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본 유출 사건이 터진 것은 여러모로 [패밀리가 떴다]에 득이 될건 없는 일이었다. 리얼리티를 표방하고 그들의 실제 성격이라도 되는 양, 출연진들을 포장했던 '패밀리'에게 드는 일종의 배신감이었던 것이다.

 물론 리얼리티라고 대본이 없을 것이라고 믿는 순진한 사람들은 아마도 얼마 없을 것이다. 아무리 리얼리티라 해도 기본적인 흐름은 있을 것이고 방송을 끌고 가야 하는 방향은 설정되어 있다. 그리고 그것이 대본으로 표현된다 한들, 그것은 문제 될 것이 없다.

 하지만 [패밀리가 떴다]가 몰고온 파장은 의외로 컸다. 멤버들의 행동이 그대로 적혀있는 대본의 내용이 예상외로 상세했기 때문이었다. 방송흐름은 짜여져 있을지라도 출연진들이 이제껏 나름대로 진정성있는 본래 성격을 바탕으로 캐릭터를 구축해 왔다고 믿었던 시청자들은 그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짜여진 것일 수도 있다는 것에 강한 거부감을 나타낸 것이었다. 

 그리고나서 방영된 [패떴]은 자칫 하다간 자연스레 찾아오는 위기가 아닌, 대본유출이라는 외부적 요인에 의해서 그 위기의 속도가 떠 빨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패떴]의 매력은 뭐니뭐니 해도 그들의 캐릭터였다. 무한도전의 무모함도 일박이일의 절박함도 '패떴'엔 없다.  재밌고 귀엽고 개성있는 캐릭터들이 MT라도 간듯이 떠드는 그 발랄함. 그들에게는 '긴장감'보다는 '유쾌함'이 어울렸다. 마치 만화 캐릭터와도 같은 그들의 모습은 [패떴]의 가장 큰 매력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 캐릭터들을 계속 끌고 나가는 것이 오히려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달콤살벌 예진아씨나 덤앤더머, 엉성천희, 계모수로등으로 대표되는 그들의 캐릭터는 이미 시청자들에게 파악이 끝난 상태다. 이제까지 그들이 캐릭터를 만들고 그 캐릭터를 시청자들에게 이해 시키는 동안에 발견되는 소소한 매력은 패떴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이미 완성되어진 캐릭터들을 가지고 언제까지 시청자들이 매력을 느낄 것인가 하는 문제는 아직 남아있을 수 밖에 없다.

 더군다나 정해져 있는 틀 안에서 [무한도전]처럼 다양한 오케스트라를 연주하기 힘든 [패떴]은 더욱 그 힘이 약해질 가능성이 크다. 

  물론 다양한 게스트를 통해 이 문제를 극복하려 했지만 그 일회성 게스트들 역시 이미 형성된 분위기 속에서 이야기를 풀어낼 수 밖에 없고, 처음부터 완벽한 적응력을 보여주기는 힘들다. 물론 때때로 게스트가 상당한 힘을 발휘하는 때도 있지만 그 힘이 지속될 수는 없다는 점에서 [패떴]이 해야할 고민은 남아있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대본유출]이라는 사건은 이 캐릭터들의 매력을 한층 더 의심케하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그들이 얻은 매력의 바탕은 그들이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라는 인식이 있을 때, 더 강해진다. 그들은 어쨌든 TV속의 스타들이고 [패떴]은 리얼이라는 느낌을 강조했다. 스타들의 생얼을 가감없이 보며 그들의 진솔한 행동을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패떴]은 승산이 있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그 캐릭터들조차 아무리 애드립 100%라고 변명을 한다해도 기본적인 아웃라인이 잡혀있다는 것은 그동안 그들 자체의 모습이라 즐겼던 TV속의 [패떴]이 갑자기 드라마나 시트콤에 다름아닌 성격으로 바뀌게 되고 마는 것이다.

 [무한도전]이나 [일박이일]과는 다르게 이 문제는 상당히 심각하다. 앞서도 말했듯, [패밀리가 떴다]는 절박함이 없기 때문이다.  게임을 할때조차 [패떴]에는 뚜렷한 목적이 없다. 진다고 해서 잠자리에 영향을 받거나 먹는 음식이 달라지지도 않는다. 다만 그들 스스로 그 게임을 유쾌하기 만들기 위해 승부욕을 불태울 뿐이다. 그것은 마치 그들이 이틀정도 친구들과 여행을 떠난 모습에 다름아니고 그 유쾌함은 TV앞으로 시청자들을 불러 모았다.

 [무한도전]이나 [일박이일]은 설사 그들이 연기를 한다고 하더라도 일단 그들에게 미션이 주어지고 그들은 그 미션을 쟁취하기 위해서 노력한다. [무한도전]이 댄스 스포츠를 배웠을 때 그렇게 감동적일 수 있었던 이유는 그들 스스로 흘린 땀의 결실이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일박이일]만 보더라도 그들은 한데서 잠을 자야하고 실제로 까나리를 먹는 고통을 느낀다. 한마디로 [무한도전]이나 [일박이일]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실제로 출연진들이 '겪어야'하는, '리얼'인 것이다.

 하지만 오직 캐릭터의 힘만으로 승부해 오던 [패떴]이 그 캐릭터들의 매력을 잃었을 때 올 수 있는 충격은 상상외로 클 수 있다.

 위기는 곧 기회라고 했다. [패밀리가 떴다]는 위기를 맞았고 이제 그 위기를 어떻게 현명하게 극복하느냐가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이제부터 '패밀리' 구성원들이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지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부디 그들이 위기를 현명하게 극복하여 더 나은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기를 바란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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