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덕여왕] 이 '미실의 난' 에피소드로 절정을 향해 치달아 가고 있다.


실질적인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고현정이 날고 기는 연기를 보여주며 극을 완전히 장악한 가운데 다소 쳐지는 스토리 전개에도 불구하고 '고현정의 하차' 가 몇 주 안남은 상태에서 오히려 기존 시청자들의 결집은 더더욱 단단해지는 모양새다.


당초 40부 출연 협의를 했던 고현정은 8회 연장 출연에 합의해 48회까지 출연하려고 했다가 이어서 2회분을 더 연장 출연에 동의해 50부 정도에서 [선덕여왕] 하차가 결정됐다.


50부작인 [선덕여왕] 이 12부나 연장되면서 고현정의 출연이 더욱 길어진 것인데 재밌는 것은 MBC 내부에서 끊임없이 [선덕여왕] 연장설이 나오며 70부까지 늘리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고현정 하차 이 후에도 [선덕여왕] 은 20부나 더 방영되는 셈이고, 처음 계획보다 무려 2달이나 더 방송되는 셈이다. 왜 MBC는 이런 '무리수' 를 두고 있는 것일까.




[선덕여왕] 으로 공고해 진 '엄기영 체제'


드라마 [선덕여왕] 은 MBC에서 엄청난 '공' 을 들인 작품이다. 200억이라는 엄청난 제작비를 퍼부었고 고현정, 이요원 등 캐스팅에도 상당한 '공'을 들였다. MBC 내부에서는 "[선덕여왕] 이 살아야 MBC가 산다" 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2009년 MBC는 [선덕여왕]에 올인하다시피 했다. 수목 드라마가 완전히 죽었고 일일 드라마와 주말 드라마의 회생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MBC 드라마 라인업이 [선덕여왕] 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선덕여왕] 출범 이 전, MBC의 평균 시청률은 KBS와 SBS에 비해 하락세를 걷는 형국이었다. [무한도전][놀러와] 같은 예능 프로그램들이 호조를 보이며 선방하고 있었지만 전체적인 드라마 라인업이 완전히 바닥으로 추락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쯤 되면서 MBC 방문진의 '전면 교체' 가 선언됐고 그동안 MB 정권과는 코드가 맞지 않았던 엄기영 사장의 교체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경영이 방만하여 시청률 뿐 아니라 전체적인 분위기가 다운됐다는 책임론에서 엄기영 사장은 자유롭지 못했다.


엄기영 사장은 '사장 교체론' 에 대해 "끌려 나가는 한이 있더라도 내 몫을 다할 것." 이라며 강력히 반발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그러나 390억이 넘는 적자 때문에 사원진에 대한 상여금조차 제대로 지급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엄기영 체제가 오래갈 것이라고 예측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었다. '방만 경영' 이라는 네 글자만으로도 교체 이유가 충분한데다가 이념적으로 MB와 맞지 않는 엄기영이 비빌만한 언덕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5월 [선덕여왕]과 [밥줘]가 방송되면서 MBC에 일대 파란이 일어났다. 첫 회부터 20%가 넘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선덕여왕]이 30~40%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MBC 전체 시청률을 업그레이드 시킨데다가 일일드라마 [밥줘] 가 난공불락 KBS 일일드라마와 자웅을 겨루면서 분위기가 반전된 것이다. '방만경영' '사장교체' 라는 네 글자는 쏙 들어갔고 드라마 라인업에 올인해 체제 유지를 꿈꿨던 엄기영의 전략은 상당한 성과를 거두게 됐다.


특히 첫 날부터 모든 광고를 팔아치우며 괴력을 발휘한 [선덕여왕]은 월화 10시대 광고 뿐 아니라 수목 10대 광고까지 '끼워팔기' 를 통해 완전히 판매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수목 드라마 [맨땅에 헤딩]의 시청률이 말 그대로 맨땅에 헤딩하는 수준까지 떨어졌음에도 광고가 100% 팔려나간 이유는 [선덕여왕] 의 광고주들이 월화 10시대 광고 방송을 목적으로 수목 10시대까지 모두 사갔기 때문이다. 그만큼 [선덕여왕]이 MBC 경영에 미친 파급효과는 상상을 초월했다.


[선덕여왕] 방송 이 후, 급격히 재정 상태가 좋아진 MBC는 지금에 이르러 390억에 이르는 적자 상태를 대폭 줄이면서 실적도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엄사장이 7월에 [선덕여왕] 촬영장에 찾아가 고현정 등을 친히 '알현(?)' 한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26일 기자회견에서 엄기영 사장은 "[선덕여왕] 의 강세가 MBC를 살렸다." 고 공언할 정도로 [선덕여왕]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뽐내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다보니 [선덕여왕]은 필연적으로 '연장'을 할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엄기영 체제의 유지를 위해서 엄기영을 위시한 경영진은 반드시 [선덕여왕]을 연말까지 붙잡아 놔야만 했고, 이것이 12회 연장에 8회 플러스 알파라는 결과까지 낳게 된 것이다. 최근 솔솔 들려오고 있는 추가 연장설도 사실상 엄기영의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설' 이고, 엄기영 체제가 움직이면 결국 70부까지 연장할 수 밖에 없으리라는 예측도 가능하다.


이번 [선덕여왕]의 연장은 과거 [인어아가씨] 등의 연장과는 달리 '엄기영 체제' 즉, 사장의 유임을 결정하는 중요한 카드 중 하나라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가진다. [선덕여왕] 이 살아남았기에 엄기영 체제가 안정을 되찾았고, [선덕여왕] 의 방송 기간이 길면 길수록 엄기영 체제도 힘을 받는다는 것은 이제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MBC 방문진의 압력이 더욱 거세지고 사장이라는 위치가 흔들거리는 상황에서 [선덕여왕] 이라는 '비빌 언덕' 은 엄사장에게 없어서는 안 될 필수요소다.




[선덕여왕] 의 '엄기영 일병 구하기'


최근 엄사장은 "방문진이 섭정을 한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그것은 어디까지나 교체 초반에 생긴 시행착오이며, 방문진의 부당한 요구와 압력에는 당당히 맞설 것" 이라며 MBC 노조가 회의적으로 거론하던 "엄기영 사장 유명무실론" 에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선덕여왕] 으로 회복한 자신감을 발판으로 다시 한 번 체제 공고화를 선언한 셈이고 엄사장의 이러한 적극 행보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실제로 [100분 토론] '손석희 교체' 카드로 엄기영 사장이 방문진에게 치명타를 입혔다는 '역공설' 까지 파다하게 돌고 있는 마당에 -실제로 방문진은 손석희 교체로 공격을 받기만 하고 하지는 못하는 타격을 입었다- [선덕여왕] 이 조금만 더 엄사장 체제에 힘을 보태준다면 엄기영이 주창하는 '뉴 MBC 플랜' 은 생각보다 좋은 성과를 얻을 것이라는 예측도 가능하다. 아직까지 노조의 완전한 신뢰를 회복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2009년 중반부에 이르러 엄기영 체제가 상당한 진전을 보인만큼 방문진 견제와 노조와의 회유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도 불가능해 보이지는 않는다.


결국 [선덕여왕] 의 '연장' 은 드라마가 늘어지든, 캐릭터가 방향을 잃든간에 어쩔 수 없이 벌어질 수 밖에 없는 프로젝트였다. 어떻게든 연말까지 [선덕여왕] 을 안방극장에 붙잡아 둠으로써 정책적, 상업적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끌어 올리고자 하는 엄기영 사장이 과연 8회 추가 연장까지 성공시키며 자신을 둘러싼 모든 외압을 독자적으로 차단할 수 있을까. 고현정을 10회 넘게 주저 앉히는 저력을 보인만큼 불가능한 일은 아니겠지만 마치 모양새가 [선덕여왕] 의 '엄기영 일병 구하기' 처럼 비춰질까 우려스럽다.


부디 시청자도 좋고, 엄사장에게도 좋은 대승적인 결론을 내려주기를!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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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lowr.tistory.com BlogIcon 하얀 비 2009.10.29 07:3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음. 엄기영 사장을 비롯 엠비씨를 살리기 위해선 선덕 연장이 필수군요. 그나저나 고현정씨도 대단합니다. 10회나 더 출연하면서 10회 분에 대해 제작비 절감 차원에서 공짜로 출연하고 계시니 말이죠.

    • 아이 2009.10.29 11:10  댓글주소  수정/삭제

      정말인가요? 추가분 출연료 받지 않고 출연하신다고요? 꽤 큰 돈일텐데요. 하기사 고현정씨 정도면 경제적으로 어렵지 않으실테니 그럴수 있죠. 선덕여왕이 고현정씨 이미지나 연기력증명등 미친 효과가 엄청나긴 하죠.

  2. Favicon of https://dreamgod.tistory.com BlogIcon 갓쉰동 2009.10.29 08: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잼있는 분석이네용..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