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형님> <한끼줍쇼>등 히트 예능을 만들어 온 JTBC가 새로운 예능 <비긴 어게인>을 선보였다. 노홍철이라는 예능인이 나오지만 노홍철의 예능인으로서의 역할이 중심이 되는 프로그램은 아니다. 이 프로그램에서 주목해야 하는 지점은 유희열, 윤도현, 이소라등 음악을 생업으로 살아온 음악인들의 모습이다.

 

 

 


그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이소라의 프로포즈>부터 시작해 <윤도현의 러브레터>, <유희열의 스케치북>까지 이어진 KBS 간판 음악 프로그램을 진행해 온 스타들이라는 점이다. 그들은 각각 특유의 화술과 독특한 캐릭터로 장기간 진행자로서의 면모를 뽐내왔다. 그들은 음악인인 동시에 진행자로서의 자질까지 갖춘 재치만점의 캐릭터들이다.

 

 

 


그러나 유희열을 제외하고 윤도현이나 이소라가 예능에서 그런 재치를 선보일 기회는 좀처럼 주어지지 않았다. 그들을 원하는 예능은 ‘예능인’으로서의 그들보다는 ‘가수’로서의 그들을 원했다. 노래를 부르고 경연을 하고, 승자와 패자가 갈리는 지점에 초점을 맞춘 예능에서만 그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다.

 

 

 


더이상 '주류'가 아닌 가요 프로그램, 시청자들은 또다른 자극을 원한다.

 

 

 

 

 

이제 더 이상 사람들은 가요 프로그램에서 노래를 듣지 않는다. 아이돌 위주로 편집된 방송 삼사의 순위 프로그램은 이미 시청률이 1%나 그 이하로 떨어진 상태고, <유희열의 스케치북>은 토요일 심야라는 조건 속에서도 1%대 후반에서 2%정도를 기록하며 선방하고 있으나, 역시 주류라고는 할 수 없다. 시청자들은 또 다른 자극을 원한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넘어 프로가수들끼리 경쟁하여 이기고 지는 경연프로그램이 늘어난 것 역시 또다른 자극을 만들어내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이런 자극역시 이제는 식상해져 가는 추세다. 얼굴에 복면까지 써가며 정체를 숨기는 예능까지 등장한 판국에(물론 복면 속 정체는 방송이 끝나자마자 발각되기 마련이다.), 이제 더 이상 경연프로그램에서 새로운 스토리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비긴 어게인>은 긴장이나 승패가 아닌, ‘힐링’으로 방향을 튼다. 한국에서는 대형 무대에서 모셔야 하는 가수들이지만, 그들은 한국이 아닌 타국으로 향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길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는 ‘버스킹’을 한다. 무명가수도 아닌 그들에게는 또다른 도전이다. 그럴 필요가 없는 그들이 굳이 그런 자리로 스스로를 내모는 것은 흥미로운 지점이다. 

 

 

 


의외의 인물 이소라의 도전, 방 밖 지구에서 펼쳐진 공연

 

 

 

 

 

이 과정에서 가장 의외의 출연을 한 인물은 바로 이소라. 이소라는 평소 집 밖을 잘 나오지 않으며, 방송에도 자주 출연하지 않는 예민한 성격으로 알려져 있다. <이소라의 프로포즈>당시 뛰어난 재치를 보여주며 진행자로서의 자질을 보여준 것과는 별개로, 그의 내면에는 내성적이고 조용한 자아가 숨어있었던 것이다. 이미 그의 ‘두문불출’은 인터넷 상에서 유머가 될 정도로 유명한 얘기다.

 

 

 


그런 그가 노래를 부르기는 하지만 <비긴 어게인>은 그동안 이소라가 출연했던 예능과는 다르다. 그동안 이소라는 경연 프로그램에서 노래를 부르거나 음악 프로그램 진행의 역할로만 예능에 출연해 왔다. <비긴 어게인> 기본적으로 노래가 중심이 되기보다는 그 노래를 부르는 상황과 환경등이 훨씬 더 중요하다. 노래를 듣는 장면은 하이라이트가 아니고, 오히려 그들이 그 노래를 부르기 위해 여행을 떠나고 긴장하며, 소박한 무대를 끝끝내 완성해 가는 과정이 훨씬 더 중요한 예능인 것이다.

 

 

 


노홍철 역시 “소라 누나가 이걸 한대? 집 밖으로 잘 안나온다고 하던데.”라고 말하며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 유희열은 “우리가 이소라를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며 이소라에 대한 기대감을 표했다.

 

 

 


이소라는 이 프로그램 출연 이유에 대해  "나는 개념이 방 아니면 지구다. 지구에서 돌아다니는 것이 몸은 좀 힘들겠지만 정신적으로는 괜찮을 것 같다"며 독특한 이야기를 꺼냈다. 어느 나라, 어느 장소가 아닌, 방과 지구라는 이분법적 공간론이다. 해외에서의 ‘버스킹’역시 지구라는 관점에서 보면 바깥의 공간에 지나지 않는다.

 

 

 


 

긴장은 있지만 그 본질은 공감과 소통에 기반한 '힐링'이다

 

 


이소라의 말처럼 <비긴 어게인>은 누군가와 경쟁하게 만들어 정신적인 압박감을 주는 프로그램이 아니었다. 물론 정신적인 부담은 있다. 윤도현은 “<나가수>만큼 압박을 받는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그러나 <나가수>는 상대편과 당하는 비교가 있다면, <비긴 어게인>은 온전히 자신과의 싸움이다. 아무도 그들을 모르는 곳에서 평범하게 거리를 다니는 사람들의 발길을 붙들어 둘 수 있을까 하는 불안. 그들은 이 무대를 하기 위해 ‘대한민국 유명 가수’라는 타이틀을 내려놓아야만 한다.

 

 

 


 

그렇게 내려놓는 과정은 긴장되고 두렵지만, 동시에 따듯하다.  아무도 그들을 모르는 곳에서 그들이 보여주는 노래 한 곡은 우리가 마치 길거리 가수의 음악을 듣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만든다. 큰 무대와는 전혀 다른 감동으로 우리의 귀를 충족시키고 마음을 설레게 만드는 것이다. TV로 그들을 지켜보는 사람들은 누구보다 그들의 무대가 성공하기를 바라게 된다.

 

 

 


이소라는 제작발표회에서 "'비긴어게인'을 촬영하면서 에너지를 굉장히 많이 받았다"라며 "'나는 가수다'할 때 에너지를 많이 뺏기도 무력함을 느꼈다"라면서 "건강이 안 좋아 살이 찌고 잘 걷지도 못했는데 '비긴어게인'을 통해 많이 걷고 건강을 회복했다"고 밝혔다. 내려놓고 노래를 부르고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그들 역시 그들 자신에게 힐링을 얻었다는 뜻일 것이다.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나의 노래가 그들의 마음에 가닿고, 그들이 진심으로 박수를 쳐줄 때 얻을 수 있는 본질적인 희열. 단순히 그들이 유명해서가 아닌, 진심으로 공감해주는 서로의 마음과 마음이 연결될 때, 그들 역시 가슴이 벅차 오를 것이다.

 

 

 


누가 남고 떨어지는 경연이 아닌, 그들의 마음에도 보는 사람의 마음에도 따듯한 공연. 처음부터 5%가 넘는 높은 시청률을 보여준 <비긴 어게인>이 의미하는 것은 그만큼 이제 누가누가 더 잘했나 하는 평가보다 따듯하고 아름다운 노래에 마음을 맡기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음이 아닐까한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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