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스 101>(이하<프듀>) 시즌2가 남자 연습생으로 새롭게 돌아왔다. 시즌1은 프로그램 방영 전부터 누가 11명에 들어갈 것인가가 화제가 되었고, 시즌1이 탄생시킨 걸그룹 IOI는 음원과 음반, 팬덤 모두 좋은 성과를 거두며 성공사례로 남았다. 그러나 안을 들여다보면 마냥 그들의 데뷔가 ‘성공적’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프듀>는 처음부터 출연자들의 상품성에 집중한다. 11명의 소녀들을 뽑기 위해  완벽한 대형으로 연습생들을 늘어놓고 자신을 뽑아달라며 ‘pick me'를 부르는 모습은 마치 인형가게에 전시되어 선택되기를 기다리는 인형을 떠올리게 만든다. 자신의 ‘취향’에 맞는 후보를 찍는 방식은 그들이 보여주는 무대나 개성보다는, TV의 노출도에 더욱 큰 영향을 받도록 만든다.

 

 

 

 

 

 

101명의 소녀들의 분량을 공평하게 배분하는 것 자체가 애초에 불가능하고 그들의 매력 역시 심층적이기 보다는 피상적으로 표현된다.  아무리 연예계도 시장논리에 따라 돌아가는 곳이고 방송시간의 한계가 있다지만, 오디션 프로그램에서조차 그런 논리가 강요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어딘지 모르게 불쾌하지만, 또 묘한 쾌감을 자극하기도 한다. 내가 '뽑아줘야' 선택될 수 있는 인형같은 참가자들에 대한 관심은 시즌1의 성공을 이끈 원동력이다. 

 

 

 


애초에 그들은 출발점부터 차이가 난다. 시즌1에서 1위를 차지한 전소미는 이미 JYP걸그룹 만들기 프로젝트 TV프로그램인 <식스틴>에 출연해 팬덤을 확보한 상태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1위 아니면 2위를 기록하던 그는 결국 1위로 프로그램을 마무리 짓는다. 이를테면 금수저와 흙수저의 경쟁과도 같다. 또한 특정 멤버에게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는  프로그램을 진지한 소녀들의 꿈의 장이 아닌, 소비자들이 선택하는 기념품 가게 쯤으로 분위기를 몰고 가는 포인트다. 

 

 

 

 

 

 

프로그램 내내 각종 잡음과 논란이 인 것은 덤이었다. 악마의 편집을 해도 명예훼손등의 이의를 제기할 수 없게 만들어 놓은 계약서의 불공정 조항이 논란이 되었으며 출연자들의 출연료가 0원이라는 사실 역시 도저히 납득하기 힘든 일이다. 데뷔라는 미끼를 이용해 TV출연 기회를 제공하고 이익을 누린 것은, 방송사측의 철저한 이기심이다. 또한 중간에 중복 투표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투표 방식의 오류 등은 이 프로그램의 허술함을 그대로 대변하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제성’이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소녀들은 자신들의 꿈을 저당잡힐 수밖에 없었다. <프듀>를 통해 만들어진 그룹 IOI는 인기를 끌 수 있었고, 아이돌 그룹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 속에서도 유리한 출발고지를 점할 수 있었다. IOI는 1년이라는 활동기간 내내 걸그룹으로서 꽤 괜찮은 성적표를 거뒀다.

 

 

 

그러나 이 시한부 활동기간에서도 역시 잡음은 발생했다. 다른 소속사 출신들로 이루어진 걸그룹이었던 탓에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맞물렸고, 일부는 IOI 활동중에 다른 걸그룹으로 데뷔하는 등,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행보를 보였다. 우여곡절 끝에 콘서트를 끝으로 활동은 마무리 되었지만, IOI출신 멤버들을 내세워 만든 걸그룹은 또 다른 시험대에 올라야 한다. IOI로 인기를 얻은 멤버들은 주목도가 있지만, 그들이 새로 만든 걸그룹을 흥행시키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결국 '프로젝트 그룹'으로 얻은 인기를 IOI가 아닌 다른 그룹을 위해 기꺼이 다시 이용해도 성공을 담보할 수 없다. 기획력이 부족하고 자금이 부족한 소속사 출신이라면 더욱 성공은 요원하다.

 

 

 


시즌1을 성공시킨 제작진은 이번에도 같은 방식으로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러나 처음부터 그룹별로 나눠서 화장실에 가게 하거나, 연습시간을 통제했다는 인권 논란이 일었다. 이에 PD는 “절대 그런 적 없다. 부당한 느낌을 갖게 하지 않으려 노력한다.”고 해명했으나, 갑의 위치에 있는 PD의 해명을 곧이 곧대로 믿기에는 여전히 찝찝함이 남는다. 게다가 출연료등의 문제는 시즌1때 처럼 여전히 진행형이다.

 

 

 

 

 

 

<프듀>의 정체성을 가장 잘 대변하고 있는 인물은 홍보에 적극적으로 이용되고 있는 장문복이다. 장문복은 과거 <슈퍼스타 K>에 출연해 다소 황당한 랩실력으로 각종 유머 사이트에 올라가며 유명세를 탄 인물이다.  네티즌들은 그를 힙통령(힙합+대통령)이라 부르며 패러디에 열을 올렸고 장문복은  지금까지 <SNL>등에서까지 패러디되며 개그 소재로 사용된다.

 

 

 


이런 화제성은 그가 소속사를 찾고 <프듀>에 까지 출연하게 만드는 등, 호재로 작용했지만 그를 대하는 시청자들의 방식은 <프듀>의 문제점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다. 장문복에 대한 관심은 그의 실력에 대한 조롱으로부터 출발했다. 이어 그 조롱이 ‘웃음’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그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이 생겨났다. 그의 실질적인 실력이 아닌, ‘황당함’에서 출발한 관심은 엄밀히 말해 실력이 우선시 되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적합한 것이라 볼 수 없다. 

 

 

 


물론 장문복에게 쏟아지는 관심은 부정적인 것 보다는 긍정적인 것에 가깝다. 그러나 그런 관심은 <프듀>의 이미지를 그대로 반영한다. 마치 상품처럼 소비되는 참가자들에게 진정한 실력과 그로부터 오는 감동은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그저 화제성을 위시한 ‘재미’가 가장 큰 핵심인 것이다. 벌써부터 인터넷에서는 ‘보지도 않고 무조건 장문복을 찍겠다’는 반응이 개그 소재로 사용되는 현상을 보인다. 이런 말이 통용될 수 있는 것 자체가 <프듀>의 참가자들이 어떻게 소비되는가를 명백하게 보여주는 일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데뷔기회라는 달콤한 속삭임은 101명의 연습생들을 한 자리에 불러 모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러나 과연 그 속에서 <프듀>는 정말 적절한 연습생들의 희망이 될 수 있는가. 물론 현실은 경쟁이다. 그러나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조차 그 기회를 위해 인권이나 꿈이 저당 잡혀 불공정 경쟁을 강요당하는 모습은 달갑지 않은 일이다. 흥행을 위해 ‘상품’처럼 소비되는 그들의 현실은 ‘아이돌 데뷔’라는 화려함 뒤에 숨은 가혹함을 견뎌야 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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