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덕여왕]이 가장 클라이막스 부분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어쩌면 예정되 있었던 또다른 '죽음'이 눈앞에 펼쳐졌다. 

 
 바로 드라마에서 덕만의 정신적, 실제적 '엄마'였던 소화(서영희)의 죽음이다. 결국 소화를 살려 준 칠숙의 손에 소화는 마지막 죽음을 맞아야 했다. 

 
 그러나 드라마에서 소화의 죽음은 예상보다 너무 짧았다. 이렇게 그의 죽음이 짧게 느껴진 것은 어쩌면 그의 죽음에 슬퍼하는 칠숙의 모습이 지나치게 짧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왠지 아쉬운 소화의 죽음. 그 장면에 숨겨진 이야기는 아마도 이렇지 않았을까.


여자이기 보다 엄마이기를 택한 소화의 숨겨진 이야기


 소화에겐 선택권이 없었다. 자신의 아이가 아닌 공주를 살려달라는 강요아닌 '강요'를 받았던 그 순간부터 이미 소화는 소화라는 여자의 이름을 버릴 운명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강요가 소화를 만들었다. 공주를 구해달라는 것은 강요였지만 소화는 스스로 자신을 덕만 엄마가 되기로 한다.


 그래서 문노가 덕만을 비담의 짝으로 생각하고 있을 때 소화는 도망칠 수 밖에 없었다. 어느샌가 소화는 덕만에 대한 책임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덕만이  짐이었다면 문노에게 모든 것을 맡긴 채, 홀가분해 질 수도 있을 터였다. 그러나 소화는 그러지 않았다. 아니, 그러지 못했다. 이미 어린 아가, 덕만은 소화에게 있어서 단순히 공주가 아니라 자신의 딸이었기 때문이었다. 


 소화는 자신을 포기한다. 덕만 엄마로 살면서, 그 누구도 한 번도 마음에 두지도 않았고 자신을 해치러 온 칠숙을 찌를 만큼의 모성을 보여주면서 오직 덕만을 지키려 했던 것이다.


 사막의 모래구멍에서 자신의 밧줄을 끊어내던 소화는 이미 덕만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할 수 있었던 '어미'였다. 그러나, 소화도 감정이란 것이 생겼다. 칠숙이 그를 구해준 그 순간부터.


 소화에게 있어서 칠숙은 이상한 존재였다. 소화가 목숨보다 아끼는 덕만을 죽이려 했으나 소화 자신을 구해 주었다. 결코 사랑할 수는 없었지만 완벽히 미워할 수도 없는, 그런 존재였다. 칠숙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자신과 함께 산 속으로 들어가 살자고 했다. 소화는 잠시 흔들렸을 것이다. 그래서 말을 하지 않았다. 소화는 칠숙을 밀어내고 싶었지만 한편으로는 같이 있고 싶은 감정이 생겼다. 덕만을 잃은 슬픔은 컸지만, 칠숙 곁을 떠나지도 않았다. 그런 감정을 갖는 자신을 용서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마음의 병은 더 깊어져만 갔다.


 궁에서도 소화는, 칠숙을 피할 수 밖에 없었다. 칠숙은 미실의 사람. 덕만을 만나고 사건의 전말을 알고 난 후에, 칠숙은 보지 않는 것이 훨씬 마음 편한 사람이었다. 칠숙에게 느끼는 감정보다 어미로서의 마음이 훨씬 더 컸기에, 선택에 망설임은 없었다. 그저 나의 가슴 속에 작은 방을 만들어 놓고, 그 방에 '칠숙'이라는 사람을 넣고 잠가 버리면 그만이었다. 이미 자신의 모든 것을 다 주고도 아깝지 않은 덕만이라는 존재가 있었기에.


 소화는 아마도, 덕만이 여인으로서 행복하게 살길 바랬을 것이다. 문노의 원대한 계획에 동의할 수 없었던 것은, 덕만이 다시 궁에 들어가서 겪어야 할 온갖 시련들을 겪지 않고, 자신과 다르게 '여인의 행복'을 누리며 살기를 간절히 바랐기 때문이었다. 그런 덕만을 보면서 행복하고 싶은 어미였던 것이다. 그러나 결국, 덕만은 공주가 되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소화에게 있어서나 덕만에게 있어서나 그들은 서로 어미였고, 딸이었다. 소화는 덕만의 편에 설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덕만이 원하는 바가 이루어 지길 바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결국, 최후가 찾아왔다. 소화를 살린 손에 죽어가면서도 소화는 칠숙을 원망하지 않는다. '결국 돌고돌아....제자리네요.'라는 소화의 마지막 말은 그래서 더 슬프다. 어쩌면 돌고 돌다 보면 세상이 바뀔 수 있다 믿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소화는 마지막까지 어미이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결국 자신을 죽일 수 밖에 없는 사람에게, 자신에게 마음을 주었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사람에게 '여인으로서'가 아닌, '어미로서' 말을 건네는 소화는 어쩌면 그것이 칠숙에게 있어 최선의 선물이라는 사실을 알고있었던 것이다.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여 칠숙에게 또다른 짐을 안겨주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저 이렇게, 나는 당신을 두려워 했고 이것이 우리에게 어울리는 결말이었습니다, 하는 말을 남기며 눈을 감음으로써, 칠숙이 조금 덜 아파할 수 있도록 최선의 배려를 해 준 것이다. 


 [선덕여왕]에는 소화의 마음이 충분히 표현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내 생각에 소화는 아마도 속으로 이렇게 말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저도 당신을 맘에 품었습니다. 다른 세상에서 만난다면 그때는 우리, 이렇게 힘든 사랑은 하지 말아요. 나는 평범한 집 규수로 당신은 나를 사모하는 앞집 청년으로 태어나서 평생 행복하게 살아요. 돌고 돌다보면 당신과도 만날 날이 있을 줄 알았는데...결국 제자리네요. 하지만 슬퍼 말아요. . 나는 이미 사막에서 죽었습니다. 당신 때문에 덤으로 살게 된 인생이라 생각해요. 당신 덕분에 내 딸을 다시 만났으니 나는 후회가 없습니다. 차라리 당신 손에 죽는 것이 행복합니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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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qlcanfl.tistory.com BlogIcon 빛무리~ 2009.11.03 08:0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가 오늘 새벽에 쓴 소화의 편지 내용과 너무도 잘 어울리는 포스트네요. 트랙백 걸고 갑니다...^^

  2. BlogIcon 소화 2009.11.06 15: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소화 넘 불쌍해요. 근데 이 님의 글귀를 읽고나니 눈물이 나는 듯 싶네요....
    너무 글을 잘 쓰시는 것 같아요.
    어쨋든 소화가 끝까지 하지 못한말...
    넘 좋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