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윤복 바람이 불고 있다. 소설 [바람의 화원] 이 드라마 [바람의 화원] 으로 재탄생 한 것으로도 모자라, 이제는 충무로에서도 신윤복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 [미인도] 가 개봉했다. 예상대로 개봉 첫 주 50만 관객을 불러 모으며 [007]과 [앤티크] 를 누르고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했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 샴페인을 터뜨리기에는 이르다. 첫 주, [미인도] 가 일궈낸 성공은 대한민국을 강타한 '신윤복 바람' 에 힘입은 바 크기 때문이다.


진정한 승부처는 바로 개봉 둘째 주 부터다. 그런데 이 영화, 어째 불안불안 하다.





[미인도] 의 기본 얼개는 소설이나 드라마와 마찬가지로 "신윤복은 여자였다." 는 가정 하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바람의 화원] 과 달리 [미인도] 는 신윤복을 둘러 싼 치정극과 멜로에 집중한다. "센세이션 조선멜로" 라는 광고 카피만큼 [미인도] 는 처음부터 끝까지 신윤복이 어떤 사랑을 했고, 어떤 이별을 했는지 관객에게 말하고자 노력한다. 여기에 간간히 파격적인 베드씬과 정사씬을 가미해 '에로티시즘' 을 완성하고자 한 것 또한 가상하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이 영화가 결국 '신윤복' 은 잃어버리고 '에로' 에만 치중한 꼴이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이 영화에는 신윤복이라는 이름 세 글자를 제외하고는 뻔한 장면, 뻔한 대사만이 가득하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장면에 어디서 많이 들어 본 것 같은 대사는 영화에 집중하는 것을 방해하고 만다. 거기에 멜로 영화에서 그 무엇보다 중요한 충실하고 세밀한 감정선은 이런저런 쓸데 없는 에피소드와 장면들로 인해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것으로 전락해 버렸다. 왜 신윤복이 저런 사랑을 선택했을까, 왜 김홍도가 저토록 신윤복에게 집착하는 것일까에 대한 관객과의 소통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영화의 감정선과 관객의 감정선이 제대로 일치하지 않게 되자 주인공들의 행동은 설득력을 잃어버리고 이야기는 산으로 흘러가 버린다. 수 많은 클리셰들을 엉성하게 짜깁기 한 것으로 모자라 중간중간 김민선을 필두로 한 베드씬에만 온 신경을 집중하다 보니 이 영화가 "신윤복의 사랑" 을 말하고자 하는 것인지, "김민선의 베드씬" 을 말하고자 하는 것인지 헷갈릴 정도가 됐다.


김민선은 나름의 열연으로 신윤복의 감정선을 어떻게든 관객에게 전달하고자 노력한 티가 엿보이지만 그 조차도 뜬금없는 김홍도와 기생 설화에 의해서 완전히 망가진다. 특히 김홍도에 대한 설화의 집착은 가히 미저리를 생각나게 할 정도로 쌩뚱맞다. 밑도 끝도 없는 설화의 집착은 [미인도] 의 허술한 얼개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치명적인 약점인 동시에 신윤복, 김홍도의 캐릭터를 완전히 망가뜨리는 결정적 역할을 한다.


그 뿐만이 아니다. 영화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 김홍도는 [미인도] 내에서 가장 '찌질한' 캐릭터로 전락한다. 다중인격자가 생각날 정도로 혼란스러운 감정을 보이는 김홍도의 캐릭터는 '김홍도' 라는 세 글자를 제외하고는 어떠한 매력이나 개성도 발견하기 힘들다. 영화 후반부에 신윤복에 대한 집착으로 반 미치광이가 되는 그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지하에 있는 김홍도가 벌떡 일어나 통곡할 것 같다는 느낌까지 든다.


사실 이 영화는 "신윤복이 여자였다." 는 소재를 제외하고는 그 어떤 의미도 발견할 수 없는 영화다. 미안하지만 '형편없다'. 클리셰도 예쁘게만 포장하면 위대해 질 수 있다지만 이건 솔직히 "센세이션 조선멜로" 라는 여덟글자가 부끄러울 정도 아닌가. 단 하나의 캐릭터도 매력적인 캐릭터가 없고, 뜬금없는 줄거리 전개만 2시간 내내 반복되며, 이도 저도 아닌 에피소드로 겨우 분량만 채운 영화가 신윤복이라는 조선 최고의 화가의 이름을 '팔고' 있다면 대체 우리는 이 현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 것인가.


[미인도] 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베드씬 뿐이다. 청나라에서 들어왔다는 체위를 보여준다며 팬티만 입은 두 여성이 약 5분여간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성행위 장면과 김민선의 노출씬, 신윤복이 그렸다는 춘화를 기초로 한 에로티시즘 가득한 몇 몇 장면들이 그나마 [미인도] 를 지탱하는 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미인도] 에는 사랑도, 격정도, 인간도 없이 오직 섹스만이 잠재되어 있다.


이 영화를 만든 전윤수 감독은 "이 영화가 베드씬으로만 평가되는 것이 안타깝다." 고 평했다지만 베드씬 빼고는 어떤 가치도 발견할 수 없는 영화를 두고 대체 어떤 평가를 해야 한단 말인가. 신윤복의 그 아름다운 그림조차도 천한 에로로 표현해 버리는 그 놀라운 에로티시즘의 집착에에 찬사(?)의 박수를 보내며 신윤복은 없고 '에로' 만 남은 [미인도] 에 대한 평가를 끝마친다.


안타깝다! '신윤복' 없는 '신윤복의 영화' 여!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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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수니비 2008.12.01 09: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영화 에로장면의 기대(김민선 노출)로 보게 되는데 영화를 보면서 에로 장면이 적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아름다른 화면은 좋은데 지나치게 길고 영화의 맥을 끊어 버리는 정사씬은 오히려 영화의 마이너스 요소가 되더군요. 정사씬은 강렬하고 짧게하고 신윤복의 이야기를 조금더 했다면 아마 여러 면으로 오랬동안 흥행이 될 영화였습니다. 조금만 지나면 불법 복제물 넘쳐날테니까 사람들이 p2p사이트에서 정사신만 보려 할거 분명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