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 2일]의 숨은 공로자, 이수근을 주목하라!

 [1박 2일]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멤버들의 단합이라는 강력한 힘이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초창기 [무한도전] 아류다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포멧의 유사성을 보였지만 지금은 외려 시청률 면에 있어서는 앞서는 성과를 내고 있고 자신만의 매력도 찾아가고 있는 듯 하다. 


 게다가 중요한 것은 점점 장수 프로그램으로 접어드는 동안에도 인기를 얻기 시작한 멤버들이 끝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것이다.


 모두가 주목받았다. 강호동은 당연하고 은지원은 은초딩이라는 별명을 얻었고 ,MC몽과 김C는 가수로서의 인지도와 독특한 스타일을 인정받았으며 이승기는 허당이미지 뒤에 엄청난 드라마의 성공까지 거머쥐었다.


 그러나 사실 이수근은 뒤에 서있었다. 다른 이들이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는 동안에 이수근은 '운전하는' 이미지 이외 다른 반향을 만들어 내는 캐릭터가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누구보다 묵묵히 뒤에 서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하는 '충직한' 공로자임에는 틀림이 없다. 

 이수근을 주목하라!

 
 이수근은 사실 초반에 운전 말고는 아무것도 할줄 모르는, 리얼버라이어티라는 예능에 그렇게 까지 적합한 인물은 아닌 듯 했다. 지금도 이수근은 다른 예능에서도 그다지 큰 주목을 받는 케이스는 아니다. [무한도전]의 멤버들이 엄청난 인기를 등에 업었고 [1박 2일]의 멤버들도 그전에 비해 엄청나게 이미지 전환을 이루거나 성공한 것에 비해 이수근은 그전의 이미지에서 엄청난 발전을 했다고 볼 수도 없고 엄청난 성공을 했다고 볼 수도 없다.


 물론 이수근의 이런 행보를 이수근의 '예능감 부족'때문으로 매도해 버릴 수도 있는 일이다. 본인이 능력이 없으니 이런 결과는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 아닌가 하는 말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이수근은 [1박 2일]에서 어쩌면 가장 중요한 '다리'역할을 하고 있다. 노홍철의 '사기꾼' 처럼 이수근에게도 '앞잡이'캐릭터가 있지만 이 둘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수근의 '앞잡이'는 노홍철의 '사기꾼'에 비해서 빈틈이 너무나 많다. 결국 들켜버릴 거짓말을 일삼는 앞잡이는 차라리 귀엽다. 이수근은 그래서 분위기를 심각하거나 복잡하게 만들기 보다는 결과적으로 더욱 화기애애 하게 만들며 일을 진행해 나간다. 


 '노홍철'의 그것보다는 확실히 장난스러운 느낌이 강하게 든다. 물론 어느 것이 더 좋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이수근이 [1박 2일]내에서 하는 역할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노홍철'은 상황을 멤버들을 교란시키고 상황을 뒤틀며 혼란스러운 재미를 준다면 이수근은 상황을 더욱 '우습게'만들 뿐이다. 그래서 그는 언제나 '장난 스러울'수 있다.


 운전석을 언제나 꿰차고 앉아서 묵묵히 운전을 하는 것과 별로 시덥잖은 장난 말고는 할일이 없는것 같았던 이수근의 캐릭터에도 점차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가 툭툭 던지는 개그들은 분위기의 상승세를 타게 하고 멤버들에게 더 큰 웃음을 던지게 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하게 된 것이다. 특히 이번 영암편 두번 째 이야기에서는 이수근이 던져줄 수 있는 소소한 웃음이 얼마나 강력한 것인가를 잘 보여 주었다.

 
 주변 사물을 이용해서 자연스럽게 판토마임식 개그를 이끌어 내는 것은 이수근의 [1박 2일]존재 이유를 잘 보여준 부분이었다.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제스쳐를 표현해 내는 의외성에서부터 그 재미는 출발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단지 유치한 '장난'이었지만 그것이 적재적소에 잘 활용되게 됨에 따라 엄청난 웃음 포인트로 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인 것이다. 


 요즘에는 이수근이 가장 재밌다,는 말이 나오기도 하는 것 또한 그가 그동안 얼마나 주목을 '덜'받았는가를 상기시키는 부분이다.  그만큼 그는 한방에 훅 휘어잡는 매력으로 다가오는 캐릭터라고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이 보여 줄 수 있는 부분을 확실히 보여주며 분위기를 좀더 좋게 유도해 나갈 수 있는 능력을 발휘했다. 그래서 장미처럼 강렬하지는 않지만 누룽지처럼 구수한 그의 매력은 천천히 사람들에게 어필했다. 


 비록 '앞잡이'이긴 하지만 결국 '당하는 앞잡이'라는 그의 캐릭터가 보여주듯, 그는 빈틈이 너무 많고 모든 멤버들이 '만만하게'여길만큼 푸근하다. 그 푸근함은 [1박 2일]의 분위기를 더욱 화기애애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을, 자세히 지켜보면 알 수가 있다.


 이수근은 솔직히 [1박 2일]이 종영하는 그날 까지 가장 잘 나가는 출연진은 되지 못할지도 모른다.  허나 그가 없다면 확실히 [1박2일]의 분위기는 지금보다는 덜 가족적일  것이다. 그가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그렇게 많은 것 같지 않아도 중간에 서서 멤버들간의 조화를 이끌어 내는데 한 몫을 당당하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수근은 뒤에 있지만 [1박 2일] 내에서 주목해야 할 캐릭터 임에는 틀림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