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덕여왕] 에는 멋진 화랑들이 많이 등장한다.


비담 김남길, 알천 이승효 등이 대표적이고 춘추 유승호도 여성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이들 사이에서 가장 '빛나는' 남자는 따로 있다. 바로 미실의 마지막을 지켰고, 미실의 유지를 받들어 끝까지 그녀의 충성스러운 신하가 된 사람 바로 '설원랑' 이다.





덕만을 둘러싸고 있는 남성들은 '패기' 가 넘치는 젊은이들이다. 유신, 알천, 비담 등은 이제 갓 정치가 무엇인지, 권력이 무엇인지 알아가는 사람들이다. 덕만이 끝내 미실을 이기고 여왕의 자리에 오를 수 있는데에는 젊은 사람들만이 갖고 있는 패기와 열정이 가장 큰 밑천이 될 것이다. 물불 가리지 않고 달려드는 용감무쌍함이야 말로 청춘의 특권 아닌가.


이에 비해 미실을 둘러싸고 있는 남자들은 모두 '음흉' 했다.


그들이 미실을 따르는 이유는 미실이 권력을 잡고 있기 때문이었다. 자신들의 이익 때문에 미실의 곁에 머물고 있는 그들은 미실이 권력의 주변부로 밀려나는 순간 그녀에게 반항하고, 그녀를 탓했으며, 그녀를 재촉했다. 죽음을 앞두고 결연해 진 미실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냥 그들은 그렇게 행동했다. 세종. 미생, 보종 등 심지어 남편과 아들, 동생까지도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미실' 이 아니라 '자기 자신' 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이 중에서 유독 설원랑만큼은 달랐다. 사리사욕이 없다고 할 순 없으나 그가 미실 곁에 있는 것은 그녀에 대한 경원과 사랑, 그리고 무조건적인 존경과 충성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의 충성은 음흉하기 보다는 끝없이 순수했다. "모든 것은 미실 궁주에게 달려있다." 며 단 한번도 미실의 뜻을 의심하지 않는 설원랑의 모습은 적이라고 해도 본 받아야 할 만큼 멋있다.


설원랑은 유신이나 비담처럼 폭발적이거나 열정적이지는 못하지만 차분하고 냉정하다.


미실 곁에서 맴도는 우유부단하고 사리사욕 가득 찬 남성들과 달리 그의 결정은 언제나 자신의 주인인 미실의 뜻을 근간으로 가장 현실적이고, 가장 합리적인 방향으로 선택되었다. 즉,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미실의 안위이며, 미실을 보호하는 것이었다. 덕만의 입장에서 보면 설원랑이야 말로 가장 빨리 제거해야 할 대상이지만, 미실의 입장에서 보자면 설원랑이야 말로 진정한 충신인 셈이다.


그는 비록 [선덕여왕] 에서 덕만을 괴롭히는 악역으로 등장하지만 자신이 선택한 주인에 대해서 '무조건적인 충성' 을 바친다는 것 자체만으로 진정한 화랑의 참모습을 보여준다. 앞으로 나아갈 때와 물러설 때를 정확히 알고 자신의 뜻 보다는 주인의 뜻을 우선하는 설원랑의 충심은 마음에서 우러나는 진정성이 담보 된 충심이다. 미실의 남편이면서도 끊임없이 자기의 욕심을 채우려고 하는 세종의 모습과 비교해보면 설원랑의 모습은 더더욱 빛이 난다.


또한 설원랑은 '신하' 로서의 역할 뿐 아니라 '남자' 로서도 멋있는 사람이다. 언제나 정갈하고 단정한 품새는 신뢰를 담보하며 차분하면서도 냉정한 말투는 어떤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는 포쓰를 보여준다. 격정적일 때에는 격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차가울 때는 더 없이 차가운 그는 지금으로 따지자면 아주 괜찮은 1등 신랑감이다. 이 시대 진정한 꽃중년, 미중년이라고 할 만큼 설원랑의 성품은 매력적이다.


특히 남자로서 한 여자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랑을 바쳤던, 그리고 죽는 그 순간까지 한 여자의 말과 행동에 눈과 귀를 기울이는 설원랑의 모습은 [선덕여왕] 의 여러 남자들 중에서도 유독 도드라진다.


미실에 대한 설원랑의 충성은 주인에 대한 충성을 넘어서서 한 여자에 대한 마음 깊숙이 나오는 사랑에서 시작됐다. 오랜 시간 함께 하면서도 단 한번도 자신의 여자로 살지 않았던 미실이지만 그는 개의치 않고 그녀의 운명을 함께 한다. "설원랑에게는 미안합니다." 미실이 남긴 이 한 마디에는 그녀가 믿을 수 있었던 사람은 결국 설원밖에 없음을 상징한다. 미실의 곁에 끝까지 남아 그녀를 지킬 연인은 설원랑 단 한 사람 뿐인 것이다.


설원랑은 진지왕, 세종 등 미실의 남자들 중 가장 신분이 미천한 사람이다. 그래서 주류 권력으로 편입하지도 못하고, 언제나 행동 대장 역할을 하며 총알받이 역할을 해야 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가 드라마에서 미실만큼 얄밉고, 미실만큼 악독하게 그려졌던 까닭은 미실의 손과 입, 눈과 귀 역할을 설원 스스로 자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악역이라고 할지라도 그는 그가 선택한 주인과 그가 선택한 삶의 방향에서 그 누구보다 치열하고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다. 그것이 비록 성공을 담보하는 '역사의 승리자' 의 길은 아닐지라도 한 사람의 신하로서, 한 사람의 연인으로서, 한 사람의 아버지로서 그는 누구와도 비교할 수 만큼 꽤 괜찮은 인생을 걸어가고 있다.


[선덕여왕] 에서 설원랑은 이 시대 진정한 '꽃중년' 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냉정하면서도 격정적이고 차분하면서도 합리적인 남자, 누구보다 똑똑하면서 누구보다 현명한 남자, 한 여자에게 바치는 굳건한 사랑과 흔들림없는 충성은 유신, 알천, 비담 등 젊은 것들은 따라갈 수 없는 '꽃중년' 설원랑의 진면목이다.


아마 미실은 떠나는 그 순간까지도 설원이 자신의 뜻을 받들고, 자신의 곁에 있어주었기에 외롭지 않았을 것이다. 설원, 그대야말로 진정한 남자다!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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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학원원장 2009.11.11 13:5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 잘 읽었습니다 ^^
    비담도 멋지지만 설원도 정말 멋지죠~~
    드라마에서는 미실이 자살로 끝났지만
    역사기록에서는 미실이 권력에서 손을 떼고 여생을 설원과 함께 보냈다고 하네요 ^^
    그래서 드라마에서 캐릭터를 그렇게 그린거 같습니다~

  2. 악천 2009.11.11 17: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설원이 악역이라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미실입장에서 보면 유신, 알천이 악역이겠죠

    설원 정말 멋있었습니다.

  3. ㅇㅅㅇ 2009.11.11 20: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잘 읽었습니다.
    저도 내심 미워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충성스러운 화랑이고, 충신이죠.
    마지막 하얀색 옷을 입고
    덕만 앞에 무릎의 꿇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답니다.

  4. 저도.. 2009.11.12 02:0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설월랑같은 남자 만났으면 소원이 없겠네요..
    미실세주의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 best중 하나가 설월랑과 목욕?이라고 해야 하나요
    설월랑이 다리 씻어주던 장면..
    야시시하면서도 애뜻함..(설월랑의 미실에 대한 연모가 묻어나는) 장면이었어요..ㅠㅠ

  5. Favicon of https://juneywoo.tistory.com BlogIcon 주니우 2009.11.12 08: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MBC에서 설원도 미실 못지않게 아주 잘 세련되게 그려낸 거 같아요. 그러나 세종/하종이 워낙 명문집안이라(진골) 그렇지, 설원의 가문이 미천한 집안은 아니었을 겁니다.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거죠.

    화랑이라는 것 자체가 엘리트 집단이고, 그 중에 풍월주는 화랑의 으뜸이니까요...