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내의 유혹]이 평일 저녁 7시 20분이라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시청률 1위라는 위업을 달성했으며 시청률은 연일 고공행진을 통해 40%를 넘나들고 있다. 

 [아내의 유혹]은 약간은 억지스럽고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비판을 뒤로하고 빠른전개와 인물들간의 대립을 극도로 끌어 올리면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뚜렷한 선악구도, 그로 인해 상처받은 주인공과 그 상처를 몇배로 되돌려 주는 과정이 통쾌하게 그려지면서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선사하고 억지스러운 스토리 마저 적절한 상황설정과 인물들간의 대화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설득시키는데 성공한 것이다. 

 [아내의 유혹]은 뭐니뭐니해도 등장인물 개개인의 뚜렷한 정체성을 바탕으로 묘한 매력을 형성해 가며 성공한 케이스다. 그리하여 시청자들은 마음놓고 악을 미워하고 선을 옹호하며 시선을 고정한다. 아니 사실 악을 미워할 필요도 없다 그들은 시청자들이 즐기기에 충분한 하나의 '놀잇감'이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이 [아내의 유혹]으로 패러디를 양산해 내고 희화화 시키는 것 또한 이 드라마를 끊임없이 즐기고 성격이 뚜렷한 캐릭터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절대 선'입장에 서있는 인물 가운데 유일하게 '답답하게 만드는'캐릭터가 있다. 그것은 바로 순정파 '민건우'다.





 민건우, 왜 얄미워 보이나?

민건우라는 캐릭터는 한 여자만 바라보는 순정파에 정의로운, 말하자면 이 드라마에서 여성들의 로망을 자극하는 완벽남으로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민건우는 '고자건우(고자질 하는 건우라는 뜻)'라는 별명이 붙는 수모까지 당했다. 항상 장서희가 연기하는 '민소희'캐릭터가 일을 꾸밀 때마다 말리고 쪼르르 달려가서 엄마한테 이르는 데서 붙여진 이 이름은 민건우 캐릭터가 기대했던 것 처럼 멋있기만 한 캐릭터가 되지 못했다는 사실의 뚜렷한 증거다. 

 그렇다면 한없이 멋있어야 할 민건우 캐릭터가 외면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아내의 유혹]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점에 그 가장 큰 이유가 있다. 이 드라마를 시청하는 사람들의 심리는 '구은재'라는 불쌍한 인물이 자신을 불쌍한 처지로 만들었던 사람들에게 차례로 복수의 칼날을 들이대는 모습을 보면서 직접 '구은재'라는 입장에서 희열을 느끼는데 있다. 

 처음부터 말이 안되는 설정으로 시작했으나 그 말이 안되는 이야기를 즐기는데 있어서 '복수'와 '싸움'은 이 드라마를 시청하게 하는 원초적인 힘인 것이다.

  그런데 민건우는 그런 복수도 싸움도 다 그만두라고 말한다. 이제 그만 용서하고 뜬금없이 결혼하자고 말한다. 그런 건우가 시청자들에게는 드라마의 몰입을 방해하는 '장애물'쯤으로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 

 사랑하는 것 까지는 좋다 이거다. 하지만 직접 '구은재'입장에 서 보지도 않고 자신이 고아였고 어렸을 때 버려졌다는 사실을 무기로 삼아 은재를 설득하려고 하는 것은 드라마의 맥을 끊기게 한다. 

 마치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전체적인 드라마의 분위기에 물을 끼얹은 듯한 정적을 선사하며 그 정적은 단지 쉬어가는타이밍이 아니라 건우 때문에 소희가 복수를 포기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 수반되는 것이다. 

 이 드라마가 살길은 '민소희', 아니, '구은재'가 끝까지 처절하고 피비린내 나는 복수를 감행하는 데 있다. 결코 건우의 감언이설에 넘어가서 복수를 그만두어선 안 된다. 이제까지 수많은 복수극들이 화해와 용서로 끝을 맺었다면 [아내의 유혹]은 그럴 수가 없는 드라마다. 

 왜냐하면 [아내의 유혹]은 처음부터 그런 '용서'도 '화해'도 생각할 여지를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의 초점은 온통 은재의 복수, 그 하나에 맞춰져 있다. 악역들이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한 설명도, 그들에게 동정심을 느낄만한 여유도 주지 않았다. 그 동정심은 일명 구느님이라고 불리는 구은재가 악녀 애리를 절규하게 만들 때나 느껴질 뿐인 것이다.

 이 드라마가 '막장'이라는 소리를 듣는 것도 바로 그곳에 이유가 있다. 악한들은 아무런 이유도 없이 한없이 악하고 선하면 또 답답하리만큼 선했다. 그런 악함에게 한 때는 선했던 인물이 복수를 감행하며 서로 위치가 뒤바뀌는 데서 오는 재미는 아내의 유혹이 답답하지 않게 극이 전개되게 하는 가장 중요한 소스였다. 

 '답답하지 않은'매력이 가장 큰 장점인 이 드라마에서 '답답하게 만드는' 캐릭터가 등장한다는 것은 시청자 입장에서 결코 반갑지 만은 않은 일인 것이다. 

 물론 건우 나름대로 스토리를 만들어 가며 이 드라마의 한 부분을 담당해야 하는 숙명을 짊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애석하게도 이 캐릭터는 드라마에서 '인정 받지 못하는' 비운의 주인공이 되어 버렸다.

 물론 지금 연장논의 까지 되고 있는 마당에 은재가 쉽게 복수를 그만둘 일은 없을 것이다. 모든 상황을 그저 즐기기만 하면 되는 이 드라마가 부디 끝까지 그 즐거움을 놓치지 않고 갑자기 이야기를 산속으로 끌어가는 일은 없기만을 바랄 뿐이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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