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우와 최강희가 주연을 맡은 <추리의 여왕>은 추리라는 소재에 여성 탐정을 내세웠다. 보통 추리물이나 수사물에서는 여성의 역할이 크지 않다. 끔직한 범죄의 현장에서 사건을 해결하는 주체는 주로 남성이다. 주로 여성은 이를 보조하거나 주변인으로만 등장한다. <추리의 여왕>은 그러나 타이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추리의 주체가 여성이 되는 드라마다. 단순히 여성을 넘어 '흙수저'에 가까운 캐릭터다. 엘리트나 전문적인 트레이닝을 받은 여성이 아닌, 뛰어난 추리력을 갖고 있으나 아무 ‘스펙’이 없는 아줌마다. 평범한 아줌마가 사건을 해결한다는 지점은 분명 수사물의 전형성을 뒤집는 설정이다. 그러나 과연 <추리의 여왕>은 추리의 과정에서 여주인공을 ‘여왕’으로 만들었을까.

 

 

 



시즌2 염두해 둔 마지막 회...적절했나?

 

 

 

 

 

 

<추리의 여왕>은 마지막회까지 통쾌한 사건의 해결을 보여주지 않는다. 여자 주인공 유설옥(최강희 분)은 부모님의 죽음, 남자 주인공 하완승(권상우)는 여자친구 서현수의 죽음의 진실이라는 해결과제가 있으나 마지막회에서도 그 사건들의 해결은 확실한 종결점을 맞지 않는다. 특히 마지막에 달해서야 신현수가 살아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사건은 애매모호한 지점에서 끝이 난다.

 

 

 


이는 열린 결말과는 궤를 달리한다. 열린 결말에서도 마지막 회에서 이야기의 흐름은 마무리가 되어야 한다. 마무리 된 지점에서 주인공의 선택을 애매모호하게 남겨 놓거나 이야기가 앞으로도 계속 진행될 거라는 뉘앙스를 주는 것은 열린 결말이라고 할 수 있지만, 해결하려던 사건이나 던져놓은 상황들이 종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끝이 나는 것은 중간에 끊긴 느낌을 줄 뿐이다.  

 

 

 


<추리의 여왕>의 결말은 시즌 2를 장담할 수 없는 한국 드라마 환경에서는 적절한 선택이라고 할 수 없다. 추리의 여왕 cp는 이에대해 “애초에 시즌2를 염두해 두고 제작했다. 여건되면 제작 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여건이 되면’이라는 단어다. 한국에서는 드라마가 잘돼도 성적이 좋지 않아도 시즌 2제작이 쉽지 않다. 성적이 좋으면 드라마로 이름값이 올라간 주연 배우들을 다시 한데 모으는 것이 쉽지 않고, 성적이 나쁘면 제작 자체가 추진되지 않는다. 시즌제는 한국 드라마 환경에서 정착되기 힘든 시스템이다.

 

 

 



여왕을 만들지 못한 빈약한 추리의 과정

 

 

 

 

 

아쉬운 마무리도 마무리지만, 과연 이 드라마가 <추리의 여왕>이라는 타이틀을 설득시키는 스토리를 선보였는가 하는 지점역시 생각해 볼 문제다. 주인공 유설옥은 뛰어난 추리력을 가지고 사건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지만, 추리의 과정에서 그가 가진 능력에 탄복을 하게 되지는 않는다. 그 이유는 추리의 흐름이 기승전결을 갖추고 유려하게 전개되지 않기 때문이다. 초반부터 오히려 뛰어난 추리력 보다는 민폐가 되는 상황을 보여주는 여자 주인공은 추리의 ‘여왕’이라기 보다는 ‘시녀’ 쯤으로 묘사된다.

 

 

 


 

각종 어려움을 딛고 뛰어난 추리력을 선보이며 사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를 기대하는 시청자의 기대는 무참히 짓밟히고, 단순한 사실이나 작은 증거들만을 바라보는 유설옥은 추리의 ‘여왕’이라고 부르기엔 한참 모자르다. 제작진은 이를 ‘생활 밀착형 추리’라고 포장하지만, 시청자들은 추리의 과정에 대한 스토리의 빈약함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 추리물에 필수적인 사건의 발생과 해결, 그리고 반전이라는 요소는 이 드라마 속에서 그다지 큰 충격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결국 주인공의 활약도 따라서 약해질 수밖에 없다.

 

 

 

 

 

 

마지막에 이르러서까지 범인에게 납치당하거나 총을 맞는 여주인공을 구해주는 것은 결국 남자 주인공이다. 여자 주인공의 주체적인 활약이나 스스로의 능력 발휘는 이 드라마에서 확실한 포인트가 되지 못한다. 오히려 마지막까지 결국 ‘여성은 남성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존재’라는 편견을 전혀 극복하지 못한 모양새다.

 

 

 


 

이는 드라마의 흐름이 ‘추리’에 초점을 맞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작가는 드라마에 소위 ‘떡밥’이라고 부르는 수많은 해결과제를 던진다. 그러나 그런 떡밥을 던지고 시청자들을 낚시 하는 스킬은 지나치게 안일하다. 사건의 발생과 흐름, 그리고 해결의 과정에 있어서 시청자들이 예상치 못한 흐름을 전개시키지 못하고, 사건을 확장시키는데도 실패한다. 결국 마지막까지 회수되지 않는 수많은 ‘미끼’들은 드라마의 유기적인 구성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되는 의도적인 것이라기 보다는 작가의 역량 부족처럼 느껴진다.

 

 

 


이런 상황속에서 이 드라마는 추리물의 장점을 잃어버린다. 시청자들이 열심히 사건을 분석하고 사건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는 모습은 이 드라마를 통해서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려거든 사건의 해결점이라도 명확해야 하는데, 던져놓은 상황들을 스스로 수습하지도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유설옥이 ‘여왕’이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추리의 여왕>은 새로운 한국형 추리물의 탄생을 성공시키지 못했다. 오히려 여성 캐릭터 활용의 한계를 다시한 번 보여주고야 말았다. 남성을 뛰어넘는 뛰어난 능력을 지닌 진정한 수사물의 ‘여왕’의 탄생은 다음 기회로 미룰 수밖에 없게 되었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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