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를 부탁해] 가 예상한대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단숨에 수목드라마 시청률 왕좌를 차지했다.


그러나 주인공을 맡은 윤은혜의 연기력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는 처참하다.


[궁] 부터 [커프] 에 이르기까지 3연타석 홈런을 날린 윤은혜지만 여전히 연기력 면에서는 동급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는 셈이다.




냉정하게 말해서 윤은혜는 배우가 아니다.


연기력이 형편없다. 발음, 발성, 모션 제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다. 배우로서 가져야 하는 기본적인 자질이 없으니 배우로서 '자격미달' 판정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연기 못하는 연기자에 대해서 질책하고 혹평하는 것은 대중의 권리이자 의무다. 현 상황에서 윤은혜는 입이 백 개가 있어도 할 말이 없다. 묵묵히 받아들이고, 성찰해야 한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도 조금은 윤은혜에 대한 '과도한 기대' 를 내려 놓는 것이 낫다. 배우가 아니라 '스타' 를 지향하고 있는 윤은혜에게 연기자로서 대성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너무 지나친 요구다. 어차피 윤은혜가 출연하는 드라마를 보면서 윤은혜의 소름끼치는 연기력이나 완벽한 발성, 발음을 기대하는 사람은 없질 않은가.


윤은혜가 지금까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소름끼치는 연기력이나 완벽한 테크닉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그녀 스스로 자신의 이미지를 잘 운영했기 때문이다. 윤은혜는 영리하게도 연기력으로 극복하지 못하는 부분을 과감히 작품 속의 캐릭터와 자신의 이미지로 대체시키고 이를 체내화했다. 한 마디로 그녀가 출연한 모든 드라마 속 캐릭터들은 윤은혜를 성장시키고 완성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셈이다.


이처럼 그녀의 연기 특성 중 하나는 드라마 속 캐릭터를 극의 진행과 함께 자신의 것으로 흡수한다는데 있다. 그녀의 드라마가 지니고 있는 가장 큰 강점은 사람들이 윤은혜를 자연스럽게 극의 캐릭터로 받아 들이다는 것이다. 자신이 지향해야 하는 바와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캐릭터를 동시에 선택하는 이런 영악함은 연기력을 뒷전으로 밀어 놓는 '파격' 조차도 용서하게 했다.


실제로 [아가씨를 부탁해] 2회의 윤은혜는 1회의 윤은혜보다는 캐릭터 소화력 면에서 조금 나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캐릭터 소화력' 이라는 윤은혜 특유의 장점이 부각되기 시작하면 지금 사람들이 느끼는 어색함과 윤은혜 본연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에 대한 괴리감도 상쇄될 것이다. 윤은혜가 가진 스타로서의 파워가 바로 여기에 있기 때문이다.


과거 故 최진실은 "나는 발음이 좋은 배우가 아니다. 발음과 발성은 타고나는 것인데 나는 그 쪽에 별 소질이 없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캐릭터와 스타성으로 극복해야 하는 측면이 있는데 이것이 결코 나쁘다고 볼 수만은 없다. 김희애처럼 선천적으로 타고난 배우도 있는 반면, 나처럼 여러가지 조건을 활용해서 드라마를 이끌어 가는 배우도 있기 때문이다. 희선이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그런 쪽에서 보자면 '타고난 조건' 을 또한 갖추고 있는 배우다." 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최진실의 말을 되짚어 볼 때 윤은혜는 '자격미달' 에 가까운 연기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이 표현할 수 있는 색깔과 개성, 그리고 캐릭터를 확실하게 고수할 수 있는 스타라는 측면에서 기대감을 갖게 한다. 바꿔 말하자면, 가수 출신이라는 한계와 미천한 연기력조차 용서하게 만들었던 탁월한 대중 공략 전략과 캐릭터 체화 능력은 [아가씨를 부탁해] 의 윤은혜가 가지고 있는 마지막 '히든카드' 라는 것이다.


현재 윤은혜는 호불호가 있을지언정 "작품을 시작한다" 는 말만 해도 시청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위치다. 이는 어떤 식으로든 대중의 시선을 끌어당기는 힘이 스타 윤은혜에게 있다는 이야기다. '스타' 윤은혜를 평가하려면, 심지어 그것이 드라마 속 캐릭터라고 할 지라도 연기력이라는 잣대를 들이 밀기 보다는 스타성, 대중성이라는 잣대를 들이미는 것이 그녀를 훨씬 '쉽게' 평가 할 수 있는 방법이다. 90년대 김희선이라는 아이콘을 평가할 때 배우가 아니라 끝까지 '스타' 로 대접했던 것 처럼 말이다.


그녀는 스스로 자신을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 대중이 자신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파악하고 탄탄한 원작을 기반으로 한 흥행성 있는 작품을 선별하며 출연해 왔다. 그것이 대중에게는 "윤은혜의 드라마는 어찌 됐건 재밌다" 는 생각을 갖게 했다. 이런 의미에서 윤은혜는 진정 영악하고도 영리한 스타라고 평가할 만 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윤은혜는 평생 연기할 연기자가 아니다. 동시대를 살아가면서 당대 가장 '핫' 한 드라마에 출연했던, 높은 인기를 구가하던 스타 중 한명으로 남을 사람이다. 윤은혜가 지향하는 바도 그렇고, 지금까지 그녀의 대중 전략도 그러했다. 그렇다면 평가를 달리해야 한다. 그녀는 '부족한 배우' 지만 '넘치는 스타' 다. 개인적으로 윤은혜에게는 그걸로 족한다.


이제는 그녀의 연기에 대한 기대는 내려 놓자. 그냥 마음 편하게 '스타 윤은혜' 의 얼굴을 보는 걸로 만족하자. 그것이 윤은혜를 대할 때 가장 마음 편하게 그녀를 볼 수 있는 방법이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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