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최고의 캐릭터를 뽑아라,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너무나도 쉽게 내려질 수 있겠다. [아내의 유혹]의 신애리도 [내조의 여왕]의 김남주도, [선덕여왕]의 타이틀 롤인 덕만도 아닌, 바로 [선덕여왕]의 미실. 이 두 글자만이 올해의 드라마를 대표하는 가장 큰 단어라 할 수 있겠다.


 너무나도 처절했다. 미실은 악역이었으나 악역이 아니었고, 강했으나 부드러웠으며, 아름다웠지만 한없이 슬펐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미실이 보여준 모든 것은 '고현정'이 가진 무엇이 아니었고 온전히 미실로 다시 태어났다. 


 찬양할 수 밖에 없는 미실. 그녀를 보는 시청자도 그녀의 감정을 온전히 느꼈다. 그것은, 미실을 연기한 고현정의 역량, 그 이상이었다. 미실, 올해 가장 사랑할 수 밖에 없는 그녀로 인해, 선덕여왕은 실질적인 마지막회였다. 


 그리고 그것은 이제껏 최고의 '악역'으로 평가받던 김명민의 '장준혁'마저 뛰어넘는 듯한 힘을 발휘했다. 
 


 미실, '마지막 회'를 장식하다


 고현정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싶지 않다. 드라마였지만 그 안에서 그녀는 온전히 미실이었다. 그 동안 긴 호흡을 이렇게 까지 긴장감 있게 이끌고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온전히 미실의 덕이었다. 

 
 미실이 드라마를 관통하며 보여준 감정변화는 마지막회에 가서 그 빛을 발했다. 미실은, [선덕여왕] 50회에서 책략가였고 여왕이었고 주인공이었으며 어머니였다. 


 자신이 연모한 신라를 끝까지 포기할 수 없는 여인, 여걸 미실과 자신을 어머니라 부르는 아들을 차마 쓰다듬지 못하는 그녀의 애처로운 손길을 어깨에 묻은 마른 풀을 뜯어내며 표현한 모정을 동시에 설득시킬 수 있던 것은 오직 '고현정'의 미실만이 가능한 일이었다. 

 
 이 미실은 올해 연기대상의 강력한 후보를 뛰어넘어 꼭 받아야 만 할 연기를 펼친 고현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사극에서 이제껏 등장하지 않았던 인물을 최초로 연기한 것도 그렇지만 그것을 그 누구도 뛰어넘을 수 없게 표현해 낸 표현력은 정말 대단했다. 


 [무릎팍 도사]에 나와 '너무나도 [모래시계]를 뛰어넘고 싶다'고 말 하던 고현정의 바람은 이미 이루어지고 만 것이다. 

 
 그러나 이 악역은 그렇게도 공감했던 [하얀거탑]의 장준혁과도 닮아있었다. 전혀다른 캐릭터였지만 이 두 악역의 죽음은 슬펐고 안타까웠으며 너무나도 처절했다는 점에서 그 동질감이 있었던 것이다. 김명민은 [하얀거탑]에서 그 누구도 흉내내지 못할만한 연기를 보여주었다. 




 그렇지만 미실은 장준혁처럼 주인공은 아니었다. 오히려 주인공을 빛나게 해 주어야 할 악역이었고 시청자들마저 등을 돌려야 할 대상이었다. 왜냐하면 이미 빛은 '선덕여왕'이 될 덕만이 다 가지고 있었고 미실은 어디까지나 '그림자'였기 때문이다. 그림자가 제 아무리 강하다 한들, 빛을 이길 수는 없다. 어둠에 잠식당한 세상에는 새벽빛이 찾아들기 마련이고 태양이 없으면 그림자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악역이었지만 철저히 홀로 빛났던 장준혁과는 달리 주인공에게 잠식당할 수 밖에 없는 조연, 미실은 훨씬 더 까다로웠다. 때때로는 '다 너 때문이다'라는 협박도 서슴지 않고 '미실의 사람은 실수할 수 없다!'며 가차없이 검을 휘두르며 주인공을 끝까지 괴롭혔던 이 인물에게 너무나도 공감이 가고 안타까운 것은, 이 인물이 자신의 냉철함 뒤에 여인으로써, 또 한 사람의 '꿈을 꾸는 사람'으로써 보여준 그 모든 감정이 너무나도 인간적이었기 때문이었다. 


 미실은 냉철하면서도 뜨거웠다. 마지막회에서 미실은 눈에 눈물을 머금을 지언정 끝내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그것으로도 이미 그 모습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눈물샘에는 이미 흘러 넘칠만큼의 눈물이 맺혔다. 자신을 죽음으로 몰고 갈 지언정 신라를 나눌 수 없었던 여인은, '그만 할래요'라는 그 한마디 속에 모든 체념과 회한을 담았다. 


 그 말은, 어쩌면 미실이 이제 자신을 내려 놓고 '미실'이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편안해 지고싶다는 바람이었을 것이다. 미실을 들끓게 한것은 덕만. 미실을 포기하게 한 것도 덕만. 하지만 그 덕만보다 그 안에서 갈등하던 미실이 훨씬 생동감 있었다. 그랬기에 이 드라마는 '선덕여왕'이 아니라 '미실'이었다.


 아마도 수많은 글에서 '미실'은 찬양될 것이다. 하지만 그 찬양이 하나쯤 더해져도 어떠랴. 그만큼 미실은 대단했다. 이제 다음회를 어찌 볼 수 있을까. 미실은 갔으나, 우리는 미실을 보낼 수가 없을 것이다. 부디 드라마이지만 미실이 저 세상에서는 행복하기를 빌 뿐이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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