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애 스페셜에 이어서 비의 컴백을 기리는 스페셜 방송이 나간 것은 그가 얼마나 한국 사회에서 성공한 하나의 지표로 인정받고 있는가 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토종 한국인으로서 헐리우드 주류영화에 비중 있는 역할로 출연한 그의 성적과 아시아에서 꽤나 인지도 있는 그의 네임벨류는 그에게 '월드스타'라는 호칭을 붙이게 했던 것이다.
이 '월드스타'라는 이름은 그러나, 비에게 장기적으로 아직 너무나 과한 호칭이며 컴백스페셜 역시, 조금 억지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비, 그가 '스페셜'하기엔 부족한 몇가지 이유
서태지 컴백 스페셜, 이영애 스페셜. 거기다 비 스페셜까지. MBC가 제작한 이 스페셜 방송들은 말하자면 그들이 이룩한 업적을 치하하고 그들의 성공을 인정하는 "칭찬 릴레이"같은 방송이었다.
그러나 서태지나 이영애의 스페셜은 그들의 이름을 걸 만한 '스페셜티'가 분명히 존재했다. 서태지가 그동안 쌓아올린 음악적인 시도와 주류 음악 영역의 확장의 성과는 적어도 한국에서는 그를 스페셜 하게 만들었다. 그가 문화대통령이라는 칭호를 받는 것 또한 이런 맥락에서 해석이 가능할 것이다.
이영애의 대장금 또한 마찬가지이다. 중국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있었으며 이란이나 아프리카에서 까지 대장금 열풍이 일었다. 중국에서는 대장금을 모방한 드라마를 제작하고 이영애를 국빈대접 하는 상황이며, 더불어 대장금을 질투하여 깍아내리기 까지 했었다.
그말은 곧, 대장금이 얼마나 대단한 인기를 구가했는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적어도 스페셜이라는 말을 붙이려면 그정도의 영향력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비의 스페셜이 방송된 후에 혹시나 했던 걱정은 역시나로 바뀌고 말았다. 아직 '월드스타'가 아닌 비에게 '월드스타'라는 허울만 덮어 씌워 놓은 듯한 방송이 되고 말았던 것이다.
물론 비는 방송에서 상당히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자신은 아직 산중턱 밖에 올라 오지 못했고 올라가야 할 산이 높아만 보인다는 말을 했는데, 그 말은 비에게 있어 사실 자기 자신을 정확히 평가한 말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비가 그런 위치에 있다면 굳이 스페셜방송을 통해서 떠들썩하게 컴백을 해야 했나 하는 의문이 든다.
사실 비가 일구어낸 음악적 성과를 지켜보자면 그다지 대단할 것이 없다. 10만장 이상의 음반 판매고를 기록 하는등의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을지언정, 비가 획기적인 음악 방식을 선보였다거나 가수로서의 역량을 인정받았다거나 하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그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철저한 이미지 메이킹과 색다른 외모가 어필했기 때문이었다. 말하자면 그가 앨범을 팔 수 있었던 이유는 비라는 캐릭터가 주요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그가 배우로서는 얼마나 인정받았는가? 비의 대표작이라 하면 "풀하우스"정도고 나머지 드라마들은 호평은 받았을지 몰라도 두터운 마니아층을 만들어 내지 못했고 시청률도 고전했다. 그리고 영화인으로서도 비가 이룬 성과는 할리우드 작품까지 포함해서 뛰어난 연기력이라는 타이틀을 붙이기는 고사하고 성공작이라고 불릴만한 작품 역시 가지고 있지 못하다.
그런 상황에서 비에게 붙는 월드스타는 철저히 거품인 것이다. 할리우드 영화에 출연해서 월드스타라면 차라리 김윤진 쪽이 훨씬 더 성공적인 행보를 보였다. 그녀는 한국에서 영화제 영화주연상 자리도 거머쥔 경력이 있고 미드 [로스트]에 출연하여 총 30억 가까이 되는 출연료를 받고 있으며 드라마의 인기의 한 축이 되었다.
그만하면 솔직히 까놓고 말해 비가 이룬 성과보다 훨씬 더 스페셜한 성과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왜 비의 스페셜이 제작되는 것일까? 그것은 비라는 캐릭터가 한국에서 더 주목을 끄는 위치에 올라 있기 때문이고 그의 성공이 마치 할리우드를 점령이라도 한 듯 설레발치는 언론의 과대 포장되는 분위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런 내실 없는 이미지가 비에게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을 해보면 그다지 긍적적이지 만은 않다.
물론 비가 미국에 진출했기는 하지만 배우로서 확고한 위치를 다지지 못한 채 할리우드라는 무대에서 내려올 수도 있는 문제이다. 물론 비가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하는 인물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천재적인 재능으로 관객을 사로잡는 다거나 아니면 시선을 모두 집중 시킬만한 외모를 가지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때로는 노력만큼이나 재능이 요구되기도 할 것이다. 더군다나 동양인이라는 핸디캡도 있다. 이런 장애를 다 벗어 던지고 비가 얼마나 성공적으로 할리우드의 대표 배우로 자리매김하느냐 하는 문제에서 비가 이룬성과는 걸음마 단계일 뿐이다.
물론 그의 도전 정신과 노력은 가벼이 여길 수 없을 것이다. 그런 부분에서 치하되는 것은 젊은 패기와 열정이 절실히 필요한 이때, 미덕이 될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의 인기를 부풀리고, 마치 할리우드영화에 출연하기만 하면 세상을 집어 삼킬 듯한 파워를 가지게 되는 양 포장하는 상황도 보기 불편하고 그것이 오히려 할리우드 집착증 또는 사대주의 정도나 되지 않을지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다시 말해 비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무조건적인 경외심이 아니라 앞으로 더 잘하라는 격려와 응원이 아닐까?
그래서 이번 비의 컴백스페셜은 여러모로 '거품'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