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박중훈이었다. 존경받는 영화계의 대선배중 한명 답게 섭외능력에 있어서는 단연 대단한 파워를 발휘했다. 장동건으로 놀라움을 주더니 이번엔 정우성이었다. 감탄사가 나올만 했다. 예전이야 어땠을지는 모르지만 지금 장동건과 정우성이 토크쇼에 출연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 아니었는가?

 그것은 모두 박중훈의 덕이었다. 박중훈이 호스트로 당당히 그 위치를 담당하고 있었기에 프로그램의 무게가 단순한 예능처럼 가볍지 않았던 것이다. 박중훈은 그들의 선배였고 무게감을 높여주었으며 그만큼 색다른 토크쇼가 될 수 있었던 이유였다.

 그러나 장동건의 처참한 실패이후, 정우성마저 [박중훈쇼]의 늪에서 전혀 특별한 게스트로 뛰어오르게 하지 못했다.




  정우성은 매력적, 박중훈은 뭐하는 걸까?


 박중훈의 가장 큰 문제점은 청룡영화상등에서 간간히 보여주었던 재치들이 그저 한순간에 빛나는 것이었다는 점을 너무 여실히 증명했다는 것이다. 박중훈의 중구난방식 질문들은 마치 대본이 없이, 즉흥적으로 박중훈의 머릿속에서 나오는 착각을 주었다. 아니, 착각이 아니라 진짜인지도 모른다.


박중훈이 게스트에게 던지는 질문은 처음 질문과 다음 질문이 전혀 연결되지 않았다. 예를들어 처음질문이 "영화"에 관한 것이었다면 다음 질문은 "이상형"이나 "학창시절"등으로 넘어가는 형국이었다. 그 질문들이 같은 맥락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게스트의 대답이 끝나자 마자 갑자기 "그럼 이상형은 뭐예요?"라는 식으로 다소 뜬금없는 질문을 던지는 것은 박중훈의 진행능력을 의심케 하는 부분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게 첫회에 따끔한 충고를 수없이 들었다면 두번째에서는 그 개선점을 찾아야 했다. 차라리 대본을 손에 들고 게스트들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편이 훨씬더 자연스러운 맥락을 보여줄 수 있었을 것이었다. 그러나 무슨 자신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박중훈은 그저 편안한 자세로 앉아서 즉흥적인 질문을 던질 뿐이었다.


 더욱 더 큰 문제는 그 질문의 내용에 있었다.


 일단 정우성을 게스트로 출연시켰으면 정우성에게 할 질문은 정해져 있다. 그 훤칠한 외모에 관한것, 학창시절 이야기, 뭐 필요하다면 작품이야기 정도. 그런 기대를 배반하고 색다른 질문을 던져서 다채로운 쇼를 만드는 것은 박중훈의 몫이었다. 


 물론 기대는 처참하게 배반당했다. 박중훈이 '갑자기' 정우성에게 영화이야기를 하면서 분위기는 시사토론장을 방불케 하는 모습을 띄었다. 의외로 정우성이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점은 알았지만 마치 한국 영화의 현실과 나아갈 방향이라는 주제로 열띤 토론을 이끌어 낸 것은 황당하기 그지 없었다. 정우성은 확실히 매력적이었고 다양한 생각을 말했지만 박중훈은 다시 방향을 잃기 시작했다.


 질문내용은 정우성의 고등학교 중퇴에 관한 것으로 바뀌더니 다시 공고육은 필요한 것인가? 하는 시사 토론을 다시 펼쳐가기 시작했다. 다시 정우성의 대답은 상당히 깔끔했지만 박중훈은, 토크에 관한 감을 더 키워야 겠다는 생각이 절실했다.


 또한 악플러들에 대한 연예인의 생각이라는 주제의 토론을 이어가는 등, 박중훈은 백분토론의 주제들을 하나씩 꺼내서 송년특집을 '정우성과 함께'진행한 느낌이었다.


 정우성이 물론 화려한 입담을 가진 재밌는 게스트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그렇기에 박중훈의 역할이 대단한 중요성을 가지는 것이다. 정우성을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고 순조로운 질문을 던지는 것은 모두 박중훈에게 달려있었던 것이다. 물론 정우성은 매력적이었지만 그것은 박중훈이 잘해서, 라기 보다는 박중훈과 대비되어서, 라는 표현이 더 적절했다. 


 정우성이 나중에 "흡입력있게 질문을 던져 주세요"라는 농담을 던진건 단순히 웃어넘길 충고가 아니다. 그 말이야 말로 박중훈의 문제점을 확실하게 찌른 질문이었기 때문이다. 질문을 중구난방식으로 던져 게스트를 당황케 하지말고 자연스럽게 다른 질문으로 넘어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차라리 진부한 방법이지만 자료화면을 보여주고 자연스럽게 그 질문으로 이어가는 방법이 훨씬 나을 듯 하다. 아니면 차라리 시사에 대해 토론할 생각이라면 주제를 하나 정해서 정우성과 이야기를 해보는 방법을 써야 한다. 사생활로 갔다가 백분토론 찍었다가를 반복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게스트보다 말을 잘 못하는 진행자에게 시청자들은 얼마나 더 매력을 느낄 것인가? 단지 토크의 문제가 아니다. 옛날 주병진쇼에 모티브를 얻어 만들어진 쇼인 듯 하지만, 그 매력은 아직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구성이 산만하다. 시청자들이 좀더 관심을 가질만한 내용을 전체적으로 채워넣을 필요가 있다.  좀더 시사적으로, 아니면 좀더 재미를 강조해서, 주제를 좀 더 일관시킬 필요가 있다. 마술이나 체조같은 불필요한 면을 줄이고 주제를 정해서 전문가들과 토론을 재밌게 해보던지 하는 것이 훨씬 생기있는 방송이 될 것이다.


 다음 출연 게스트는 김태희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우리나라 '톱스타'들이 다 출연하고 난 뒤에는 '박중훈 쇼'의 매력 역시 같이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을 해보기에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