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 방청형 코미디의 몰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아이디어의 고갈이다. <개그 콘서트>(이하<개콘>)의 성공으로 <웃음을 찾는 사람들>(이하<웃찾사>), <개그야>, <코미디 빅리그>등의 프로그램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지만, 파이가 커진 만큼 아이디어 싸움도 치열해졌다. 공개 방청 코미디는 여럿이지만 기본적으로는 프로그램의 스타일이 완전히 다르기 어렵다. 관객이 있고, 무대 위에서 코미디언들이 공연을 하는 형식이 기본이기 때문에 그 안에서 코미디언들의 역량이나 아이디어는 공개 방청 코미디의 가장 주요한 흥행코드다. 이제까지 공개 방청 코미디의 흥행 방식 역시, 코너의 성공과 더불어 이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현재 공개방청 코미디는 예전만큼 웃음을 담보하지 못하다. <개콘>이 대표적인 예다. 코너가 바뀐다 하더라도 비슷한 개그를 사용한 탓에 오랜 시간동안  반복된 패턴이 시청자들에게 읽히는 탓도 크지만 아이디어의 혁신이 없는 탓도 컸다. 한 번 비틀어 의외의 장면에서 웃음을 터뜨리게 만드는 반전이 없고, 코미디는 어느 순간 외모 비하와 자학개그로 변질되기 시작했다. 이에 정치·사회 등의 풍자를 시작했지만 1차원적인 풍자는 코미디보다는 시사에 가까웠다. SNL의 <미운우리 프로듀스 101>처럼 한번쯤 상황을 비틀어 캐릭터를 만들고 웃음을 창출하는 개그가 아닌, 상황을 그대로 재연하는 수준의 풍자는 오히려 비판을 받았다.

 

 

 

 


하락세 <개콘>....900회 특집의 게스트들 문제 있었나.

 

 

 


이 모든 상황 속에서도 <개콘>은 900회 특집을 맞았다. 하락세라지만 여전히 <개콘>은 가장 유명한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이 때, 뜬금없는 논란이 터졌다. 바로 개그맨 정종철이  SNS에 “아는 동생이  ‘<개콘> 레전드19 중 8개가 형 코너라고 자랑스럽다’며 ‘그런데 형은 900회 왜 안 나왔어?’라고 묻는데 할 말이 없네요. ‘개그콘서트’는 제작진이 만드는 것은 맞지만 제작진들만이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라는 글을 올리면서 부터다.

 

 

 


정종철은 <개콘>전성기 시절부터 ‘옥동자’ ‘마빡이’등 다양한 캐릭터를 만들어 <개콘>의 부흥과 함께 한 코미디언이었다. 레전드 코너에 수차례 꼽히고도 초대받지 못한 것에 대하여 그는 서운함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었다. 나중에는 임혁필이 “<개콘>과 상관 없는 유재석만 나왔다”는 코멘트를 덧붙이며 더욱 논란이 심화되었다.

 

 

 


 

그러나 정종철의 ‘개인적인 서운함’을 대중이 공감하지 못한 까닭이 있다. 물론 최근 하락세를 겪고 있는 <개콘>의 시스템 자체가 창의성을 독려하고, 코미디언들에게 기회를 제대로 제공하는가에 대한 의문은 있다. 그러나 <개콘>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와 900회 특집 초대손님은 철저히 다른 문제다.

 

 

 


 

과거에도 <개콘>은 특집 방송에 게스트들을 많이 섭외하여 코너에 투입하고는 했다. 한마디로 이벤트성이다. 유재석등 화려한 게스트가 출연한 900회 특집은 오랜만에 두 자릿수 시청률을 넘기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유재석은 녹화 이후에도 회식과 치킨을 사비로 계산하는 등의 미담도 전해졌다. 공개 코미디의 발전을 위해 기꺼이 시간을 내준 게스트들의 존재감이 빛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임혁필 이전에 시작된 정종철의 ‘찬물 끼얹기’는 논점의 본질부터 잘못되었다. <개콘>특집에 자신을 부르지 않았다는 점에 대한 분노기 때문이다. <개콘>이 어떤 게스트를 섭외하느냐는 전적으로 그들에게 달린 문제다. 정종철을 부르지 않았다고 하여 ‘예의’가 없다고 보기도 힘들다. 그런식으로 따지자면 <개콘>을 처음 시작한 김미화나 초창기 멤버인 심현섭등도 초대되지 않은 것도 문제를 삼을 수 있다. 자신이 섭외되지 않은 상황을 두고 개인적으로 실망스러울 수는 있으나, 그것을 마치 <개콘>측의 편협함이나 잘못인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명백한 논점 흐리기에 불과하다.

 

 

 


정종철은 <개콘>이 아직 전성기에 있을 무렵, 박준형과 함께 타 방송사 프로그램인 <웃찾사>로 자리를 옮겼다. <웃찾사>측에서 <개콘>의 스타였던 정종철과 박준형에 대한 화제성을 원했고, 큰 계약금을 제시했으며 그들은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개콘>입장에서는 배신일 수 있는 일이다. 비슷한 공개 코미디 방식에 <개콘>의 성공을 모방한 것이 분명한 프로그램에 간판 출연자였던 그들이 덜컥 출연하는 것이 달가울 리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방송사측은 그에 대하여 공식 입장을 내고 그들에게 서운함을 표현한 적이 없었다. 한 마디로 철저한 ‘비지니스 관계’이기 때문이다. 내심 서운하더라도 더 나은 조건으로 타 방송사로 옮긴 그들을 비난할 근거는 없다.

 

 

 


 

같은 맥락에서 그들역시 <개콘>을 비난할 권리 같은 건 없다. 초대받지 못한 것이 억울하다 하더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일이다. <웃찾사>로 옮길 때는 ‘비즈니스 관계’지만 갑자기 지금은 ‘<개콘>의 개국공신’ ‘코미디언 선후배’ 관계를 따지려고 하는 것 자체가 앞뒤가 안 맞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정종철의 말처럼 ‘떠나고 싶어서 떠난 것이 아니’라 해도 마찬가지다. 어떤 사정이든 사회생활에서 그 디테일한 사정까지 누군가에게 이해 받을 수는 없다. 각종 이해관계가 얽혀 있었다 해도, 어쨌든 <개콘>을 나와 새로운 길을 걸은 것은 정종철이다. 그에 대한 책임 역시 그에게 있다.

 

 

 



<웃찾사> 종영....새로운 코미디를 만들지 못한 대가

 

 



정종철은 이어 회생이 불투명한 <웃찾사> 종영에 대해서도 글을 올렸다. “부탁드리고싶습니다. 후배들의 무대를 없애지 말아 주십시오.”라는 그의 간곡한 부탁은 이번에도 힘을 얻지 못했다. 그 이유는 <웃찾사> 자체가 그만큼의 화제성이 없기 때문이다. 정종철은 “ '개그콘서트' 18년, '웃찾사' 14년. 그동안 우리는 안 해 본 형식의 코너가 없을만큼 많은 코너들을 만들었고 고민했습니다.”라며 코미디언들의 노력을 강조했지만 노력에도 불구하고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새로운 방향성을 모색해야 한다.

 

 

 


그간 정종철은 변화하는 트렌드 속에서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했다. 공개 방청형 코미디에 대한 관심이 사라지는 와중에서 자신의 독보적인 캐릭터를 만들어 예능의 트렌드에 적합한 인물로서 성장하지 못한 것이다. <웃찾사> 14년간 사라져가는 공개 코미디의 불씨를 살릴만한 독보적인 코너 역시 탄생하지 않았다. 이제 <웃찾사>는 거의 모든 사람의 관심선상에서 멀어졌다. 폐지가 딱히 아쉬운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방송사 입장에서도 더 이상 <웃찾사>라는 카드를 쥐고 있을 이유가 없다.

 

 

 

 

정종철과 함께 <개콘>을 나온 박준형은 2015년 <사람이 좋다>에서 <웃찾사>로 옮긴 것에 대해 "조금 더 준비를 많이 했어야 하는 부분이고 사실을 반성을 많이 했다"면서 "개그가 규모가 조금 더 커지려면 다른 프로그램이 떴었어야 한다. 그런데 준비 없이 나왔다. 그런 것에 대한 책임이 조금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후회를 내비쳤다. 한마디로 그들의 행보에는 실수가 있었고, 그 실수는 14년 후인 지금에도 수정되지 않았다. 결국 그들이 원하는 기회는 스스로 만들어 내지 못한 것이다. 

 

 

 


공감을 얻지 못하는 개그는 사장된다. 가혹하다해도 그것이 개그계의 생리다. 그들이 원하는 대로 상황이 흘러가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만 해서는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지 못한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그들에게 공감을 해 줄만한 시청자들의 관심이다. 그러나 그 관심은 그들이 시청자들에게 던진 코미디가 마음을 울릴 때만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그들이 만들어 내지 못한 코미디에 대한 관심은, 그들의 말 조차 개인적인 푸념으로 들리게 만들 뿐이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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