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을 잡으면 가장 먼저 장악해야 하는 것이 바로 언론이다.


노무현 정권이 재임기간 동안 끊임없이 구설에 시달려야 했던 것도 바로 언론을 제대로 장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보수세력으로 대표되는 조중동의 여론 몰이는 한 나라의 정권을 흔들리게 할 정도로 막강한 파워를 가지고 있다.


이렇게 보자면, 조중동을 능가하는 파워를 가지고 있는 TV 방송은 권력자로서는 반드시 장악해야 하는 필수요소다. 과거에도 그랬고 오늘날에도 그러하듯이 대권이 바뀌고 나면 가장 먼저 착수되는 것은 역시 방송 장악이다.


그러나 2008년 첫 임기를 시작한 MB 정권의 방송 장악 제스추어는 대단히 노골적이라는 면에서 반감을 산다. 순진한건지, 무식한건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그들의 '방송장악' 은 지금도 아주 직접적이고 노골적으로 대담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2008년, 이명박 정부의 방송 및 언론 장악 일지를 살펴보자.





이명박은 방송과 언론을 장악하지 못했던 노무현이 어떤 식으로 몰락하는지 지척에서 목도했던 몇 안 되는 거물 정치인이었다. 거기에 이어 쇠고기 파동이 일어나며 허니문 기간도 없이 곤두박질치는 지지율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보며 이명박 정권은 끝내 '방송장악' 이라는 최후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명박이 연출하고 그의 가신들이 출연한 2008년 방송장악은 역대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노골적이었다.


방송과 관련 된 모든 사람들을 인적쇄신 하겠다는 목표 하에 이명박 정권이 내세운 것은 '소통의 논리' 였다. 소통이 되지 않는 부분을 과감히 제거함으로써 국민과 직접적으로 대화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끝내 그 소통의 논리는 방송 장악을 위한 하나의 명분론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증명됐다. 국민들은 여전히 소통의 부재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고, 이명박 정권은 자신들만의 소통 창구를 만들어 내는데 여념이 없다.




이명박 정권의 '행동대장' 혹은 '군기반장' 이라고 불리는 유인촌 문화부 장관은 방송-언론 관련 인적 쇄신에 총대를 맨 인물이었다. 장관으로 취임 하자마자 "노무현 정권 때 일하던 사람들 모두 나가라." 며 반 협박을 시작했던 유장관은 올림픽 전후로 연예인 응원단 논란에 휩싸였음에도 불구하고 MB의 강력히 비호 아래 문화 예술계를 손 쉽게 장악했다. 방송과 직접적으로 연계되어 있는 문화예술계가 반(反)정권적 성향을 띄지 못하도록 유 장관의 움직임은 신속하고도 정확하게 이루어졌다.


최근 한국 문화 예술 위원회 김정헌 위원장의 퇴진이 문화부 감사관실의 갑작스런 특별 조사와 그에 따른 유 장관의 직권 해임으로 이뤄진 것은 "문화 예술계를 장악하겠다." 는 유인촌의 야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게다가 유 장관은 국립 오페라단 사무국장에 청와대 대변인실 출신 김모 행정관을 임명하며 문화 예술계 전반을 MB 세력으로 확장시켰다. 재밌는 것은 "사무국장에 취임한 김모 행정관은 오페라나 공연분야 근무 경력이 전혀 없을 뿐더라 얼마 전 청와대에서 업무 부적응과 근무태만 등의 이유로 퇴출 된 인사" (민주당 논평 中) 라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국립박물관 문화재단 사장에는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한 강모씨를 임명하면서 문화 예술 위원회, 국립 오페라단, 국립 박물관 등 문화 예술계 내로라하는 자리들은 모두 친 MB 성향의 인사들이 장악했다. 방송 장악을 위한 첫 번째 토대가 완성된 셈이다. 어차피 방송과 문화예술이 함께 보조를 맞춰 걸을 수 밖에 없는 처지라면 문화예술계가 유인촌의 손아귀 속에 들어갔다는 것은 청와대 쪽에서 보자면 상당한 수확이 아닐 수 없다.




문화예술계가 약 1년 여만에 유인촌의 손아귀 속에 들어간 것처럼 방송계 역시 MB 정권의 서슬퍼런 숙청 논란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는 몸이다. 사실 문화예술계 장악과 방송 장악은 돌아가는 톱니바퀴처럼 천천히, 그러나 용의주도하게 함께 진행 되었다. 이는 방송계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몇 몇 인물들의 정치적 성향과 과거의 행적만 살펴 보아도 쉽게 눈치 챌 수 있는 일이다.


2008년, 가장 큰 논란을 불러 일으킨 것은 KBS 정연주 사장 '배임죄 논란' 이다. 여기에 대통령이 임명권만을 갖고 있는 것이냐, 아니면 임면권을 함께 갖고 있는 것이냐 하는 법적 문제도 화젯거리로 떠 올랐다. 정연주 사장은 임기를 채우겠다며 퇴진하라는 정부에 강력히 반발했고 KBS 내부는 친 정연주 세력과 반 정연주 세력, 확대하자면 반 이명박 세력과 친 이명박 세력으로 양분 되어 극심한 갈등을 빚었다.


그러나 정연주의 반발에 눈 하나 깜짝할 정권이 아니다. MB 정권은 끝끝내 '노무현의 남자' 라고 불리던 정연주 사장에게 '배임죄' 라는 죄목을 뒤집어 씌워 KBS 사장직에서 강제 사퇴시켰다. 이른바 KBS 사태에는 청와대와 한나라당 주요 인사들이 깊숙히 관여했고, 최시중 방통위 회장 역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정권과 방통위의 합작품이 바로 'KBS 사태' 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여기에 이어 '쇠고기 파동' 의 주범이라고 불리던 [PD수첩] 역시 철퇴를 맞았다. 명목 상으로는 잘못 된 보도를 한 언론의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었지만 내면에는 당연히 [PD수첩] 을 내보낸 MBC에 대한 압박용 공세였다. 노무현 탄핵 사건 때부터 반 한나라당 성향을 띄고 있는 MBC가 존재하는 한 MB 정권의 방송 장악은 미완에 그칠 수 밖에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MB 정권은 한나라당을 동원해 [PD수첩] 과 MBC에 대대적인 책임을 물으며 프로그램을 난도질 했다. 검찰까지 동원한 대대적인 수사 끝에 청와대는 끝내 [PD수첩] 의 배후로 지목 된 조능희 CP와 송일준 PD를 보직해임시키고 MBC 민영화 논란을 함께 공론화 시키는 일거양득의 성과를 얻어낸다.


재밌는 것은 KBS 파문과 MBC 파문의 중심에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누구인가? 최시중 방통위회장은 MB 시대와 함께 혜성 같이 등장한 '이명박의 남자' 다. 항간에서는 '대통령의 연인' 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최시중 방통위 회장과 MB 시대의 노선은 거의 비슷한 형태를 띠고 있다. 이명박 취임 전부터 이명박 캠프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고, 이명박의 '정치적 스승' 을 자처할 정도로 MB 정권과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인 그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되어 방송가에 등장했다는 것은 그가 어떤 식으로든 MB 정권의 방송 장악에 상당한 영향력을 펼쳐 보일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실제로 KBS 이사진 추천 및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 임명, EBS 사장 임명, 방송-통신 및 인터넷 사업 인허가와 같은 막강한 권력을 손에 쥔 그의 움직임은 정연주 해임논란, [PD 수첩] 파문과 맞물려 노골적인 정치색을 띠고 있어 우려를 사고 있다. 특히 [PD 수첩] 파문 때에는 MBC 엄기영 사장을 만나 "MBC가 사과를 해야 하는거 아니냐" 며 엄사장을 압박해 논란을 낳았다.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으로 취임하는 당시 낙하산 인사라는 논란 속에서도 "공정성과 객관성을 잃지 않겠다." 며 당당히 말했던 최시중이지만 취임 8개월 동안 그가 한 일이라고는 '이명박의 남자' 임을 완전히 확인시켜준 것 밖엔 없다.





KBS와 MBC 등 공중파 방송이 연달아 '철퇴' 를 맞는 와중에 케이블 방송사 역시 행복한 나날을 보낸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케이블 방송 장악은 더더욱 대대적으로 이뤄졌다. 가장 문제가 된 것은 바로 YTN 방송 사장 임명 논란이다. 중립성이 보장되어야 할 연합방송 YTN에 이명박의 방송특보를 지낸 구본홍이 임명 되면서 YTN 노조는 방송의 공정성을 보장하라며 강력한 투쟁에 나섰다. 서로 치고 받는 투쟁 속에 YTN 사태는 끝내 청와대의 승리로 종결 지어졌다.


구본홍은 YTN 사장으로 임명되는 즉시, 현 정권에 비판적이던 [돌발영상] 을 폐지하는 등 보수적 인사를 단행했고 말많고 탈많던 조직인사개편까지 보수파 인사로 채워 넣으면서 '대통령의 특사'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다. 이 뿐 아니라 YTN 노조에 관한 이야기를 방송하려던 앵커의 방송원고를 생방송 도중 갑자기 빼앗은 일과 관련하여 "YTN은 이제 구본홍을 따르는 충실한 개일 뿐" 이라는 노조의 분통도 함께 터져나오고 있다.


그러나 구본홍 뿐 아니라 지금 대부분의 방송 관계자들은 '친 MB' 인사들로 가득하다. 그 면면을 살펴보면, 아리랑 TV 방송 사장에는 대선 당시 한나라당 특보를 지냈던 정국록이, KBS 이사장에는 친 이명박계인 유재천이, 한국방송광고공사 사장에는 이명박의 언론특보 단장을 지냈떤 양휘부가, 한국디지털위성방송(스카이 라이프) 사장에는 이명박 캠프 특보였던 이몽룡이, 언론문화재단 이사장에는 이명박 캠프 언론특보를 지냈던 최규철이 임명됐다.


여기에 자산 규모 17조9500억원의 거대 통신기업 KT의 후임 사장으로 이명박 대통령과 가까운 이석채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 내정되면서 문화예술-방송-통신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언론 장악의 틀이 마련되었고, 공기업 뿐 아니라 민영기업까지 MB의 손아귀에서 놀아나는 기현상이 벌어지게 됐다. 더 나아가 KBS-MBC가 철퇴를 맞으며 쓰러졌고 SBS에서는 '왕당파' 윤세영 회장이 여전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친 보수, 친 MB' 를 표방하고 있어, 실상 윤세영 회장의 영향력 아래 있는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 역시 청와대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형편이다.




여론을 선도하고 움직여야 하는 방송 및 언론이 정부의 손아귀에 들어서게 되자 방송의 중립성과 자율성은 크게 훼손당했다. 오랜 시간동안 정권과는 뗄레야 뗄 수 없었던 방송이라고는 하지만 이런 식의 노골적인 언론장악은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를 거치는 15년의 시간 동안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현상이다. 그렇다면 MB 정권의 '방송 및 언론 장악' 의 마지막 종착역은 어디일까?


그건 바로 지금 마우스를 잡고 있는 "당신" 이다.


방송통신위가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정보통신망 개정법률안 중에는 네티즌과 포털사이트의 자유발언을 통제하기 위한 교묘한 법률이 숨겨져 있다. 제119조 '정보의 삭제 요청' 이 바로 MB 정권이 노리는 마지막 여론 통제다. 주요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다. 인터넷에 올려진 글로 인해 자신이 피해를 받았다고 생각하면 해당사이트에 삭제를 요청할 수 있고, 해당사이트는 피해자의 요구를 들어 해당글을 접근 금지조치, 삭제 해야 한다. 얼핏 악플에 의한 희생자를 막아보자는 순수한 의도인 듯 싶지만 이 법률은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국민의 눈과 입을 틀어막을 수 있는 이명박의 '절대반지' 다.


MB정권과 한나라당을 불리하게 몰아부치는 것은 인터넷을 통한 여론 확산이다. 아무리 방송을 장악하고, 언론을 움직인다고 해도 광범위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터넷을 통제하지 못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즉, MB는 최시중을 앞세운 방통위를 통해 정보통신망 개정법률안을 통과시킴으로써 정권에 비판적인 글이나 이야기, 자유로운 문제제기와 토론을 미연에 차단할 수 있는 길을 터 놓게 된 것이다. 정권 초기부터 "인터넷 하는 사람들 때문에 나라 운영하기 참 힘들다." 며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해 온 MB였으니 이런 수순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이명박은 '대통령' 이라는 상징성 뿐 아니라 2008년 한국 방송가를 가장 정신없게 뒤 흔들었던 인물이다.


노무현 정권의 퇴진과 본격적인 MB 시대의 등장 이래 이명박의 이름은 그가 원하든, 원하지 않았든 한국 방송가가 주시해야만 하는, 혹은 주시할 수 밖에 없는 태풍의 핵이 됐다. MB 정권은 정권 초창기부터 언론장악과 여론몰이를 정권의 승패를 가를 가장 중요한 요소로 파악했다. 촛불시위로 촉발 된 퇴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그는 결국 KBS, MBC, YTN 등 국내 굵직굵직한 방송사들을 하나씩 '처단' 하며 MB 집권의 초석을 다졌다.


언론탄압이라는 무수한 비판 속에서도 끝내 이명박이 방송사를 장악하고, 촛불인사들을 짓밟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필연적 선택일 수 밖에 없었다. 정연주 같은 거물급 인사가 이명박의 퇴진 압박 속에 끝내 사퇴의 길로 들어설 수 밖에 없었던 것처럼 이명박은 동시대 가장 파워있는 방송가 인사이자, 소리 없이 방송가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 이다. 무서운 것은 그 보이지 않는 손이 여전히 분주하게 방송가를 뒤흔들고 있다는 것, 그리고 서서히 한국 방송이 MB 정권의 손아귀에 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소통의 미덕을 강조했던 이명박식 소통은 이런 것이었다. 방송, 언론, 문화예술, 통신, 인터넷을 청와대가 완전히 장악하는 'MB 중심' 의 시대 말이다. 국민들과의 쌍방향적 상호작용을 통해 능동적인 민주사회를 창조하고, 국민들 속에서 호흡하겠다던 이명박 정부의 공약(公約)은 역시 예상했던 것처럼 공약(空約)일 뿐이었다. 한 나라의 방송과 언론이 파란 지붕 밑에 사는 "한 남자" 에 의해 움직인다는 사실이 씁쓸하고 안타깝다.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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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que 2008.12.12 13: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 말미에 "한남자"에 의해 움직인다고 하셨는데...
    어쩌면 그 "한남자"와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패거리들"의 암묵적 연대에 의해 움직이는건 아닐까요?
    그 패거리들은 오랜만에 기회를 잡은거고... 총대를 맨 떨거지 하나 앞장 세우고 마음것 즐기는것 같기도 합니다.

    금융위기 등 불가피한 외부요인이 이런 경향에 한몫 거들기도 하는듯 하구요.
    어쨋거나 작금의 상황은 풍랑치는 바다에서 해적을 만난 꼴입니다.

  2. gman 2008.12.15 14:0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리나라 돌아가는 꼬라지가 암울합니다.

    그저 남은 임기를 손 꼽고 한숨만 내쉴 뿐 ... 젠장

  3. iris 2009.07.05 23: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IT강국이라는 말이 부끄럽지만...

    google로 피난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