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연기대상] 이 쓴웃음만을 남긴채 끝났다.


[MBC 연기대상] 이 만들어진 이래 23년만에 대상까지 '공동수상' 이라는 이례적인 일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누가 받아도 괜찮을 상이긴 했지만 그래도 명색이 '연기대상' 인데 연기 잘 한 사람에게 줘야 하는 것이 맞다. 송승헌과 김명민 중 누가 더 연기를 잘했는지는 스스로 판단해야 하겠지만.


공동수상을 남발하다 못해 대상까지 공동으로 주는 촌극 속에서, 그래도 빛난 한 마디는 있었다.


바로 여자 연기 우수상을 받은 문소리의 수상소감이었다.




여자 우수상 수상자로 무대에 올라선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재치있는 수상 소감을 이어나갔다.


"같이 후보에 오른 분들이 문소리 쟤는 영화나 하지 왜 드라마에 와서 상까지 받아가냐 하실 것 같다. 그래도 나름 이유가 있어서 왔다." 며 좌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나 진짜 그녀의 빛난 수상 소감은 바로 뒤에 이어졌다.


"시상식에 참여하려고 오다보니까 MBC 앞에서 노조 분들이 촛불시위를 하고 계시더라. 저는 그 쪽으로 가는 것이 맘이 편할 것 같은데 매니저가 절대 안 된다고 말려서 할 수 없이 이 쪽으로 왔다. 모쪼록 꼭 좋은 결과 얻으셨으면 좋겠다"


이러한 발언은 대한민국 톱 여배우의 입에서 나올만한 수상소감이 아니다.


여배우라고 하면 언제나 조신하게 앉아서 인형처럼 웃는 것에 익숙한 대상에게 자신의 정치적 소견과 신념을 정확하게 밝히고, '언론 7대 악법' 에 비판을 가하며 MBC 파업에 동참, 지지한다는 이야기를 하는 문소리의 모습은 매우 낯설었다. 그녀가 예전부터 자신의 확고한 정치적 색깔을 보여주며 여러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은 유명한 사실이지만 TV 시상식에서조차 가식 없이 자신의 생각을 털어 놓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한 터였다.


에둘러서 가식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직설적이지만 담담하고 담대하게 말했던 그녀의 'MBC 파업 지지' 발언은 충격적이기도 했고 기분이 좋기도 했다. 조중동 방송, 재벌 방송에 반대하는 MBC 파업의 진정성이 문소리라는 영향력 있는 배우의 입에서 다시 한 번 재확인 된 셈이고 MBC 연기대상을 시청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불러 일으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폴리테이너' 는 그다지 환영받지 못하는 말이지만 문소리와 같이 일관성 있는 정체성과 신념을 가진 폴리테이너라면 대 환영이다. 거기에다 방송법 개정과 같은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까지도 공중파에서 자신의 의견을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용기와 배짱이 있다면 금상첨화다. 적어도 그녀는 누구처럼 이리저리 포장하고 말을 바꿔가며 속임수를 쓰는 비겁한 짓을 하지는 않으니까.


문소리는 연기할 때나 말할 때나 딱 그녀만큼 솔직하고 진솔하다. 연기를 죽도록 못할 때에는 "나 연기 진짜 못했어요. 캐릭터가 이해가 안 돼서." 라고 까놓고 들어오고, 연기가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연기가 뭐예요? 난 아직도 모르겠어." 라며 진지한 물음을 되돌린다. 그러나 그런 솔직함 속에는 그녀만이 지니고 있는 삶에 대한 확고한 자기 철학과 연기에 대한 진지한 물음과 갈망이 숨겨져 있다.


그녀의 그런 수많은 철학과 생각이 있기에 우리는 문소리의 연기에서 깊은 내면의 진솔한 '인간미' 를 느끼게 되는 것이 아닐까. 젊고 예쁜 만큼 많은 것을 관리하고 돌봐야 하는 20대 여배우들의 꽉 막힌 '상품성' 을 넘어서서 가식적인 따뜻함이나 배타적인 차가움은 거세된 채 오로지 '인간 대 인간' 으로 사람들 앞에 홀연히 서 있는듯 한 그녀의 모습은 그 어떤 말로도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며 진짜 '예술' 이다.


그녀가 [MBC 연기대상] 에서 아름다움을 뽐 냈던 어떤 여배우들보다 아름다운 이유는 '연기력' 뿐만 아니라 인간으로 지니고 있는 철학과 여유로움, 전문 직업인으로서 가지고 있는 프로다움, 그리고 그 프로다운 생각이 만들어 내는 고민과 고뇌 때문이다. 단순히 연기력만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받아들이고 인정할 수 있다는 자체가 바로 문소리가 지니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이다.


권력에 아부하거나 굴복하지 않고, 30대 여성으로서 당당하게 자신의 소신을 밝히며, 악법 중의 악법인 '방송법 개정' 을 단호히 지지하는 그녀의 용기. 그 용기 있는 모습이 바로 씁쓸하고 재미없었던 [MBC 연기대상] 을 밝게 만들었다. 그녀의 꼿꼿한 자기 철학과 삶에 대한 의지가 새삼 놀랍고 부럽다. 문소리, 멋졌다!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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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BlogIcon 파란레몬 2008.12.31 14: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개념발언도 발언이지만
    어제 진심으로
    너무 이뻤음..............

  3. 정용진 2008.12.31 14: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호감가는 배우네요 저런 개념이 알찬 연애인이 많았으면 좋겠다. 그래도 문근영 김장훈은 있으니 훈훈하죠 문소리 화이팅

  4. 문소리씨 멋져요 2008.12.31 14: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당신의 용기있고 소신있는 한마디가 힘이 됩니다.

  5. zz 2008.12.31 14:5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문소리가 배우로서는 적절치 못한 말을 했네요.
    물론 한편에선 환영받겠지만 다른 편에서는 곱지 않게 보겠죠.
    그런것을 감수하고 자신의 소신을 밝히는 거야 자유지만 그게 개념이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 지나가다가 2008.12.31 16:43  댓글주소  수정/삭제

      글쎄요...그렇게 따지면....하느님께 감사한다는둥 이런말도 해서는 안되죠....

  6. 이원영 2008.12.31 15: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리시대의 진정한 연기자....

  7. 정병호 2008.12.31 16:4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문세씨가 그랬어요??,,, 얼마전 오전 방송 듣는데 오세훈이 가식없고 멋있다고 엄청 비행기 태우던데!!

  8. NG양 2008.12.31 18: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문세씨, 문소리씨 두분 다 멋있었어요!

  9. Favicon of http://cafe.daum.net/mikhucs BlogIcon 임반석 2008.12.31 18: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소리가 동문이라는 것에 큰 자부심을 느낀 하루였다. ^^*
    소리 홧팅!! MBC 홧팅!!

    • 저도 동문인데 2009.01.01 21:19  댓글주소  수정/삭제

      과 동기입니다. 늘 잘 보고 있지요. 계속 발전하고 힘내기를!

  10. 정진아빠.. 2008.12.31 18: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대한민국 배우라면 이정도는 되야지.. 최고의 한마디로 인정함..

  11. 정성욱 2008.12.31 19: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덕분에 잘보고 갑니다 연예대상할때 일하고있어서 이런일도 있었구나 싶네요

    문소리 참 좋아지는 배웁니다

  12. 목소리 2008.12.31 19: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역시 난 우월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13. 구거햏자 2008.12.31 21: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강호동의 철딱서니없는 소감에 비한다면 정말...

  14. Favicon of http://ipm.pe.kr/blog BlogIcon 입명이 2008.12.31 22: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근데 지금 뭐하나요? 파업현장에 있어야하지 않나?

  15. ㅁㅁㅁ 2009.01.01 02: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금쯤 성질이 뻗쳐서 개지랄을 하고 있을 한 놈이 떠오르네...

    망할놈들.. 나라를 팔아먹는(은) 놈들..
    역사는 되풀이되고 있는 것인가..

  16. 누가 받아도 될 상이라는 말에 전혀... 2009.01.01 02: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혀 공감이 안가는데요. ^^; 연기 지망생 오디션 같은 연기를 하는 송씨의 연기를 보고 어떻게 그런 생각에 동의를 하겠습니까?

  17. 오아시스 2009.01.01 11: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얼굴도 마음도 너무 이쁜 배우 문소리..그리고 보니 이름도 이쁘네!!!
    오아시스에서의 열연을 너무 잘 기억하고있습니다...

    당시에 오아시스 팬클럽 회원에도 가입했었는데!!

  18. 엠비씨는 2009.01.01 12: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상이나 공정하게 주면서 시위를 하던지...
    그게 연기대상이냐?
    에덴의 동쪽 파티지..
    베바가 짱이었는데

  19. 리니 2009.01.01 13: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분 너무 멋지죠..연예인중에 이런 사람은 정말 처음 보는것 같아요..보석같은 분입니다.

  20. ㄴㅇㅁㄹ 2009.01.02 17: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엠비씨 파업 화이팅입니다!
    특정정당이 언론을 장악하는건
    말도안되는 일..
    어떤정당을 더선호하고를 떠나서 옳지않은건 옳지않은겁니다!

  21. nomad 2009.01.05 11: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문소리씨, 당신은 그래서 더 빛나는 배우예요.
    그저 대본에만 의지하지 않는 당신의 소리, 그것도 불이익이 있을 수 있는 MB시대에..
    당신이 여배우라서 너무 좋아요. 당신같은 여배우가 있어줘서 숨통이 트이네요. 아자 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