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케이블 프로그램이라고 하면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것들을 먼저 생각하고는 한다.


당연한 일이다. 지금까지 케이블 프로그램들은 모두 공중파 위주의 TV 시청 패턴을 바꾸기 위해 무던히도 애써왔고, 그 일환 중 하나가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프로그램들을 통한 일시적 집중 전략이었으니까.


그러나 그 중에서도 빛나는 보석들은 간혹가다 있는 법이다. [막돼먹은 영애씨] 가 그랬고, [별순검] 이 그랬다.


그리고 여기, 이영자-김창렬의 [택시] 역시 그렇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토크쇼라고 한다면 기실 [무릎팍 도사] 를 빼놓을 수 없다. [무릎팍 도사] 는 2년 가까이 방송되는 지금까지도 엄청난 명성을 쌓은 초호화 게스트들의 성공신화를 들으면서 감동과 웃음을 전해주는 '아주' 잘 만들어진 걸작 프로그램이다. 그 전에도 이런 토크쇼는 없었고, 아마 이후로도 [무릎팍 도사] 같은 토크쇼는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강호동의 노련한 진행에 건도와 올밴의 감칠맛 나는 끼어들기, 그리고 웃음과 감동을 넘나드는 제작진의 세련된 편집기술은 [무릎팍 도사] 를 당대 최고의 토크쇼로 올려 놓는데 큰 공을 세웠다.


허나 감히 말하건대, [무릎팍 도사] 못지 않은 토크쇼가 또 무엇이냐고 한다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이영자, 김창렬의 [택시] 를 손에 꼽고 싶다. 물론 [택시] 는 [무릎팍 도사] 처럼 세련 되었다거나 깔끔하게 기승전결이 이뤄지는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는 없다. 또한 강호동 같은 특 A급 MC가 출연해 게스트를 들었다놨다 하는 노련미도 발견할 수 없고, 10%후반에서 20%대 초반을 넘나드는 고공 시청률을 기록하는 프로그램도 아니다.


그런데도 왜 나는 매주 [택시] 에 열광하는 것일까? 


가장 첫 번째로 꼽자면 당연히 이 프로그램이 케이블 토크쇼답지 않게 재밌기 때문이다. 케이블 프로그램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나오는 게스트 역시 화려하다. 화제가 되었던 최진실 편 부터 시작해서, 김원희, 유재석, 박명수, 홍진경, 왕기춘, 최민호 등등 국내 유수의 유명인들이 총 출동했다. 이만한 게스트는 공중파 토크쇼에서도 쉽사리 만나보기 힘든 얼굴들이다.


물론 여기에는 20여년 넘게 방송생활을 해 온 이영자의 넓은 인맥이 톡톡히 한 몫을 했겠지만, 이영자의 인맥을 제외하고서라도 이 프로그램은 굉장한 매력이 있다. 케이블 프로그램답지 않게 삶의 페이소스가 녹아있고, 웃음이 있고, 풍자가 있으며, 대화의 장이 마련되어 토론이 가능하다. 현장에서 직접적으로 부딪히는 수많은 돌발상황을 유머로 녹여내고, 그 상황조차도 웃으며 즐길 줄 아는 여유가 넘쳐 흐른다.


이영자, 김창렬이 번갈아 운전대를 잡는 와중에 게스트들은 자신의 속내를 마음껏 털어 놓는다. 마치 다시는 보지 못할 것 같은 택시 운전 아저씨에게 속마음을 털어 놓듯이. 이영자는 특유의 카리스마와 호통 진행을 버리고 게스트들이 뛰어 놀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며 유능한 토크쇼 MC로서의 자질을 마음껏 뽐내고 있고, 김창렬 역시 자신의 감정을 가감없이 표현하며 게스트들의 속내를 더욱 활짝 열리게 만든다. 택시라는 자연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이영자와 김창렬은 MC이면서도 MC답지 않게 게스트들과 대화하고, 수다떨고, 이해한다.


적어도 [택시] 에는 말초적인 자극이나 억지 웃음을 유발하려는 시도가 없다. 가식과 의도적인 예의바름 대신에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배려하는 분위기가 가득 형성되어 있다. 이것은 '시청률' 을 목표로 온갖 선정적인 소재를 갖다 붙이는 여타 프로그램들과는 질적으로 다른 차원의 문제다. 오히려 [택시] 는 케이블 프로그램임에도 불구하고 케이블 프로그램 답지 않은 전략으로 시청자 층을 끌어들였고, 최근까지 시청률 3~4%대를 기록하면서 케이블 프로그램 중 '초대박 행진' 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오늘 최진실을 하늘로 떠나보내고 어렵사리 방송에 복귀한 이영자는 게스트 김C의 노래를 듣고 펑펑 눈물을 쏟아냈다. 게스트가 부르는 아름다운 노랫말에 심취해 진행을 해야 하는 MC가 말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꺽꺽대며 눈물을 쏟아낸다는 것은 사실 용납할 수 없는 일이지만, [택시] 는 그조차도 자연스럽게 만들 정도로 뭐라 말로 형언하기 힘든 묘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그건 기실 게스트와 MC의 차원을 넘어선, TV를 바라보고 있는 시청자와 공유하는 오롯이 [택시] 만이 줄 수 있는 그런 느낌이다.


그래서 나는 [택시] 가 좋다.


[택시] 에 타고 있는 수 많은 사람들의 삶, 웃음, 애환, 눈물, 희망을 볼 수 있어서 좋고, 즐겁게 떠드는 와중에도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씨를 발견할 수 있어서 좋으며, 세련되지는 않았지만 마치 정말 택시 아저씨와 이야기하는 듯한 투박하고 진실 된 인간관계가 정말 '매력적' 이어서 좋다. 그건 어쩌면 [무릎팍 도사] 도 가져다 줄 수 없는 [택시] 만의 정서적 공감대가 아닐까?


매주 목요일 12시가 되면 [택시] 를 기다리는 나는 왠지 그들의 믿음직스러운 '승객' 이 되어버린 것 같다. 그들이 "안 계시면 오라이!" 를 외칠때까지, 나는 웃음과 감동이 넘쳐 흐르는 이영자-김창렬의 [택시] 를 기다릴 것이다.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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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흠.. 2008.10.24 11:0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트랙백이래서 들어온건데...ㅡㅡ;

  2. 사람 2008.10.24 13: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이영자 김창렬의 택시 참 좋더군요,,

  3. 2008.10.25 00: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매주 재미있게 봤는데 이번주 역시 대박
    이영자 요즘 너무 진행 잘 한다
    나는 pd다 도 보는데 너무 열정적인 모습에 반했다
    화이팅

  4. 용마산 2008.10.25 00: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역시 이영자- 요즘 완전히 mc 물올랐다
    빨리 공중파에서 봤으면
    돌아가신 엄마도 이영자씨 무지 좋아 했었는데
    씩씩하고 힘을 주는 이영자씨 더욱 많은 활동을 기원할께요

  5. Favicon of https://donzulog.tistory.com BlogIcon 으노야 2008.10.25 21:3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자주 보는데 재밌더라구요 ㅋ 이영자 화이팅!! ㅋ

  6. 아이러니 2008.11.18 01: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MBC '황금어장'의 '무릎팍도사' 코너와 케이블 채널 tvN의 '택시'의 작가가 동일한 인물로 알려진 가운데, 두 프로그램의 다른 행보가 눈길을 끈다.

    '무릎팍도사'는 게스트가 출연에 앞서 한 번씩 주저할 정도로 게스트를 압박하는 프로그램으로 유명하다. '무릎팍도사' 강호동은 물론, '건방진 도사' 유세윤, 올라이즈 밴드 등은 거침없는 언변으로 게스트를 깎아내리기를 서슴지 않는다.

    반면 '택시'는 '연예인 프렌들리'라고 할 만큼 연예인 위주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전한다. 이영자, 김창렬 등 막말이 어색하지 않을 MC들이지만 출연진에 맞서기보다는 그들을 이해하고 감싸려 노력한다. 같은 작가라는 점을 감안하고 보면 유사한 점도 있지만 '연예인 포장' 여부를 두고 전혀 다른 입장을 취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