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에서 연애는 끊임없는 화두다. 지금도 <우리 결혼했어요><님과 함께-최고의 사랑><불타는 청춘> 등 콘셉트만 약간 다른 비슷한 프로그램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내 귀의 캔디> 역시 그 중 하나다. 그러나 <내 귀에 캔디>는 상대방을 인지하지 못한 채, 전화 통화를 한다는 콘셉트로 전형성을 탈피했다. 상대방을 만나지 못한 채, 목소리만 들으며 서로 통화하는 것은 오히려 얼굴을 마주했을 때 보다 감정을 주고받는 것이 가식적이지 않은 것처럼 느껴진다.

 

 

 

 



<내 귀의 캔디>는 전화를 하는 상대방의 얼굴은 물론, 이름도 모른다. 오로지 아는 건 목소리 뿐. 서로에 대한 편견이 없는 상태에서 상대에 대한 정보를 대화로만 알아낼 수 있다. 얼굴도 모르는 이성과의 통화는 분명 마음을 설레게 하는 부분이 있다. 상대방의 목소리에 설레는 연예인들의 모습은 얼핏 그동안 답습해 왔던 가상 연애 프로그램의 변주다. 그러나 그들이 주고받는 대화는 '연애' 보다는 '힐링'에 가깝다. 

 

 

 


 
삶이란 간단하게 생각하면 간단하지만 내 마음이 복잡할 때는 버거운 순간이 있다. 그러나 마음에 품은 아픔을 그대로 드러내는 일은 쉽지 않다. 오히려 감정을 숨겨야 성숙한 사람이라고 여겨지는 까닭에 너무 솔직하면 부끄럽게 느껴지는 것이다. 핸드폰 전화번호 목록을 수차례 훑어 보지만 누구에게도 섣불리 전화를 걸 수가 없는 순간에는, 더욱 외롭다. 친한 사람이라고 모든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들에게 내 속마음을 꺼내 보이기 어려울 때도 있다. 그런 이야기들이 상대방의 정체를 모를 때, 더 편하게 나올 때도 있다. <내 귀의 캔디>는 그런 분위기를 조성한다. 물론 출연자들의 감정이나 대화가 진심인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적어도 그런 느낌을 주었다는 데 의의가 크다. 때때로 그들은 대화만으로도 눈물을 흘린다.

 

 

 

 



그렇지만 결국 만나지 않는 그들의 관계는 더 이상 발전되기 힘들다. 오히려 정체를 몰랐을 때 보다 정체를 알고 난 후, 그들에게는 벽이 생긴다. 본명을 사용하지 말아야 하고, 반말을 해야 한다는 룰이 있었던 탓에 상대방의 이미지를 마음대로 상상하며 편하게 대화를 하던 그들이, 정체를 알고 나면 상대방의 막연한 이미지는 실체화 되고 지켜야 할 예의라는 것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귀의 캔디>는 더 이상의 이야기를 가지기 힘들었다. 1%대의 다소 아쉬운 시청률은 그런 벽을 대변하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준기와 그의 캔디 박민영의 대화는 이제까지의 패턴과는 조금 다른 형태를 취했다. 한국이 아닌 이탈리아로 무대를 옮긴 그들은 이국에서 각자 여행하며 서로와 전화통화를 하며 그 여행에 대한 감정을 주고 받는다. 특히 이준기는 다른 출연자들 보다 한 걸음 더 상대방에게 다가간다. 이야기를 리드해가며 상대방에 대한 호기심을 표현하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다정한 대화법으로 정말 서로 알아가는 연인의 모습을 연출한다. 박민영 역시 그런 이준기에 뒤지지 않을만큼 매력적인 대화법으로 서로간에 케미스트리를 폭발시킨다. 전화 통화만으로도 서로에 대한 관심을 키워가는 그들의 이야기는 마치 새로운 로맨스를 보는 것 같다.

 

 

 


 
정체를 눈치채지 못하는 이준기에게 "10년 전에 만난 적이 있다"는 힌트를 흘리는 박민영의 말은 그들의 재회를 더욱 로맨틱하게 만든다. 10년 만에 이어진 인연이라는 점이 가슴을 설레게 하는 요소가 되는 것이다. 이준기는 좀 더 적극적으로 "만나고 싶다. 만나러 가겠다."는 말을 던지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그들의 관계가 단순히 '힐링'이 아니라 좀 더 연애 감정에 가깝워 지도록 만든다.

 

 

 



마지막 회, 상대방의 정체를 눈치 채지 못한 척 했던 이준기가 "민영아, 행복해."라는 말을 던질 때, 오는 설렘은 다른 예능에서는 미처 캐치하지 못한 성질의 것이다. 자신을 알아봐준 것에 감동해 눈물을 흘리는 박민영의 감정이 그대로 전해지는 장면 속에서, 시청자들은 '만나지 않아도' 성사되는 로맨스를 목격한다. 정체가 밝혀지자 존댓말을 쓰는 박민영에게 '반말하라. 홍삼이로 대해주라'고 말하는 이준기는 정체가 알려진 후 만들어지는 벽을 허문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두 사람은 영화처럼 딱 한 번 만난다. 그러나 이탈리아를 풍광으로 서로 마주보는 두 사람은 예능 역사상 가장 로맨틱한 장면을 만들어낸다. 그 흔한 스킨쉽도, 애정표현도 없지만 마주 바라보는 두 사람의 눈빛만으로도 예능에서 가장 완벽한 로맨스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로맨틱 코미디가 들어오지 않는다는 이준기의 말이 무색할 정도로 설레는 감정을 표현할 줄 아는 이준기의 재발견이라고 할 수 있었다. 현실에서든 드라마에서든 두 사람의 로맨스를 더 연장해 보고 싶게 만드는 순간이었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