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유혹] 이 시청률 40%를 넘나들며 최절정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애리와 교빈의 이혼, 다시 교빈의 집으로 들어가는 은재의 모습이 급박하게 그려진 이번 주에 갈등의 또 다른 축은 바로 니노의 거취를 둘러 싼 애리와 교빈네 식구들의 기 싸움이다.


그동안 온갖 악행으로 시청자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 애리지만 니노에게 바치는 모정을 보면 슬며시 동정과 연민의 마음까지 들 정도다.


그런데 더욱 안타까운 것은 바로 엄마, 아빠의 다툼과 이혼을 지켜보며 마음 고생하고 있는 니노다.


교빈과 교빈네 식구는 니노를 '제 2의 애리' 로 만들 심산인가.




지금 교빈과 애리의 상태를 보면 스스로를 파멸로 몰아가는 것으로도 모자라 자신들의 아들인 니노까지 사지로 몰고 가는 것 같다. 아이 앞에서 툭하면 소리지르고 싸우는 모습은 아이를 극도의 불안상태로 몰고가고 있다. 부모의 이혼으로 새엄마까지 맞이해야 하는 형편인 니노의 현재 상태는 매우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금보라가 신경을 쓴다고 해도 엄마가 쏟는 진심어린 애정에 비할까. 즉, 애리와 떨어져 살게 된 니노는 애리처럼 인간과 애정에 굶주린 아이로 성장할 가능성이 대단히 크다는 것이다.


교빈의 집에서 벗어나 엄마 애리와 살고 싶어하는 니노는 애리와 떨어지는 순간 일종의 '분리 불안 장애' 를 겪을 공산이 크다. 분리 불안 장애는 엄마와 한시도 떨어지기 싫어하는 유아적 성향이 시간이 지날수록 강화되는 것으로 등교 거부, 게임-만화 중독 등의 2차 불안증세로 발전된다. 지금 니노는 엄마와 살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있기에 분리 불안 장애가 덜하지만 지금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불안 증세는 배가 될 것이다.


이렇듯 전형적인 애정 결핍 상태에 머물러 있는 니노는 '애리' 못지 않은 삐뚤어진 성격을 가지게 될 것이 분명하다. 제대로 된 애착관계와 인간에 대한 신뢰적 관계를 이룩하지 못한 니노는 성인이 되어서도 유년 시절에 겪은 심리적 공황상태에서 절대 벗어날 수 없는 처지다. 즉, 교빈과 정하조 회장이 그토록 증오하는 거짓말 잘하고 소유욕 강한 애리의 모습이 니노에게서 그대로 재현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는 애리에게나, 니노에게나 굉장한 비극이다.


그렇기에 아무리 교빈의 집의 환경이 좋다고 해도 니노는 엄마 애리가 키우는 것이 좋다.


니노에게 중요한 것은 잘 다듬어진 교육환경이나 집안 수준보다는 엄마와의 애착관계다. 부모와 아이 간에 발생하는 사랑의 유대가 제대로 이뤄져야만 니노는 건실한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다. 전 생애에 걸친 대인관계, 성적관계, 사회적 관계의 원천이 되는 이 유대감이 유실되었을 경우 니노가 받을 심리적 외상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향후 니노가 보일 모든 문제행동이 이러한 유대 관계에 뿌리 깊은 원천을 두고 있다는 이야기다.


특히 니노는 지금 엄마 애리를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안식처로 생각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하조 회장의 욕심 때문에 억지로 니노를 엄마와 떼어 놓는 것은 이기적인 발상이다. 니노를 생각한다면 니노에게 애리와 살 수 있는 아니 그것도 힘들다면 일주일에 한 두번 만날 수 있는 최소한의 기회라도 제공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니노를 위해 정회장이 할 수 있는 교육적 배려다. 니노는 아직도 심리적으로 상처를 받을 수 있는 어린아이이며, 누구보다 부모의 사랑을 갈망하는 불쌍한 아이일 뿐이니까.


오늘 애리와 은재는 니노를 사이에 두고 내 아들이니, 니 아들이니 하며 기 싸움을 벌였는데 이번만큼은 은재가 애리에게 져 줘야 한다. 은재가 아무리 심성 곱고 니노를 잘 돌봐준다고 하더라도 친모와 부대끼는 핏줄의 정만큼이야 하겠는가. 니노는 애리에게서 반드시 뺏어야 하는 소유물이 아니다. 자신의 뱃속에 든 아이를 사랑했고 그래서 복수를 결심했던 '엄마' 은재라면 니노 문제만큼은 한 발자국 물러서는 것이 옳다. 니노를 통해 애리를 더욱 구렁텅이에 몰아 넣는 것은 비겁하고 치졸하다. 아니, 너무 잔인하다.


물론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삶을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도 없고 걱정할 필요도 없다. 드라마의 갈등은 언제나 화해를 전제로 하는 법이니까. 그러나 지금 드라마에서 그려지는 니노의 모습은 '드라마니까' 로 지나치기엔 너무 안타깝다. 애리는 죗값을 치루는 것이 마땅하지만 못난 엄마와 아빠를 둔 죄 때문에 매일 매일 눈물만 흘리는 니노를 보고 있으려니 가슴이 아프다. 어른들 싸움이 한창 즐겁게 성장해야 할 어린 아이의 마음을 다치게 한 것 같아 마음이 쓰인다.


지금까지 [아내의 유혹] 속 은재의 복수는 통쾌하고 처절했다. 보고 있노라면 속이 뚫리고 쾌감까지 느껴졌다. 그런데 이젠 은재의 복수를 마냥 즐겁게만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드라마니까' 로 치부하고 싶어도 엄마와 떨어진 니노가 얼마나 불안할까, 복수에 눈이 먼 은재의 행동 때문에 애꿎은 니노가 또 다시 2차, 3차 피해를 보는 것이 아닐까하는 우려 때문이다. 니노와 관계없이 이뤄질 은재의 복수가 두렵고도 걱정되는 이유다.


어차피 애리의 결말이 비극적인 것이라면, 은재의 복수가 처절할 것이라면 니노만이라도 엄마의 품에서 온전히 자랄 수 있는 기회를 어떻게든 마련해 주면 어떨까. 이 착한 아이가 '제 2의 애리' '제 2의 교빈' 등의 비정상적으로 성장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말이다. 이렇게 글을 쓰고 나니 웃음이 난다. 통속극을 이렇게 진지하게 보다니! 참 유난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다소 민망한 마음을 감추며 바란다. 니노가 꼭 엄마의 품에서 좋은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길 말이다.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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