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작'드라마라는 타이틀이 갖는 부담은 상상외로 큰 것이다. 투자한 금액에 대한 압박감에 드라마 자체에 너무 힘이들어간다거나 아니면 그 스케일을 스토리가 따라 잡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 하다.

 [로비스트]가 그랬고 [비천무]가 그랬으며 [에덴의 동쪽]이 그랬다. 적은 돈을 투자했을 때 받는 피해액보다 상상을 초월하는 피해가 갈 수도 있는 이런 대작드라마들은, 스토리와 연출에 힘을 주기 보다는 '스타'나 '현지 올로케'같은 볼거리에만 힘을 주었던 것이 그 성공적이지 못한 결과에 주된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카인과 아벨]역시 그런 우려를 할 만한 소지가 충분히 있었다. 방영 전부터 시청률 1위 [아내의 유혹] 뒤에 따라 붙은 다양한 형태의 그 예고편들은 보기도 전에 이 드라마에 대해 질려 버리게 까지 했으며 예고편에서 보여준 장면들이 지나치게 '대작'이라는 점이 강조되어 힘이들어가 있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일단 성공적인 평가를 내릴만 했다. 


 [카인과 아벨], 오랜만에 '그냥' 드라마가 나오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들을 살펴보면 거의 대부분이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고 그냥 봐'라는 식이다. [꽃보다 남자]가 인기를 끌어도 너무 어색한 연출로 혹평을 받고 [아내의 유혹]은 연출력은 괜찮다지만 장서희의 '민소희'는 거의 신처럼 군림하며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복수를 성공시킨다.

 어쨌든 '왜?"라는 질문이 필요 없이 킬링타임용으로 손색없는 그런 드라마들도 나름대로 매력이 있는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 좀 다른 무언가를 보고 싶을 때가 되었다. 좀 더 짜임새 있고 좀 더 치밀하면서도 좀 더 신경쓴 것 같은 그런 드라마. 그런 드라마가 나타난다면 언제나 채널을 고정해 줄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이제 1화가 방영된 마당에 [카인과 아벨]이 그런 드라마라고 단정짓기는 어렵다. 하지만 일단 스타트는 꽤나 만족 스럽게 끊은 것만은 사실이다. 

 일단 '흥행 불패 소재'였던 '의학'이라는 소재를 들고 나온 것 부터 시선을 고정 시켰다. 긴장감 넘치게 진행되는 수술 장면들과 인물들 간의 권력 다툼은 첫회 시선을 끄는 소재로 아주 적절했다.

 공들여 찍었음이 분명한 카메라 구도들과 뛰어난 화질역시 드라마의 분위기를 고급스럽게 만드는데 한 몫했다. '선-악'으로 대비되는 인물들을 설정해 놓고 '의학'이라는 소재를 매개체로 삼아서 '뭔가 있어보이게' 꾸며 놓은듯한 모양새가 그럴 듯 했다. 게다가 대작드라마에서 흔히 보여지는 '허세'가 이 드라마에서 적었다는 것 역시 반갑다. 소지섭의 캐릭터가 생각보다 무게 잡지 않은 것은 정말 현명한 선택이라고 해두고 싶다.

 게다가 무엇보다 칭찬해 주고 싶은 것은 주연급 연기자를 비롯해 조연급들 까지 눈에 거슬리는 연기를 한 사람들이 하나도 없었다는 것이다.

발로 연기한다고 까지 일컬어지는 수많은 배우들을 뒤로 한 채, 젊은 연기자들 까지 극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는 사실은 이 드라마가 가진 가장 큰 미덕이라 할 수 있겠다.

 물론 한지민의 사투리가 어색한 감이 없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기본적으로 연기력에 문제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고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은 소지섭과 그와 대척점에 서있는 신현준 역시 극의 중심을 잘 잡을 것이라고 기대된다. 특히 신현준은 오랜만에 악역을 맡아서 그가 가진 외모와 분위기에 딱 맡는 역할을 선보일 수 있을 듯 해 탁월한 선택이라 하겠다. 물론 연기력 역시 상당히 좋았다. 

 아주 오랜 만에 드라마를 묻고 따지면서 볼 수 있는데다가 어느정도 재미까지 갖췄으니 [카인과 아벨]이 어떤 식으로 긴장감을 높이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결과는 엄청난 성공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했다고 본다.

 일단 기억을 잃는 주인공인 이초인(소지섭)의 기억찾기 과정과 복수, 또 그런 이초인을 제거하려는 이선우(신현준)의 대결구도가 그 골자인 듯 한데 그 분위기와 사건들을 어떻게 표현해 내느냐에 따라 이 드라마가 살 수도 죽을 수도 있다.

 또한 극이 너무 무거워 지는 것을 방지하며 긴장감을 완화시킬 수 있는 오영지(한지민)의 캐릭터의 매력 또한 어떻게 살리느냐에 따라 이 드라마의 흥행 요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김해숙이나 하유미, 안내상 같은 연기자들이 어떻게 카리스마를 뿜어 내며 극의 몰입도를 높이느냐 하는 것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일단, 첫 회에서 이 드라마는 많은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그 가능성들을 어떻게 극대화 시키느냐 하는 문제는 남아있지만 오랜만에 TV에 시선을 고정해도 '막장'이니 '진부함'이니 떠들지 않고 재미를 찾을 수 있는 드라마가 되길 바랄 뿐이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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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행인 2009.02.19 01: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요근래 글이 안올라와서 궁금했는데 어제,오늘 올리셨네요^^
    저도 카인과아벨 기대가 됩니다..초반엔 구성이 다소 산만하게 느껴져서 별로였는데
    후반으로 갈수록 몰입하게 되더라구요..소지섭,안내상씨 등 제가 좋아하는 배우들이 나와서 좋구요~
    한밤님글은 은근 중독성 있어서 글이 안올라오면 궁금해지더라구요 ㅋㅋ
    행복하세요!

  2.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02.19 01: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역시 격이 다른 글이네요. 많은 걸 보고 배우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3. Favicon of http://blog.daum.net/orangemh BlogIcon 원미희(원남미희) 2009.02.19 08: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냥 님이 누군지 궁금해서 난 한밤의 연예가 섹션이 3번째야 우훗........그럼 외곬수 기질 잃지 말고 평정심 알쥐???

  4. 지섭이형 팬 2009.02.21 12: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섭이형 나오는거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