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 2일]이 정점을 찍은 뒤 [패밀리가 떴다]의맹공에 부딪혀 위기론까지 제기된 것은 불과 얼마전의 일이다.
 
 리얼 버리아어티라는 대세를 타고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때때로 '다큐멘터리 같다'는 말까지 들으며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것이다. 

 그리고 겨울이 되었다. 따듯한 계절이 넘어가자 [1박 2일]은 탄력을 받았다. 멤버들이 고생하는 강도가 강해지면서 재미도 따라 상승하는 결과가 나타난 것이었다. 

 처음에는 [무한도전] 아류쯤으로 생각되던 1박 2일이 이렇게 까지 오래 끌고 갈 수 있는 데는 강호동의 힘있는 진행이 단단히 한 몫을 했다.  무엇보다 강호동의 끊임없는 '승부사' 기질은 [1박 2일]에서 빠질 수 없는 강력한 재미임을 부정할 수 없다.

 

강호동은 사실 뛰어난 재치나 화술을 인정받아 최고가 된 경우라고 보기는 힘들다. 물론 강호동 나름의 화법에 매력이 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지만 그 것이 의표를 찌르는 창작력이나 상대를 휘두르는 말솜씨라고 보기는 어려운 것이다.



오히려 강호동이 의존하는 부분은 강호동이 가진 그 '힘'에 있다. 강호동을 발굴한 이경규 역시 '강호동은 녹화를 길게 한다. 그만큼 체력이 있으니까'라는 요지의 발언을 한 적이 있을 정도다. 강호동은 상대방의 말에 큰 소리로 웃어제끼는 등의 약간은 과장된 제스쳐를 보여주면서 반응을 끌어올리는 타입이다. 그로인해 강호동은 '너무 오버한다'라는 말을 듣는 지경에 까지 몰리기도 한다.



강호동의 그 '힘'은 스튜디오 안에서 보다 밖에서 훨씬 더 빛난다. 그런 의미에서 출연진들이 고생을 도맡아 해야 하는 [1박 2일]은 강호동에게 최고의 프로그램이 아닐 수 없다.



사실 비슷해 보여도 [무한도전]에는 강호동이 어울리지 않는다. 일인자 유재석 보다 나이 많은 출연진이 있고 서로 자기가 잘났다고 싸워대는 분위기에서 강호동이 '힘'으로 제압한다면 균열이 생길 여지가 있다.



하지만 [1박 2일]에서는 많이 망가지고 동생들에게 당하면서도 강호동에게 주어진 절대적인 어떤 '힘'같은 것이 분명이 존재한다.



유재석이 모두를 포용하는 일종의 중재자 같은 리더십을 발휘한다면 강호동은 최소한의 선은 무너뜨리지 않고 언제나 강력한 힘으로 제압할 준비가 되어 있다. 그래서 [1박 2일]에서는 순위 싸움 같은 것은 없다.



그 '힘'을 바탕으로 강호동이 할 수 있는 일은 바로 승부수를 띄우는 일이다. [1박 2일]에서 자주 '우기기'가 통하곤 하는 것은 자신이 가진 조건을 전부 내걸며 협상을 하는 강호동이 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강호동이 대단한 점은 시청자들의 응원이 제작진이나 상대팀이 아닌 강호동에게 초점이 맞춰지게 한다는 것이다.



일단 자신이 가진 조건을 내세우며 자신에게 불리한 내기를 제안한다. 이 때 시청자들은 "저게 성공하겠어?"라는 의구심과 '어쩌면' 하는 호기심이 동시에 생겨난다.



그 '어쩌면'이라는 1%의 가능성에 기대를 걸게 하며 자신에게 포커스가 맞춰지도록 한다. 해병대 군인 6명을 다 이기는 저력을 보이거나 동물적인 감각으로 뚜껑을 멀리 보낼 때, 시청자들은 일종의 희열을 경험한다.



이것이 무엇보다도 강호동이 칭찬받아 마땅한 부분이다. 강호동은 어떻게 긴장감을 조율하는가 하는 부분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강호동은 일단 미끼를 던져 주면 어떻게든 그것을 극대화 시켜낸다. 별 것 아닌 일을 과장스럽게 보이게 만드는 힘. 그것이 강호동의 가장 큰 장점이다.



이전의 강호동의 이미지가 다소 강하고 카리스마 있게 느껴졌었다면, 1박2일에서는 후배들 에게 오히려 당하고 후배들에게 억지쓰는 귀여운 캐릭터의 모습을 추가했다. 게임에 질 때는 백이면 백 다시 게임을 하려하고 잘못하기라도 하면 후배들의 비난의 대상이 되기 일쑤다.



그러나 강호동은 그 비난을 더 큰 비난으로 흥분시키지 않고 오히려 당해 주면서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었다. 그것은, 강호동이 다른 캐릭터들과 같은 입장에 위치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게 했으며 그가 다소 권력을 휘두른다 해도 그 방식에 거부감이 들지 않게 한 것이었다.



말하자면 강호동은 자신이 멤버의 일원이 되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 동생들이 자신의 말을 듣고 따라오게 할 수 있는 위치에 서 있다.



그리하여 [1박 2일]같은 경우야 말로 강호동의 특장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프로그램이며 강호동으로 인해 시너지 효과를 내는 프로그램이다.



좁은 공간에 갇히기 보다는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출연진들에게 상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이 주어지고 그들이 헤쳐 나가야 만하는 미션이 생길 때, 강호동은 전체적인 분위기를 업시키거나 별 것 아닌일을 부풀리는 비장의 카드 같은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강호동만이 할 수 있는 자신의 탁월한 능력을 톡톡히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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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여우비 2009.02.09 03:5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조목조목 잘 쓰셨어요. 제가 느껴온 것 들을 잘 정리해주셨네요. 1박2일만의 매력이 있다면 그 중심에 있는 건 강호동이라는 mc의 '힘'과 그게 상응하는 '유연성'이겠죠..^^

  2. 행인 2009.02.09 11: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언제봐도 필력이 좋으신 듯..군더더기 없이 요지를 전달하는 능력도 탁월하시구요~
    공감가는 글이고..잘 읽었습니다.

  3. 여인 2009.02.09 12: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강호동님 스포츠선수이면서
    방송계에서 성공할수 있다는 것을 보연준 예로서
    자라난 청소년에게 희망을 보여줄수 있기에 칭찬합니다

    일요일 1박2일이 넘 기다려지는 프로입니다
    그리고 pd님의 간간 출연하는 모습도 인간적입니다

    예전 해병들과 씨름경기를 할때는 너무 감동을 받았습니다..
    씨름을 사랑하고 진정 군인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엿보였습니다....

    다음에는 또 어떤 고장을 보여줄까 하는
    기대감도 생깁니다
    담양의 대나무숲 인상적입니다

  4. 정확하게 보셨네요.. 2009.02.09 13: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근래에 읽은 블로거 뉴스중에 제일로 다듬어지고
    논리가 정연하게 세련된 필체로 누구도 거부감 않들게 쓰신글이라 생각됩니다..
    정말 강호동을 너무 잘 분석하시구 표현하신것 같습니다

    1박2일은 강호동이 있기에 존재할수 있다 할만큼
    강호동의 탁월한 능력을 톡톡히 발휘하고 리더로서의 입지와
    확고한 인기구축으로 국민MC자리에 오르게된 프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것 같아요.

    MBC의 무릎팍도사도 강호동이 아니면 불가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부드럽고 포용력이 있다구 하는 유재석이 무릎팍도사를 한다 가정을 해보니
    게스트 비우만 맞추는 왠지 밍밍하고 심심한 토트쇼가되서 얼마 못가서
    막 내릴것 같은...강호동은 때론 집요하게 게스트의 아픈곳을 파고들어 욕 먹을때도 많지만
    게스트들이 진솔하게 얘기를 풀도록 해서 오히려 안티를 없애고 이미지 쇄신을 도와주었던것 또한
    강호동의 탁월한 능력이라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