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인과 임수정등 <시카고 타자기>(이하 <시타>)의 주연을 맡은 배우들은 <시타>의 매력에 대해 ‘훌륭한 대본’을 꼽았다. 뻔하지 않고 독특한 이야기 구조 속에서 일어나는 기승전결이 배우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이런 배우들의 반응에 <경성 스캔들> <해를 품은 달> <킬미 힐미>등을 집필한 진수완 작가의 필력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커졌다. 톱스타들의 출연에 스토리에 대한 기대감까지, <시타>는 <도깨비>이후 시청률 지표가 다소 아쉬웠던 tvN 채널에 활력을 불어 넣어 줄 프로그램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예상을 해 보기에 충분한 작품이었다.

 

 


그러나 막상 <시타>는 시청률이 점차 하양 곡선을 그렸고 3%를 채 넘기지 못했다. 시작부터 끝까지 반향 없는 시청률은 너무나 아쉬운 부분일 수밖에 없었다. tvN의 야심작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톱스타와 믿고 보는 작가가 만났지만 시청률을 반등시키지 못하고 종영을 맞은 것이다.

 

 

 


초반의 불친절함, 시청률을 잡는 데 끝까지 성공하지 못한 <시타>

 

 

 


 

<시타>는 스타 작가 한세주(유아인 분)가 시카고에서 의문의 타자기를 만나면서 시작한다. 경성 때 만들어진 타자기라는데, 처음 본 물건이지만 알 수 없는 끌림을 느낀다. 그러나 타자기를 가지고 한국에 돌아오지는 못한다. 그리고 등장하는 전설(임수정 분)은 한세주에게 배달해야 할 소포를 받고 가슴이 설렌다. 그는 문인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문인 덕후’에 한세주의 광팬이기 때문이다. 한세주의 집에 소포를 배달해 주는 전설. 이렇게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이 등장한다.

 

 

 


 

1회의 스토리는 다소 어지럽다. 명확하게 설명이 되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시카고 타자기의 정체가 무엇인지, 유망한 사격선수였다가 수의사까지 거친 전설이 어째서 배달 일을 하고 있는지 조차 가르쳐 주지 않고 후반부에 이르러서 한세주를 따라다니는 스토커마저 다소 난데 없이 등장한다. 이야기의 구조가 하나로 모아지는 느낌이라기보다는 여러 가지 밑밥을 까는데 공을 들인다. 그러나 문제는 초반에 보여야 할 캐릭터나 이야기의 전반적인 구조가  생경하게 느껴지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다소 애매한 전개 덕분에 캐릭터가 가진 매력이 확연히 드러나지 못하고 이야기에 빠져들기 보다는 왜 난데 없는 장면들로 채워졌을까 하는 의문이 머릿속을 맴돈다.

 

 

 


이 때, 임수정의 연기력 논란마저 터졌다. 그동안 ‘연기 잘하는’ 배우로서 각인되어 왔던 임수정의 말투나 대사 처리, 행동이 다소 과장되어있고 안정되어 있지 않다는 평가를 받은 것이다. 캐릭터보다 배우가 보였다는 점에서 시카고 타자기의 초반부는 실패였다.

 

 

 


비밀이 밝혀져가는 과정, 불친절하지만 굉장히 흥미롭다.

 

 


그러나 1~2회의 비밀들이 하나씩 밝혀져가는 방식은 이 드라마를 특별하게 만든다. 1930년대의 전생과 2017년의 현생이 교차 진행되며 그들이 겪어야 했던 비극에 흘려야 했던 눈물, 또한 애절한 로맨스의 퍼즐이 완성되어 가자 이 드라마는 점차 초점을 뚜렷하게 만들며 굉장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그러나 문제는 이 몰입감을 느끼기 위한 과정이다. <시타>는 친절하지 않다. 시간은 과거와 현재로 왔다 갔다 하고, 등장인물 중에는 심지어 유령이 있다. 한 회만 봐서는 이 드라마가 어떤 배경을 가지고 있는지 파악이 되지 않는다. 앞뒤의 긴밀한 연결로 앞의 의문점들을 뒤에서 해결하는 방식을 가지고 있는 <시타>는, 불친절하고 퉁명스럽게, 그러나 아주 유려하게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문제는 한 번에 몰입할만한 장치가 부족했다는 점이다. 전체적인 그림은 훌륭하지만, 한회 한회에 집중할만한 포인트를 가득 품고 있지 못한 <시타>는 결국 초라한 시청률을 기록하고야 말았다.

 

 

 


과거가 아닌 '지금'에 대한 이야기, <시타>가 던지는 묵직한 메시지

 

 

 


<시타>는 확실히 흥행작은 아니다. 그러나 한 번쯤은 볼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임에는 틀림이 없다. 단순히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이야기 구조 때문이 아니다. 그 안에는 분명한 메시지가 들어있다. <시타>는 과거의 끈을 현재로 가져오면서 과거에 얽힌 인연을 강조한다. 그 과거는 일제시대의 암울한 시기다. 독립을 위해 투쟁했던 이가 있고, 독립을 위해 포기해야 했던 개인의 인생사가 있고, 그렇게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비참한 상황 속에서 얽히고설킨 악연들이 있다. 그러나 <시타>는 말한다. 과거가 발목을 잡을지라도 끊임없이 현재를 살라고. 지금 바로 여기 우리가 살고 있는 삶에 대한 예의를 지키라고.

 

 


그러면서도 <시타>는 과거의 사람들에 대함 감사함을 잊지 않는다. 비록 실패했을 지라도 노력하고 투쟁했던 그들은 아름다웠다고 말한다. 폭풍같은 판타지 속에서 가슴을 울리는 과거와 현재의 조우는 <시타>가 만들어 낸 가장 큰 이야기다.

 

 

 


<시타>의 장르는 일제시대의 아픔을 그리는 역사물이 아니다. 오히려 로맨스에 가깝다. 그 로맨스를 표현하기 위한 일제시대라는 배경은 드라마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기 위한 일종의 눈가림이다. 그러나 <시타>는 많은 메시지를 던지며 그 눈가림을 단순한 눈가림이 아니게 만든다. 드라마를 보면서 재미가 아닌 의미를 굳이 찾을 필요는 없지만, <시타>는 그 의미를 한 번쯤은 생각해 보게 만드는 것이다. 유아인은 초반의 우려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다시 한 번 <시타>에서도 빛나는 연기력을 선보인다.

 

 

 


<시타>는 분명 성공한 작품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독특한 이야기를 만들어 낸 <시타>는 분명 박수 받을만한 작품이다. tvN을 살리지는 못했지만, 이 드라마를 끝까지 지켜본 시청자들의 소중한 시간만큼은 헛되게 만들지 않은 <시타>의 이야기를 단순히 ‘시청률’로만 재단할 수 없을 것이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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