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드라마 <품위있는 그녀>(이하 <품위녀>)의 세상은 얼핏 굉장히 화려해 보이지만 그 우아함을 가장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백조의 다리 같은 이면에 집중하는 드라마다. 주인공 우아진(김희선 분)은 승무원 출신에 아름다운 외모로 재벌가 입성에 성공하지만, 바람기 다분한 남편 때문에 전전긍긍해야 한다. 재벌이란 허울에 가려져 있지만, 그 안의 본질은 결코 아름답지만은 않다.

 

 

 

 

가장 화려해 보이는 곳의 허상, 가장 초라해 보이는 사람의 반전

 

 


그 안에 계획적으로 들어오는 간병인, 박복자(김선아 분)는 이 드라마의 주제를 가장 선명하게 나타내주는 여인이다. 우아진이 그 내면이야 어떻든, 가장 품위있고 기품있는 존재로 묘사된다면 박복자는 등장부터 촌스러운 머리 모양과 다소 과한 충청도 사투리를 구사하면서 라면을 먹으며 총각김치를 손에 들고 씹어 먹는다. 그러나 박복자는 누구보다 우아한 삶을 꿈군다. 그러기 위해서 철저하게 촌티를 가장해야 하는 아이러니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대기업 집안의 사람들은 태생부터 우아한 척 가식을 떨지만 사실은 썩어 들어가고 있는 내부의 문제점들이 있다. 박복자는 그들과는 반대로, 자신의 모습을 더욱 더 초라하고 볼품없이 만들지만, 그 안에는 저들이 가진 모든 것을 뺏고 싶다는 욕망이 숨겨져 있다.

 

 

 

 

재미있게도 <품위녀>의 세계관에서 절대 우위에 있는 것은 박복자다. 박복자를 채용하고, 일하게 해준 ‘사모님’은 박복자의 계략에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박복자가 간병하는 회장님 안태동(김용건 분)이 절대적으로 박복자의 편에 서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과정은 어이가 없을 만큼 너무 쉽게 이루어진다. 대기업을 이룰 만큼 산전수전을 다 겪은 회장님은 노골적으로 보내는 시선이나, 가슴의 밀착, 심지어 입맞춤에 속절없이 녹아내린다. 그 나이에 큰 기업을 이룬, 젊은시절 바람둥이라는 설정까지 겸비한 캐릭터의 행동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다. 단순히 몸이 아프고 마음이 외로워 기댈 곳이 필요했다는 설명으로는 충족되지 않는 전개다.

 

 

 

 

전개를 위해 부리는 억지, 그 구멍을 메우는 것은?

 

 

 

 


이 밖에도 <품위녀>는 박복자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군데군데 억지를 부린다. 박복자는 어느새 집안의 모든 트러블을 일으키며 주도권을 잡게 되지만, 그러기 위한 전개는 촘촘하지 못하고 허술한 구멍을 군데군데 노출한다. 천막을 무너뜨려 회장을 구한다는 단순한 설계에 회장은 박복자를 절대적으로 신뢰하게 되고, 자신의 목적을 위한 계단을 한 층 더 오르는 결과를 얻어내고야 만다.

 

 

 

 

그러나 가끔씩 조금 유치하고 허술한 이야기가 튀어나오는 상황 속에서도 이 드라마는 놀라울 정도의 집중력을 발휘하게 만든다. 그럴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캐릭터의 힘이 강력하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의 전반을 장악하고 있는 것은 바로 박복자다. 박복자는 여전히 미스터리한 인물이다. 왜 신분 상승을 하고 싶어 하는지, 왜 하필 그 집안에 들어가야만 했는지는 드라마 내내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박복자는 그 미스터리를 바탕으로 집안의 권력관계나 상하관계를 영민하게 파악하고 모든 인물과 갈등을 일으킨다. 자신의 몸을 던져서라도 갖고 싶은 것을 갖는 절박함은 드라마 전반에 걸쳐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역할을 한다. 순박한 얼굴에서 서늘하고 섬뜩한 얼굴로 순식간에 전환되는 이중성 역시, 캐릭터를 보는 재미를 배가시킨다.

 

 

 

 

김선아는 아직까지 이야기 안에서는 다소 설득력이 부족한 박복자라는 캐릭터를 완벽하게 자기것으로 만들며 캐릭터에 설득력을 더한다. 촌스러움에서부터 욕망의 화신까지 180도 연기 변신을 해야 하는 까다로운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연기력으로 캐릭터의 색깔을 더욱 분명하게 만드는 것이다. <내이름은 김삼순>이후 김선아가 맡은 역할 중 단연 눈에 띄는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김선아의 연기력과 김희선의 미모의 활용이 가장 적절한 드라마

 

 

 

김선아가 연기력으로 캐릭터를 설명하고 있다면 김희선은 자신의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김희선이 맡은 우아진은 재벌가 2세의 아내로, 뛰어난 미모를 가진 캐릭터다. “여자들이 다 우아진처럼 생겼으면 성형외과 문 닫아야 돼.”같은 다소 과장된 대사들도 김희선의 화려하면서도 완벽한 외모로 인해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예쁘기만한 것이 아니라 기품있고 우아한 재벌가의 여인을 표현하는데 있어 김희선의 외모와 이미지는 단단히 한 몫을 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옷을 입은 듯, 자연스러운 캐릭터 소화력을 보여주는 김희선 역시 이 드라마에서 빠질 수 없는 볼거리다.

 

<품위녀>는 이처럼 눈에 띄는 캐릭터로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이야기의 구멍도 덮어버릴 수 있을만큼 매력적인 캐릭터들은 분명 성공적이지만, 앞으로의 이야기 전개가 설득력이 있을지는 아직까지는 의문이다. 품위 있지만 사실은 그 품위를 위장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여자와, 품위라곤 찾아볼 수 없지만 남이 가진 품위를 갖고 싶은 여자. 이 두 사람의 결말이 어떻게 될지, 아직까지는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 궁금증을 잘 풀어낼 수 있을지 없을지 드라마의 중후반부가 기대되는 시점이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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