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유혹] 이 진짜 민소희의 등장 이 후로 표류하고 있다.


억지스러운 전개와 이해 불가능한 등장인물들의 신경질이 계속 되면서 TV 를 꺼 버리는 시청자들이 많아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아내의 유혹] 의 시청률은 날이 갈수록 곤두박질 쳐 이제는 20%대 후반 시청률로까지 떨어지고 말았다. '명품 막장 드라마' 라는 찬사가 무색할 정도로 최근의 [아내의 유혹] 은 형편이 없다.


여기에 더해 [아내의 유혹] 을 더욱 싫증나게 하는 것은 바로 순진함을 가장해 짜증을 불러 일으키는 고모 캐릭터다. 그녀의 캐릭터는 이제 더 이상 재밌지도, 신선하지도 않다. 그저 답답하고 말귀 못 알아 듣는 '반푼이 캐릭터'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것이 되어 버렸다.




원래 고모 캐릭터는 이런 캐릭터가 아니었다. 맨 처음 고모 캐릭터는 자신의 이익 밖에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순수함을 추구하는 귀여운 캐릭터였다. 강재 최준용과의 러브스토리도 그렇게 가볍게 시작됐고, 시청자들도 오영실이 나오는 부분에서는 여유를 갖고 볼 준비가 되어 있었다. 적어도 결혼 운운하며 그들의 러브라인이 심각해 지기까지 그들의 사랑은 코믹함 속에서 소소한 인간미를 발견케 하는 장치로 작용했다.


이렇게 따지자면 고모 캐릭터는 [아내의 유혹] 에서 가장 인간미있는 캐릭터였다. 순수하게 사랑할 줄 알고, 계산하며 인간관계를 따지지도 않는다. 좋은 것은 좋고, 싫은 것은 싫으며 한 번 좋아하는 것은 그 어떤 일이 있어도 좋아할 줄 안다. 약속 한 것은 어떤 일이 있어도 철썩 같이 지키는 '고모' 의 매력은 치열한 대립각으로 점철되어 있는 [아내의 유혹] 에서 유독 빛나는 '인간스러움' 이었다.


그 뿐 아니라 고모 캐릭터는 여태껏 드라마의 '완급조절' 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고모 캐릭터는 자칫 무거워 질 수 있는 [아내의 유혹] 에서 한 템포 쉬고 갈 수 있게 만드는 캐릭터였다. 구은재와 신애리가 긴장의 끈을 바짝 조여 놓으면 고모 등장해서 긴장을 풀어 놓은 격이다. 이 드라마를 통틀어 코믹을 담당할 수 있는 캐릭터가 오직 고모였다는 사실은 이 캐릭터가 [아내의 유혹] 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결코 적지 않음을 방증하는 단면이다.


그런데 이렇듯 가볍고 귀여웠던 고모 캐릭터가 최근 철저하게 망가지고 있다.


강재와의 러브라인이 급물살을 타면서 말도 안 되는 억지로 가족들을 짜증나게 하는 캐릭터로 변질되고 있는데다가 눈치 코치 발치 다 없는 이상한 '여자' 로 까지 그려지고 있다. 제작진의 입장에서는 그 또한 고모의 순수성을 빛나게 하는 장치라고 변명할 수 있겠지만 TV를 지켜보는 시청자 입장으로선 앞뒤 재지도 않고 뜬금없는 말만 주절대는 고모 캐릭터는 짜증만 불러오는 이상한 캐릭터 일 뿐이다.


적어도 과거 고모 캐릭터는 할 말은 하고, 하지 말아야 하는 말은 하지 않으며, 언제 어디서든 착하고 올바른 행동만 했던 사람이었다. 신애리에게 퍼붓는 독설이 밉지 않았던 것은 그것이 모두 옳은 말이었기 때문이다. 허나 지금 고모 캐릭터에게서 그러한 '올바름' 을 찾는다는 것은 무리다.


결혼하겠다면 생 떼를 쓰질 않나, 웨딩드레스를 입고 갑자기 도망치질 않나, 허구헌 날 이상한 말만 하며 가족들을 뜨악하게 하질 않나 예전에 다소 모자르기는 해도 바른 말만 했던 고모 캐릭터가 맞나 싶을 정도로 고모 캐릭터의 변질은 심각한 수준이다. 이제는 고모 역시 [아내의 유혹] 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처럼 자기 밖에 모르고 자기만을 위해 사는 이상한 사람 중 한 명처럼 보일 정도다.


그 뿐인가. 고모 캐릭터가 변질되면서 고모가 나오는 에피소드도 이제는 더 이상 '가볍게' 볼 수 만은 없게 되었다. 고모를 둘러싼 민현주와 정하조의 관계, 고모-강재-애리로 이어지는 삼각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데다가 이야기도 점점 점입가경으로 심각해 지면서 오히려 민소희의 복수보다 고모를 둘러싼 이야기들이 더욱 무겁게 보일 정도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그 동안 고모 캐릭터를 통해 드라마의 '완급조절' 을 해 왔던 [아내의 유혹] 은 완급조절에 완전히 실패하게 되었다. 강약강약으로 나가야 할 이야기 구조가 민소희 비명, 신애리 발악, 구은재 당황, 고모 헛소리 등으로 이어지며 강강강강으로 계속되니 보는 사람도 진이 빠지고 신경질이 난다. 이러니 시청자가 이탈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제 [아내의 유혹] 이 종영하기 전까지 약 한달이 남았다. 일일 드라마로서는 결코 짧은 시간이라고 할 수 없다. 이 한 달 동안 [아내의 유혹] 이 계속 이런 식으로 스토리라인을 진행한다면, 거기에 더해 재미있었던 고모 캐릭터까지 이딴 식으로 운영한다면 [아내의 유혹] 이 유종의 미를 거두기는 애초에 글러 먹은 것일 것이다.


한 때 대단히 인간적이고 소박해서 사랑스러웠던 고모가 어쩌다 헛소리에 반푼이 짓만 하는 헛똑똑이로 전락했는지 작금의 현실이 한탄스러울 뿐이다.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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