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유산] 에서 푼수끼 가득한 모습으로 웃음을 주고 있는 배우가 있다. 바로 유지인이다.


70년대 트로이카로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다가 2000년대에 복귀한 그녀는 비로소 [찬란한 유산] 에서 특유의 푼수 캐릭터를 잘 소화해내며 대중에게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왔다.


유지인을 보고 있노라니 작년 [엄마가 뿔났다] 에서 허영끼 많고, 왕비병에 걸렸던 고은아 역을 탁월하게 표현한 장미희가 생각난다.


70년대 각종 영화에 출연하며 '2세대 트로이카' 세대를 열어제쳤던 그녀들이 21세기 '푼수끼 가득한' 재벌집 마나님으로 다시 부활한 것이다.





60년대 '1세대 트로이카' 인 문희, 남정임, 윤정희의 치열한 각축전이 끝을 맺은 뒤, 1970년대 TV 드라마가 보급되면서 한국 영화계는 때 아닌 침체기에 빠져들었다. 정권의 가혹한 검열과 억압 속에서 충무로는 세 명의 여배우를 통해 부활의 기회를 노렸다. 그녀들이 바로 '2세대 트로이카' 장미희, 정윤희, 유지인이었다.


2세대 트로이카의 혜성과 같은 등장과 함께 한국 영화계는 일대 파란을 맞이했다. 동양적인 외모에 섹시함을 간직한 장미희, 순진무구한 얼굴에 약간의 백치미를 무기로 했던 정윤희, 도회적인 이미지에 인텔리의 지성미를 갖춘 유지인은 서로 다른 이미지로 영화판을 사로잡으로 사람들의 발길을 극장으로 끌어 모으는데 성공했다.




트로이카 중 최고의 섹시미를 뽐냈던 장미희는 고전적 이미지와 현대적 이미지를 두루 갖춘 전천후 여배우였다. [겨울여자][사의찬미] 등의 작품에서 농도 깊은 연기력을 자랑한 그녀는 특유의 고상한 말투와 우아한 몸가짐, 여기에 은근한 섹시미까지 자랑했던 장미희는 독특한 음색과 무한한 에너지가 넘쳐흐르는 여배우라는 극찬 속에서 살았다.


이 후, 80년대를 거쳐 90년대 [육남매] 로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그녀는 2008년 [엄마가 뿔났다] 에서 허영끼 가득하지만 도무지 미워할 수 없는 재벌집 마나님 '고은아' 역을 기가 막히게 표현하며 이 시대 가장 '핫' 한 중견 여배우로 떠올랐다. 그녀는 2007년 불어닥쳤던 학력 위조 파문을 연기력과 캐릭터로 말끔하게 씻어버리는 동시에 중견배우로서 어떻게 대중을 움직이고, 어떻게 미디어를 활용해야 하는지 온 몸으로 보여준 천상 '스타' 였다.


단 한번도 보톡스를 맞지 않았음에도 여전한 젊음을 유지하는 철저한 자기 관리와 대한민국 어떤 배우도 쉽사리 따라갈 수 없는 '장미희' 만의 캐릭터는 [사의 찬미] 를 지나 [엄마가 뿔났다] 에 이르기까지 그녀에게 여전히 "아름다운 밤" 을 선사하고 있다. 장미희가 하는 대부분의 대사는 100% 클리셰였지만, 그 클리셰를 만든 주인공인 장미희는 여전히 진부하지 않은 신선하고 아름다운 배우로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있다.




장미희의 트레이드 마크가 '섹시미' 였다면 유지인의 트레이드 마크는 '지성미' 였다. 중앙대 출신 여배우라는 점이 대중의 시선을 끌었던 유지인은 인텔리 미녀라는 별명을 얻으며 대부분의 작품에서 도도하고 도회적인 이미지를 자랑했다. 여기에 특유의 당당함과 건강한 미소가 더해져 유지인은 사람들에게 더더욱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었다.


[가시를 삼킨 장미][그대의 찬 손] 등의 영화에서 세련된 역할을 도맡아 했던 그녀는 장미희, 정윤희와는 달리 다소 까탈스러우면서도 깐깐한 이미지를 고수했다. 80년대 어학연수로 차 미국으로 유학 한 뒤에도 여전히 고급스러운 여성의 대명사로 손꼽혔던 그녀는 2002년 이혼과 함께 TV로 복귀하면서 푼수끼 가득한 주부 캐릭터로 변신해 중견 연기자로 안착했다.


이 후, 라디오 DJ-예능 프로그램 패널 등으로 활약했던 유지인은 드디어 2009년 [찬란한 유산] 으로 귀여우면서도 푼수끼 가득한 재벌집 마나님을 연기하며 대중의 시선을 끌어모았다. 지성미 가득했던 젊은 시절을 지나 이제는 언제 어디서든 시원한 웃음을 날려줄 것만 같은 이웃집 아줌마로 변신한 그녀는 세월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해가는 여배우의 여유로움을 간직하며 사람들의 사랑을 회복해가고 있다.





나름의 아픔과 굴곡 진 인생을 겪고 이제는 후배 연기자들의 귀감이 되는 모습으로 성실히 연기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두 여배우, 장미희와 유지인. 때로는 자신의 이미지를 재창조하며, 때로는 자신의 이미지를 전복시키며 '트로이카' 시절 쌓아놓은 대중적 신뢰를 바탕으로 멋지게 대중을 가지고 노는 그녀들의 모습을 보면서 "한 번 스타는 영원한 스타" 임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그녀들의 연륜과 경륜이 동시대를 살아가는 여배우들에게 '찬란한 유산' 이 되기를 바라며, 조용히 이 글을 끝마친다.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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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recuperersonex.info BlogIcon Mark 2012.02.18 05: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이 항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