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의 왕국.

 

 


대한민국을 이렇게 일컫는 사람들도 있다. 서로 간에 이해와 배려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사회라기 보다는 조금이라도 손해를 보거나 신경에 거슬리면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고 폭팔하여, 욕설을 퍼붓거나 폭력을 휘두르는 경향이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다. 물론 이는 개개인의 성향이나 그들이 처한 환경마다 달라질 수 있는 문제다. 그러나 권위적인 회사나 선후배 문화, 세대간, 남녀간의 갈등 등, 전반적으로 답답하고 다소 경직된 사회 분위기가 있는 것 만큼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런 환경은 학교도 예외가 아니어서 이르면 초등학생때부터 아이들은 학교 폭력에 노출된다. 최근 들어서야 비로소 학교폭력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기 시작했지만, 불과 2000년대 초반만 해도 학교폭력 문제는 심각성에 비해서 쉬쉬하기 바쁜 오점이었을 뿐이었다. 피해자가 전학을 가야하고, 가해자는 오히려 당당한 불합리한 일들도 비일비재했다. 현재도 역시, 이런 학교폭력의 그림자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볼 수는 없다. 그리고 그런 문제를 부각시키는 사건이 바로 윤손하를 통해 일어나고야 말았다.

 

 

 

 

 

 

윤손하의 아들이 학교 폭력의 가해자로서 뉴스에 등장했다. 학교 수련회. 이불 속에 들어가 텐트 놀이를 하던 유모군에게 무차별적인 폭력이 가해졌다. 윤손하의 아들과 금호 아시아나 그룹의 손자까지 합세한 폭력은 손으로 때리거나 발로 차는 것을 넘어 야구방망이, 나무 막대기까지 동원되었다. 울면서 소리치는 유모군의 상태에도 아이들의 폭력은 멈춰지지 않았고, 그날 밤 물을 찾는 유모군에게 바나나 우유 모양의 바디워시를 주며 먹으라고 했다는 다소 충격적인 보도내용도 있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은 없었다. 심지어 금호아시아나 손자라고 밝혀진 재벌가의 아이는 가해자 명단에서 조차 삭제되는 어이없는 일도 일어났다. 진술은 가해자 위주로 편집되었고, 피해자에 대한 보호는 없었다. 병원치료까지 받고 있는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다. 아무리 아이들이 한 행위가 ‘장난’이라고 한들, 피해자가 불쾌함을 느꼈다면 그것은 더 이상 장난으로 치부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윤손하의 아들과 금호 아시아나 손자라는 ‘스펙’에서도 알 수 있듯, 이 일이 일어난 ‘숭의초등학교’는 일명 ‘금수저 학교’로 알려져있다. 신세계 그룹 부회장 정용진, 차승원, 김희애·이찬진, 안정환, 박명수 등, 이름만 대면 알만한 재벌가나 유명인들의 자제들이 이 학교를 다녔거나 다니고 있고, 빅뱅의 지드래곤 역시 이 학교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기 때문에 높은 확률로, 피해자 역시 금수저일 것이다. 한마디로 이 일은 금수저들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그러나 피해자가 만약 이런 대응을할만한 힘이 없는 사람이었다면 이 이야기가 이렇게까지 확대될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다. 오히려 가해자를 보호하고 피해자를 무시하는 학교측의 태도는 교육의 헌장에서 일어난 일이아니라, 힘과 권력구조의 갑을관계에서 일어난 일에 가깝기 때문이다.

 

 

 

 

 

 

SBS 8시 뉴스 보도에 공개된 숭의 초등하교 교장과 학부모 사이의 녹취록에 따르면 교장은 “어차피 이 학교 안보내실 것 아니냐. 학교를 징계하는 건 이사장님이다. 교육청 무섭지 않다.”라는 고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죄송하다.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바로 잡고, 다시 확인해 보겠다.”는 태도가 아닌, 불만이면 학교 보내지 말라는 식의 황당한 태도는 한 학교를 책임지고, 아이들을 선도해야 할 교장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는 믿기 힘들다. 그러나 그것이 현재 학교 구조의 실태다. 교장은 학생들보다 우위에 있는 권위적인 존재고, 학생들은 교장 또는 교사의 잘못된 판단에도 섣불리 대응할 수 없다. 금수저들의 학교인 숭의 초등학교에서도 이런 문제점이 발견된 것으로 모자라, 더욱 심각해 보이는 것은 한국 교육계가 가야 할 길이 여전히 험난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논란이 계속되자 윤손하는 사과문을 올렸지만 대중은 오히려 분노했다. 윤손하의 시선이 가해자의 논리를 그대로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윤손하의 소속사 ‘씨엘컴퍼니’는 공식입장을 통해 사과문을 발표했는데, 그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방송은 악의적 편집.”

“방에서 친구들과 장난을 치던 상황.”

“야구 방망이는 스트로폼으로 감싸진 플라스틱 방망이.”

“바나나 우유 바디워시는 맛을 보다가 뱉은 것 뿐.”

 

 

 


 학교 폭력 가해자로서 걱정을 끼쳐 죄송하다는 말과는 달리, 모든 문장이 변명으로 일관되어 있다. 누군가에게는 장난일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폭력일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단순히 ‘아이들의 장난’으로 사건을 축소하고, 때렸다는 사실 자체 보다 ‘무엇으로’ 때렸냐에 집중하며 가해자의 의견을 전반적으로 수용한 사과문은 사과문이라기보다는 ‘변명문’에 가까웠다. “치료비는 처음부터 부담하기로 했고, 피해자 부모와 연락을 취했으나, 그쪽에서 답이 없었다.”는 말 역시, 피해자의 입장이 아닌 그들의 입장일 뿐이다. 마치 사과하면 끝날 일을 피해자들이 거절했다는 뉘앙스였기 때문이다. 사과를 받고 말고는 잘못한 쪽이 아니라, 그 잘못으로 피해를 입은 쪽이 결정하는 일이다. 과연 윤손하의 아들이나 본인이 같은 일로 충격을 받았을 때 역시 같은 잣대로 사건을 대할 수 있는지 궁금해지는 순간이었다.

 

 

 

 

윤손하의 시선은 폭력 가해자의 입장이 어떤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피해자의 상태나 상황보다는 자신이 입은 피해에 집중하고, 억울함에 방점을 찍는다. ‘아이들의 장난’ 쯤에 일을 크게 만드는 상대방을 까내리기에 급급하다. 차라리 하지 않느니만 못한 입장 발표에 대중의 시선은 더욱 싸늘해졌고, 마침내 윤손하가 출연하고 있는 <최고의 한방>에서도 하차 요구가 빗발쳤다.  상황이 이쯤 되자 윤손하는 “피해자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고 우리가족의 억울함을 먼저 생각했던 것 사과드린다.”며 다시 사과문을 올렸지만, 이미 시기와 상황이 늦어버린 후였다.

 

 

 


이 사건이 알려진 것은 ‘금수저’와 ‘유명인’이 얽힌 화제성 때문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알려지지 않은  이런 폭력 사건, 아니면 더욱 심각한 사건들이 여전히 일어나고 있을 것이다.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피해자는 그나마 다행이지만,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게 만드는 압박감이 도처에서 몰려오는 피해자들은 어디로 가야 하는 것일까. 이 사건에서조차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해명해야 하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했다. 학교는 울타리가 되어주지 못하고 가해자는 반성을 할 줄 몰랐다.

 

 

 


이제 막 10살이 된, 초등학교 3학년 아이들의 세계에서도 그런 불합리함을 받아들이라고 가르치는 학교가 과연 배움의 가치를 전달할 수 있을까. ‘ 어른들의 그런 간교함을 아이들에게 까지 전가시킨 것이 아이들을 분노의 왕국’의 일원으로 키워내는 시발점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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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damduck01.com BlogIcon 담덕01 2017.06.19 18:5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진짜 저 사과문 읽어보고 열이 뻗쳐서...
    자기 아이가 맞고 와도 장난이라고 하면 웃어 넘길건지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