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일일드라마 [아내의 유혹] 의 상승세가 거세다. 거세다 못해 무서울 정도다.


11월 3일 한 자릿수 시청률로 시작해 두 달도 채 안 되서 25%대 시청률을 넘어섰다. 웬만한 드라마도 쉽게 넘지 못한다는 25%대 시청률이면 일일드라마치고는 '대박' 수준이다.


그런데도 시청률 상승세는 멈출 기세가 보이지 않는다.


방송 한 달만에 20%대 시청률에 근접하더니 장서희의 복수가 본격화 되면서부터는 25%대 시청률을 뚫었고, 시간이 갈수록 몰입도는 높아지고 있다.


'욕 먹는 막장드라마' 라는 오명 속에서도 [아내의 유혹] 은 여전한 안방극장의 블루칩이다. 왜 이 드라마는 성공할 수 밖에 없는 것일까. 왜 이 드라마는 아줌마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일까.




[아내의 유혹] 의 주 시청자층은 30~50대의 폭넓은 주부층이다. 일일드라마의 판세는 주부층의 이동에 따라 판가름 난다고 봤을 때 이미 [아내의 유혹] 은 상당수의 주부 시청자층을 고정 시청자층으로 포섭하며 승기를 잡아가고 있다. 웬만하면 채널 이동이 거의 없는 주부 시청자층이 확보된 이상 [아내의 유혹] 이 30%대 시청률을 찍어주는 날도 머지 않아 보인다.


[아내의 유혹] 의 성공은 확실한 타겟층의 공략에 있었다. [아내의 유혹] 은 처음부터 [그들이 사는 세상] 과 같은 고급스러운 전문직 드라마로 출발한 것이 아니었다. 시작할 때부터 주부층이 좋아할만한, 주부층이 선호하는 소재를 가지고 드라마를 제작했다. 그 시간대 리모콘 파워를 가지고 있는 주부층을 움직일만한 '불륜' 과 '복수' 라는 두 가지 소재가 완벽히 맞아 떨어진 것이다.


[아내의 유혹] 은 분명 '욕 먹는' 드라마지만, 그 와중에서도 시청자 층을 확실히 점거하는 것에 대해서는 소홀하지 않은 드라마였다. 대내외적인 비판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를 휘어 잡아 놓는 수완은 통속극의 위력을 보여준다. 터질 듯한 긴장감을 매회 숨겨 놓고 끊임없이 터뜨리면서 극 중 몰입도를 높여가는 것은 [아내의 유혹] 같은 일일극이 필연적으로 가지고 있어야 하는 통속성이다.


게다가 [아내의 유혹] 은 주부 시청자가 하루를 건너 뛰더라도 내용을 따라잡는데는 아무런 하자가 없을 정도의 스토리 라인을 구축했다. 자극적인 소재를 보기 편하고 쉽게 풀어 나가면서 일주일에 한 번을 봐도 앞뒤 내용을 모두 파악할 수 있도록 구축 되어 있는 지금의 스토리 라인은 [아내의 유혹] 을 처음 보는 시청자라고 할 지라도 쉽게 극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김수현 드라마나 문영남 드라마의 특징이 물 흘러가는 스토리 라인과 설거지를 하며 대사를 들어도 모든 내용을 다 파악할 수 있는 라디오 드라마의 문법을 충실히 따라가는 것처럼, [아내의 유혹] 도 라디오 드라마의 작법과 거의 모든 면에서 맞아 떨어진다. 영상미보다 대사가, 장소보다는 관계가 더 중요하다. 한 마디로 보기도 쉽고, 듣기도 쉬우며, 걸레질을 하거나 설거지를 하면서도 드라마를 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구조는 주요 타겟인 주부 시청자들의 특성을 완벽한 반영한 결과물이다.


게다가 점점 긴장감이 고조되어 가는 몰입도 또한 야무지다.


비현실적인 전개에다 유치찬란한 선악구도가 난무하는 와중에도 [아내의 유혹] 이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는 이유는 확고한 캐릭터를 가진 등장인물들이 끊임없이 파열음을 내며 긴장감을 고조시키기 때문이다. 드라마에서 긴장감이라는 것은 '드라마를 드라마답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데 이 기본적인 본질성에 [아내의 유혹] 만큼 충실한 드라마는 찾아 보기 힘들다.


남편의 불륜, 불륜에 대한 복수라는 결론이 뻔히 보이는 스토리 라인은 [아내의 유혹] 에서는 단점이라기 보다는 장점에 더 가깝다. 이 세상 대부분의 주부 시청자들은 TV를 보면서 '대리만족' 을 추구하는 고유의 습성이 있는데 그것이 못난 남편 변우민, 악녀 김서형에 대한 분노로 표출되고 장서희에 대한 동정과 자기 동화라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스토리가 단순해 질수록 등장인물에 대한 자기 동화는 더욱 강렬해지고 심화된다. 이른바 [아내의 유혹] 과 같은 '아줌마 드라마' 의 전형적 특성이다.


[아내의 유혹] 은 아줌마들이 좋아하는 '통속극' 의 전형을 섞어 놓으며 일일드라마로서 추구하는 파격성과 재미를 쟁취한 작품이다. 온갖 자극적인 소재를 뒤섞어 놓았다는 비난을 면하기는 어렵겠지만, 주 시청자층을 확실하게 공략하고 그 시청자 층이 좋아하는 스토리와 소재를 활용해 썩 볼만한 '킬링 타임용' 대중 드라마를 만든 것에 대해서는 분명한 재평가를 해야 한다.


드라마는 '대중의 쾌락적 도구' 중 하나라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사실이다. 이런 측면에서 [아내의 유혹] 이 대중의 성감대를 가장 잘 어루만진 통속극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 세상에 [그사세] 가 있어야 하는 것처럼, [아내의 유혹] 같은 드라마도 없으면 심심하다. 사실 이 드라마는'욕 먹는 드라마' 이기도 하지만 공략해야 하는 타겟과 이끌어 나가야 하는 이야기 구조를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는 '영리한 드라마' 이기도 하다.


작품성을 포기하고 대중성만을 잡았다고 해서 비난만 할 것은 아니다. 욕 할건 욕 해야겠지만 짚고 넘어갈 것은 확실히 짚고 넘어가자.


[아내의 유혹] 은 재밌다. 그리고 대단히 '영리' 하다.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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