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선은 대단했다.

 말이 5천만원이지 [1대 100] 애청자라면 누구나 그 5천 만원 상금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안다. 찬스를 두 번이나 사용할 수 있는 이점은 있지만 그래도 무려 백명 보다 운이 좋아야 살아 남을 수 있는 것이니까. 

  
 아무튼 상대적으로 도전자가 유리한 위치에 서 있다 하더라도 아직까지 5000만원의 주인공은 10명이 채 되지 않을 만큼 문제는 상당한 난이도를 자랑한다. 결국 마지막에 가서는 '찍을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몰리면서 주는 긴장감은 상당한 재미를 선사한다. 나름대로 문제를 풀어보고 (엄밀히 말해 찍어 보고) 최후의 1인도 틀린 문제를 맞추기라도 할 때면 그런 재미는 더욱 극대화 된다.

 물론 박지선의 뛰어난 상황판단력과 운을 보는것은 (박지선의 경우 운도 실력이라 할 만 했지만) 나름 재미도 있었지만 감동도, 희열도 평소의 그 3분의 1로 줄어들었다. 



 스포일러, 보고 싶지 않아도 보게 하면 어떡하나?


 이미 다 알고 있었더랬다. 그리고 이미 놀랐다. 박지선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박지선이 주저 앉았다는 디테일한 설명까지 덧붙여 있었다. 단지 이번 [1대 100]은 어제 읽었던 기사의 리바이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떡하니 제목을 '박지선 5천만원 획득'같은 스포일러로 꾸며 놓은 채, 각종 포털사이트 메인에 등장한 기사 덕택에 박지선의 우승 소식은 벌써 부터 알고 있었다. 생각해 보면 어제가 처음이 아니었다. 녹화가 끝나자마자 흘러나온 스포일러는 기사로 배포되었고 방송 날짜가 다가오자 너무나도 친절하게 다시 한 번 비슷한 기사가 시선을 잡아끌었다. '주저 앉기 까지 했다'는 필요 없는 설명까지 덧붙인 채 말이다.


 이런 상황은 한 두번이 아니다. 드라마의 결말이 궁금할 때 쯤이면 어김없이 스포일러가 새어 나온다. 드라마 제작진 측에서는 원하지 않았더라도 어떻게 새어 나왔는지 당당히도 결말을 제목으로 내 붙인다. "과연 결말은?" 같은 말로 결과를 알 수 없게 해 놓아 사람들이 읽을지 안 읽을지 선택권을 주지도 않는다. 

 
 최근 나온 [아내의 유혹]의 기사만 보더라도 '애리 자살'이라는 자극적인 제목이 붙여졌다. 굳이 알지 못했더라도 상관없는 결말을 알게 됨으로써 드라마의 흥미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아무리 조회수가 중요하다지만 꼭 그렇게 까지 해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미국의 한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결과를 숨기기 위해 출연진과 제작진들과 거액의 계약금을 건 계약서를 작성할 만큼 치밀한 준비를 했다.


 꼭 그런 것이 아니라도 '사전 제작 방식'에 익숙한 미국 드라마나 일본 드라마들의 결론은 드라마의 마지막이 방영될 때까지 결코 쉽게 밝혀지지 않는다. 미국이나 일본의 언론사들이 스포일러를 무차별적으로 내보냈다면 제작진 측에서 소송도 불사할 일이다. 그런 법적인 문제를 다 떠나서 스포일러 금지는 시청자들에 대한 '예의'다.


 만약 브라운관이 아니라 스크린의 스포일러였다면 어땠을까. 치밀한 반전을 준비한 [장화홍련]이나 최근에는 충격적인 반전이 있다는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같은 영화의 반전이 떡하니 기사의 제목으로 나온다고 생각해 보라. '사실은, 장화홍련의 임수정이 000였다.' 같은 제목으로 영화의 흥미를 떨어뜨리는 일이 발생한다면 영화를 누가 보고 싶어 할까. 한국에서도 한바탕 소동이 날 일이 아닐 수 없다.


 왜 스크린과 브라운관에서 지켜져야 하는 룰이 달라야 하는지 모르겠다. 시청자들이 드라마나 쇼프로 그램을 보는 이유도 어쩌면 결말이 궁금해서 일 수도 있다. 시청자들은 뻔한 결말은 뻔한 결말대로, 충격적인 결말은 충격적인 결말대로  온전히 프로그램에 집중하고 싶어한다.


 이미 한국 인터넷 인구가 15세 이상 인구를 기준하여 2700만명을 넘었다는 결과 보고도 있는 마당에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되는 기사들이 이렇게 무책임해서야 가히 '횡포'라는 말 밖에는 할말이 없다. 


부디 단지 한 사람, 그 결말을 모르는 사람을 위해서라도 최소한의 '예의'는 시청자들을 위해 언론사건, 방송사건 지켜 주었으면 한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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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저도 2009.04.28 23: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똑같은 생각이네요
    미드는 다른 2 엔딩을 찍죠...(배우들도 어느 엔딩이될줄 모르게)
    기자들이 예의를 지켜야된다고 생각하네요

  2. Favicon of http://123 BlogIcon 로스트 2009.04.29 01: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생각해보니 미드 "로스트"는 아예 출연자조차 자기가 죽는지 살아남는지 모르게 했었다는 것도 생각나네요. 무분별한 선전때문에 피해가 중첩되다보면 시청자들이 눈을 돌릴테고 그럼 정신차리고 프로그램의 단순한 선전보단 그 내실을 다지게 되지않을까요. 이러한 일들이 다른 나라에선 벌써 돌고돌았고 종류는 틀리지만 무분별한 "인터넷상 유출" 덕분에 "원앙소리"도 수출길을 막아버렸었는데...인터넷강국 한국이지만 그걸 쓰는 사람들 수준은 아직 부족한듯하네요. 찌라시기자나 그거에 열심히 낚여주는 사람들이나

  3. 짜증 2009.04.29 09: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진짜 짜증났음... 박지선씨 나온다고 해서 보려고는 했는데 막상 결과를 알고 보니깐 긴장도 안되고 재미도 없고
    그냥 '아... 맞추겠네...' 이생각밖에 안났음... 기자들 방청객도 아니고 뭘 그렇게 오지랖이 넓어서
    국민들한테 다 알려주냐-_-

  4. 찾삼 2009.04.29 09:4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제 처럼 긴장감하나 없는 퀴즈프로는 첨이었네요..
    재미없던만요 ..

  5. 익명 2009.04.29 10: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6. 글씨체좀... 2009.04.29 11: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뭐야 글씨가 왜이리 알아볼수 없게 작은거야 ,..

  7. 곱창사리 2009.04.29 11: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경맞춰.

  8. 차성욱 2009.04.29 12: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결과를 모르고 보니까 정말 재미있든데요...박지선 대단해용

  9. 글씨체가 2009.04.29 13: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작아서 안보일때는 ctrl누르고 마우스 휠로 드르륵~~

  10. 방송사나 언론사 2009.04.29 14: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를 바라보시는 시각이 너무 순진하신듯...
    님은 1대100을 한번도 빼놓지 않고 봐오신 분인가요? 그렇담 저 기사의 낚시대상은 아니신거구요.
    어제 저 방송을 보신분들 중에 아마도 많은분들은 박지선이 어떻게 5000만원을 받았을까 궁금해서
    보신분들이 많았을겁니다. 그럼? 시청률이 올라가겠죠? 그겁니다. 딴거 없습니다. 시청률 = 광고비.
    저 기준에 크게 벗어나지 않죠.

  11. 윤성희 2009.04.29 14: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낚인거였네..ㅋㅋ 낮에 친구한테 박지선이 5000마넌 땃다는말에 가족들 다 앉혀놓고 보자고해서 긴장감으 없었지만 아하 이렇게 맞춘거네..암튼 박지선이 선택한건 무조건 답이다 .그러고 봤네요..ㅎㅎ

  12. 우리 부모님은 2009.04.29 14: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퀴즈프로그램 애청자세요. 1대 100은 물론 빠짐없이 보시죠. 근데 제가 기사보고 얘기해드리는 바람에 재미없다고, 덕분에 불효녀가 되어버렸죠. 예의가 없다 못해서, 기사의 스포일러는 시청자들에 대한 폭력이에요. 기사 덕분에 시청률은 올랐을지 몰라도, 너무도 뻔한 결말에 재미없이 본 사람들이 대다수일거에요.

  13. 저번에 무한도전도 2009.04.29 14: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국체전에서 은메달 땃다고 기사가 먼저 났죠
    에어로빅 방송은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14. ㅎㅎ 2009.04.29 18:4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나마 <박지선 5000만원>이란 기사는 반전이란게 있었네요. 더블찬스에 실패해 사실은 <박지선 2500만원>이라는거. ㅡ,.ㅡ

  15. 대략짜고 하죠. 2009.04.29 19: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퀴즈프로도 재미를 위해 대략 프로그램 구성을 사전에 짜놓고 합니다. 문제를 계속 틀려서 금방 녹화가 끝나던가, 긴장감없이 진행되면 재미 없잖아요. 지난주에 퀴즈대한민국 보니까, 경영대 생이랑 고1짜리가 결승전에서 붙었는데, 경영학문제랑, 중3교과서 문제가 나오더군요.사전에 짜놓고 그들에게 맞추라고 나오는거죠.시청률 때문에 박지선을 띄울려고 프로그램 시나리오에 작정을 했을껍니다.

  16. 대략짜고 하죠. 2009.04.29 19: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골든벨도 녹화 제대로 할려고 문제 가르쳐주던가 중도에 탈락하면 다시 촬영한다잖아요.

  17. back 2009.04.29 19: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기사를 스포일러로 보느냐 홍보로 보느냐의 문제겠죠. 대한민국에서 아직 TV 라는 매체가 매우 수동적으로 소비된다는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영화나 다채널같이 소비자가 적극적으로 선택해서 소비하는 경우, 프로그램에 대한 스포일러는 지적하신 것처럼 매우 무례한 행위가 맞습니다. 소비자에게도 무례이고,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측에게는 피해를 입히는 행위죠.

    그러나 현재 우리는 세개 남짓의 공중파 방송이 TV 프로그램을 독점하고, 시청자가 타성적으로 '하는 방송을 보는' 패턴이 아직 더 일반적인 상황이라는 거죠. 이경우, 프로그램에 대한 내용을 미리 유출하는 것은 스포일러라기 보다는 홍보의 개념.. 아니 홍보의 효과가 훨씬 더 클것입니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물론 불쾌한 일이지만, 공급자 입장에서 내용이 미리 유출당하는 것이 피해보다는 이익은 경우가 훨씬 많기에 이런식의 언론보도에 별다른 태클을 걸지 않는 것이겠죠.

  18. 완전 동의 2009.04.29 20: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긴장감 하나없이 어제 그 프로를 보았죠.. 그리고 마지막에..."만약 1억을 땃으면 기사가 나왔을테니 저건 틀릴꺼야 분명.."이란 생각까지 하게되더군요.. 정말 어이상실.. 완전 짜증나요!!! 아내의 유혹도 그래요.. 다음에 굵은글씨로 "애리자살"ㅡㅡ;; 전 다음이 미쳤다고 생각했는데.. 기자가 미친거였어요.. 이렇게 속시원한글 감사합니다!!

  19. Favicon of http://skdrn28@dreamwiz.com BlogIcon 호롤룰루 2009.04.30 11: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참 쉽죠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