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들의 슬램덩크>(이하 <언슬>) 시즌 2는 방영 내내 5%가 채 안 되는 낮은 시청률을 기록 했다. 시즌 1의 걸그룹 콘셉트를 그대로 가져왔다는 점에서 <언슬>은 신선한 예능은 아니었고, 그만큼 기대감보다는 우려스러운 지점에서 시작한 것도 사실이었다. 예상대로 시청률은 높지 않았다. 이미 한 번 만들어진 걸그룹, 그것도 꽤 성공적이었던 프로젝트를 같은 콘셉트로 반복하는 것이 의미가 있는 일인지 회의적인 시선이 몰려들었다.

 

 

 


 

시즌 1에서 걸그룹 프로젝트는 민효린의 ‘꿈’을 이뤄준다는 관점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그러나 시즌 2에서는 이미 주어진 미션으로 시작되었다. 꿈을 이루기 위해 모두가 협력한다는 감동 코드가 사라진데다가 똑같은 설정을 멤버만 바꿔서 그대로 사용한 안일함은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진정성’과 ‘화제성’을 동시에 잡은 시즌1의 걸그룹에 비해 여러모로 불리한 조건에서 시작된 프로젝트였던 것이었다.

 

 

 

 


불리한 조건...새로운 캐릭터를 설득하기 까지

 

 

 


시즌 2에 출연하는 김숙과 홍진경을 제외하고 강예원, 한채영, 홍진영, 공민지, 전소미등이 새로 영입되었지만 시즌 1에서 보여준 케미스트리 이상을 보여줄 수 있을지 역시 의문이었다. 시즌 1의 멤버들이 서로의 단점을 보완해 가며 최선을 다해 마지막 무대를 완성 시켜 가는 것이 감동을 준 것은 <언슬>을 시작하면서  쌓아놓은 그들만의 끈끈한 정이 빛을 발했기 때문이었다. 걸그룹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쯤에는 이미 그들은 모두 어느정도 친해진 상태였다.

 

 

 


시즌2가 시즌1과  비슷한 케미스트리를 발산할 수 있을까도 의문이었지만, 같은 감동이라도 비슷한 것을 두 번 볼 때의 감동은 훨씬 감소된다는 것 또한 문제였다. 콘셉트는 시즌1과 동일 했고, 시즌 1의 박진영 같은 캐릭터 강한 멘토도 등장하지 않는다. 김형석이라는 유명 작곡가가 투입되었지만 예능 캐릭터로서는 박진영만큼 존재감이 강하지는 않은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런 우려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시즌이 진행될수록 시즌1과는 다른 캐릭터들이 생겨나고 출연진들의 끈끈한 유대감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완벽에 가까운 완성형 걸그룹 모델인 공민지부터, 이미 걸그룹 활동 경력이 있는 전소미등이 걸그룹 중추로서의 역할을 했고, 시즌1에서 활약한 김숙과 홍진경은 프로그램 전체의 흐름을 주도하며 곳곳에서 예능으로서의 윤활유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여기에 새로운 캐릭터들이 더해지며 분위기는 고조되었다. 한채영은 처음 예능에 모습을 드러내 도도하고 도시적인 것모습과는 달리, 망가지기를 두려워 하지 않으며 털털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춤과 노래가 부족했지만 주눅들지 않는 모습은 매력으로 다가왔고, 노래를 잘 모른다며 ‘나는야 케찹될거야’라는 가사를 가진 동요 ‘토마토’를 부르는 모습으로 ‘케찹 언니’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강예원은 성악을 전공했지만, 노래에 대한 부담감을 극복하는 캐릭터로 등장했다. 그 전부터 가지고 있던 노래에 대한 두려움과 성대가 다침으로써 더 심해진 공포증은 그가 극복해야 할 과제였고, 그 트라우마 극복 과정은 시즌 1에서는 없는 성질의 스토리를 만들어 냈다. 홍진영은 특유의 밝고 활발한 성격으로 모두에게 서슴없이 다가갔으며 트로트 가수의 색을 지워내고 매력적인 또 다른 목소리를 찾아낸 것은 물론, 래퍼로서의 변신까지 이뤄냈다.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각각 빛을 발하는 과정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어쩔 수 없이 등급이 나눠지고 평가가 이뤄지는 상황 속에서도 서로 견제하거나 질투하는 모습 없이 서로에게 힘이 되는 화합의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이 지점은 시즌1 때와 일맥상통하는 지점이다. 실력은 부족하지만 각기 다른 재능이 모여 걸그룹이 탄생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시청자들은 그들을 마음으로 응원하게 되었다.

 

 

 

 

빠른 피드백, 편하게 볼 수 있도록 배려넘친 예능

 

 

 


여기에 시청자들의 의견에 대한 피드백 역시 상당히 빨랐다. 김형석 작곡가가 처음 만든 곡은 시청자들의 부정적인 반응에 의해 재빠르게 수정되었다. 새로 만들어진 곡 ‘맞지’는 기존의 걸그룹 노래와 비교해도 우위를 점할 수 있을만큼의 높은 퀄리티로 제작되었다. 여기에 멤버들의 의견이 반영된 가사는 훨씬 더 곡에 대한 몰입감을 선사했다. 의상에 대한 피드백 역시 빠르게 이루어졌다. 무대 의상의 초안이 방송을 통해 공개되자 부정적인 의견이 쏟아졌고 이를 재빠르게 수정하며 시청자들의 의견을 어느정도 반영한 것이다. <언슬>은 많은 부분에서 ‘불편함 없이’ 시청할 수 있도록 배려한 프로그램이 됐다. 빠른 피드백도 그렇지만 멤버들간의 갈등을 소재로 삼지 않고, 서로간에 신뢰와 화합을 바탕으로 한 스토리를 풀어냈다는 점이 더욱 그렇다.

 

 

 


이런 노력은 시즌1에 이어 <언슬>은 음원차트 1위 올킬이라는 기록을 다시 한 번 써내려가는 결과로 나타났다. 예능에서 만들어진 노래가 음원차트 1위에 등극하는 것을 넘어 올킬을 기록하는 일은 <무한도전> 정도의 예능에서나 가능한 일이었다. 이는 시청률을 뛰어넘어 그들의 진정성이 통했음을 증명하는 일이다. 비록 시즌 1보다 걸그룹 메이킹의 화력은 약했을지 몰라도 그들은 또다른 매력을 증명하고 큰 성과를 달성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여성 캐릭터들의 조합으로 이정도의 매력을 발산했다는 것만으로도 <언슬>의 걸그룹은 의미가 있는 일이다. <언슬>은 남성 중심의 예능에서 여성들의 존재감을 발견하고 그들의 성장을 목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려는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마지막 전소미가 “왜 나는 항상 잠깐일까”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에서 콧잔등이 시큰해지는 것은 이제까지 프로젝트성 그룹으로만 활동한 전소미에 대한 공감대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그들이 보여준 서로간의 우정에 설득 당했기 때문이다.

 

 

 


여성들의 예능도 어떤 조건만 갖춰지면 충분히 설득력 있고 감동을 전해줄 수 있음을 <언슬>은 보여주었다. 미래에는 이런 설득력을 넘어 남성 위주의 예능계를 뒤엎을만한 파급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여성의 예능’이 탄생하기를 기대하게 되는 순간이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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